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작품이 있는 극단이 바로 ‘모시는 사람들’ 아닐까요?”
“사람과 작품이 있는 극단이 바로 ‘모시는 사람들’ 아닐까요?”
  • 신재영 기자
  • 승인 2017.12.1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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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이자 연출가 그리고 극단장의 역할을 맡은 슈퍼우먼이 있다. 바로 김정숙 단장이다. 그녀는 연극계에서 보기 드문 여자 단장으로 2000년대까지 활동했던 여인극장의 故 강유정 대표를 뒤잇는 여자 단장 중 한 명이었다.

 

'모시는 사람들'의 수장 김정숙 단장

 

“저는 오히려 ‘탱크’라고 불릴 정도로 남성 못지않은 파워를 가진 단장 중 한 명이었어요. 2~30대에는 에너지가 넘쳐서 그랬는지 무모하리만큼 열심히 했던 적이 있었죠. 그러면서도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가진 것들은 활용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섬세함이라든지, 모성적인 부분 등을 살려 공연 및 단원들을 관리했어요.”

 

그러했기 때문에 ‘모시는 사람들’이라는 극단이 유지됐던 것은 아닐까?

1989년 창단을 시작으로 올해로 3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모시는 사람들’은 수많은 단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극단 중 하나이다.

 

“퇴적암이 물과 바람 등에 의해 퇴적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듯, 저희 극단 또한 창단 멤버서부터 29년 차에 들어온 단원까지 골고루 쌓여 있어요. 아마 전 연령층이 고루 있다고 봐도 되겠죠?”

 

다양한 연령층의 극단 멤버들 덕분에 ‘강아지 똥’의 경우 2001년을 시작으로 영국 에든버러, 케냐, 싱가포르, 일본 10개 도시 순회를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강아지 똥 외에도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 사건, 쓰레기 꽃, 꽃가마 등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김정숙 단장은 극작가, 연출자, 단장 등으로 그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다. 연극을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힘든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은 조각보를 만들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제가 홈질이라는 바느질을 좋아해요. 이질적인 것을 이어 붙여 하나의 쓸모를 만들어나가는 것 중 하나죠. 제게 있어서 연출, 제작, 극작이 홈질이에요. 각기 다른 것이 아닌 하나의 연극을 지을 수 있는 공정의 과정 중 하나인 거죠.”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던 우리와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연극 37년간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면서 가장 좋은 것으로 빚어 만든 비빔밥이랄까요. 이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서 장도 봐야 하고, 나물도 볶아야 하고, 밥도 고슬고슬하게 손수 하나하나 짓는 거죠. 그리고 사실 어느 과정 하나 제가 빠지는 불행을 겪고 싶지 않아요. (웃음)”

 

그녀가 이토록 일에 매진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즐거움 때문이었다.

 

“제가 연극을 하겠다고 극단에 들어온 순간부터 저는 다른 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뒀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감사함이었고, 다른 것을 바라거나 욕심을 낸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느껴졌었거든요. 당시에 종로서적이란 곳이 있었는데 종로서적에 가서 책을 베끼는 것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 것도 책을 사지 못해 안타깝다기보다 너무 당연하고 즐거운 과정들이었어요. 무대에 필요한 소품을 위해 쓰레기장을 뒤지고 그러는 것도 당연했고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감사했어요.”

 

김정숙 단장은 그저 하나라도 더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울 뿐, 이 일을 선택함에 있어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관객에게 연극의 본질을 전하지 못함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했고, 찾고자 했다.

 

“연극을 하면서 연극이 흥행‧상업으로 많이 바뀌다 보니까 연극이 본래 갖고 있던 가치 같은 것들이 전도된 점이 안타깝죠. 사람을 흥행, 돈, 수입의 대상이 아닌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의 주체로 볼 수 있는 곳이 무대이고, 연극이어야 하는데 그게 아닌 게 느껴져요. 한 날은 제가 대학로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관객인 듯 한 청년이 “나는 이럴 거면 연극 안 보러올 거야. 화끈하게 벗는 것도 아니고, 웃긴 것도 아니고…”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상하고 올 정도로 연극에 대한 인지도가 없구나를 느꼈어요. 연극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상이로구나 싶었죠.”

 

이렇게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김정숙 단장은 연극의 사전적 의미인 배우가 각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말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무대 예술을 뛰어넘어 연극을 통해 우리네 삶을, 내면을 되돌아보길 바랐다.

 

“문화부 산하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저희는 그런 지원을 받아 찾아다니면서 공연을 하려고 하는 편인데, 특히 군부대, 교도소, 소년원과 같은 곳은 문화생활이 쉽지 않은 공간이다 보니 공연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 그리고 꿈을 되돌아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더불어 군부대의 경우 병영 생활 중 들리는 슬픈 소식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취지와는 달리 잠을 자고자 혹은 쉬고자 연극을 보러오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느새 공연에 빠져들며 연극의 본질을 알아갔다.

 

“밥 한 끼 먹듯 연극을 보고 그런 돈들이 알음알음 모여 배우들의 밥이 되기도 하고, 다음 무래를 설 힘이 되기도 하고 때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영혼의 밥을 드리는 것이 바로 연극문화가 아닌가 생각해요.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의 목소리로, 귀로, 마음으로 전달하여 그게 서로에게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요?”

 

김정숙 단장은 오는 12월 15일부터 16일, ‘모시는 사람들’ 극단 사람들과 함께 또 다른 울림을 선사하고자 준비 중이다.

 

잃어버린 모성 회복의 바람을 담은 '꽃가마'

 

“꽃가마라는 공연을 준비 중이에요. ‘그리운 이야기-母情 따뜻한 전설이 되다’라는 부제를 가진 공연이에요. 글에서도 느껴지듯 잃어버린 모성을 회복하고자 옛이야기의 형태를 빌어서 표현한 작품이에요.”

 

최근 아이들은 부모와 지내는 시간보다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특히나 ‘워킹맘’이 늘어나면서부터 엄마의 부재가 당연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정숙 단장과 ‘모시는 사람들’은 ‘꽃가마’를 통해 공유하고자 했다.

 

“연극이라는 게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지금 와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하든, 햄릿을 하든 혹은 꽃가마를 하든 이야기의 스타일만 다를 뿐이지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늘 현재성인 거죠. 어제의 이야기를 빌어서 할 뿐이지 지금 이야기를 듣는 당신과 내가 함께 어떻게 살아갈까요를 이야기하는 것, 이게 바로 연극의 장점이자 지향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과천시시설관리공단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주최 하에 열리는 본 공연은 12월 15일~16일 양일간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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