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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해외전지훈련인가? 학부모 등골브레이커!
누구를 위한 해외전지훈련인가? 학부모 등골브레이커!
  • 유준호 기자
  • 승인 2017.12.13 09: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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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양극화 현상 심화

- 고등학교 야구부의 동계 해외전지훈련, 비용에 대한 지나친 부담으로 원성이 높아

- 미국의 경우, 50일 체류 시 5~6백만원 이상 부담

2017년도 서울고등학교 미국 전지훈련 정산서

해 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고등학교 야구선수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몸살을 앓는다. 바로 “돈”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라 몇 백 만원씩의 몫 돈이 아들의 한두 달 야구훈련을 위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바로 해 마다 정례화 되어버린 고등학교 야구부의 “해외전지훈련”을 위한 지나친 비용의 부담이 바로 그 이유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야구계에는 프로야구단뿐만 아니라 대학교와 고등학교는 물론 심지어 중학교 야구부에까지 야구부의 1월 동계훈련으로 “해외전지훈련”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이제 한 겨울에는 외국의 따뜻한 지역을 찾아 적게는 한 달, 길게는 오십일 이상 체류하며 훈련을 하는 것이 적어도 수도권 지역의 모든 고등학교 야구부와 대학교 야구부에서는 일반화 되어 버렸다. 야구의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고 기후가 좋아 최근 전지훈련지로 각광 받고 있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이나, 전통적인 전지훈련지인 일본의 가고시마, 미야자키, 그리고 오키나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야구에 적당한 기후를 자랑하는 대만과,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일대가 우리나라 수도권 지역의 고등학교 야구부들이 선호하는 해외의 전지훈련지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장기간의 해외전지훈련에 충당되는 막대한 비용을 그 부담의 주체인 선수들의 학부모들이 대부분 오롯이 겪어내야만 한다는 비용조달의 고통 때문이다.

 

우리나라 야구의 최고 명문고 중 하나인 서울고등학교는 지난 2017년 1월과 2월에 걸쳐 약 50일에 가까운 동계 해외전지훈련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다녀오며 총 인원 46명(선수 41명, 코칭스탭 5명)의 체류 및 훈련비용으로 총 약 2억 2천만원(216,791,700원)이 소요되었고, 이는 모든 훈련비용을 코칭스탭을 제외한 선수들이 부담한다는 관례로 추정해 볼 때, 선수 1인당 5백 30만원의 비용부담이 전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약 50일을 체류하면서 4년제 종합 정규대학교의 한 학기 등록금을 뛰어 넘는 비용을 부담했어야만 했던 것이다.

 

지금은 엄격하게 금지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야구부로 진학예정인 선수들은 졸업 전 해의 12월이면 상급 진학대상 학교 훈련에 참가하여 해외전지훈련도 동행했었다. 그 때 일본으로 가서 50여일을 체류했는데, 전지훈련 비용만 5백만원이었고, 신입생은 야구부 입단비도 있어서 회비와는 별도로 백만원을 냈다. 거기에 보태어 야구부 월회비와, 고등학교 때부터는 나무배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지훈련을 떠나는 아들에게 백만원 정도를 또 들여서 나무배트 다섯 자루를 사주었고, 오랫동안 집을 떠나있을 아들에게 용돈까지 쥐어주니 그 해 12월에 아들의 야구관련 비용으로 약 천 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만들어야 했었다...(중략) 급여를 받는 봉급생활자로 몫 돈을 마련할 길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었고 그렇게 대출금을 일 년에 걸쳐 갚고나니 다시 똑같은 상황이 그 후로도 야구를 하면서 반복되었다...(중략) 이건 미친 짓이다.” (경기도 지역 A고등학교를 졸업한 야구선수 학부모)

 

현재 아이에게 야구를 계속 시켜야 할지, 그만두고 공부를 시켜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중략) 동계전지훈련 비용이 이제는 중학교 삼백만원 고등학교 오백만원은 아예 기준 금액이더군요... (중략) 이젠 돈 없는 애들은 야구도 못해요.” (서울지역 B중학교 졸업예정 야구선수 학부모)

 

이제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고등학교 야구는, 돈과의 싸움이 되어 버렸다. 최근 수년에 걸쳐 전국적인 규모의 고교야구대회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 야구부들이 챔피언을 독식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이렇듯 거대한 자본의 논리가 가장 큰 배경으로 숨어있는 것이다. 투자대비 효과의 극대화라는 명제가 우리나라 고등학교를 비롯한 모든 아마추어 야구계를 또한 지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돈과의 싸움이 되어버린 우리나라 엘리트 학교 야구부에 관한 관리 기구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상위 단체인 대한체육회, 그리고 교육부와 교육청까지, 지난 수년간에 걸쳐 문제의 제기와 민원을 끊임없이 받아오던 직접적인 관리 단체들이 아직도 손 놓고 수수방관한 채 직무유기의 행태만을 보여주며 무능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무능함에, 수많은 야구선수의 학부모들은 오늘도 갈 길을 잃은 채, 홀로 방황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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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팬 2017-12-19 00:04:35
50일 국내에서 전지훈련하면 얼마나 저렴할까요?
지방으로 훈련가보면 숙박,식당,운동장,날씨등 열악한 현실입니다
야구장까지 움직이려면 계속 버스대절해서 이용해야 하구요...
다 합치면 해외로 나가는 비용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비용때문이라면 동계훈련을 학교운동장에서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