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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의 동계 전지훈련, “대안”은 없나
야구부의 동계 전지훈련, “대안”은 없나
  • 유준호 기자
  • 승인 2017.12.18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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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편집자 주: 한국스포츠통신은 시민단체 “예체능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예실련’)”이라는 기구와 공동으로 예능과 체육 분야의 각종 사회적 문제점을 심층 취재하여 보도하고 있는 중이다. ‘예실련’은 우리나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부 시절 국정농단의 빌미가 되었던 최순실,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비리와 학사관리 부정, 그리고 체육계의 농단을 기점으로 현재 초중고 등의 각급 학교에서 예능 전공과 체육특기생으로서의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 학부모들을 주축으로 발족된 순수 시민단체이다.

 

서울 A중학교 야구부 2017 동계 전지훈련비 내역

 

지난 2017년 1월과 2월에 걸쳐 서울 지역 A중학교의 야구부 1, 2학년 18명은 세 차례의 동계 전지훈련을 50일 동안 부산 지역으로 오고 가며 치러 냈다. 한 번은 장기간의 동계훈련이었고 나머지는 두 번에 걸친 프리시즌의 지방 대회에 참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 18명의 선수가 그 기간 동안에 전지훈련과 대회의 참가 등을 위하여 지출했던 총 비용은 3천8백7십만원(₩38,700,000)이었고, 선수 1인당 부담된 비용은 2백15만원(₩2,150,000)이었다.

 

비록 상대적인 비교이겠으나, 최근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동해안이나 남쪽 지방의 동계전지훈련을 떠나는 대부분 중학교 야구부들이 선수 1인당 부담하는 동계훈련 비용의 평균 금액인 삼백만원보다는 낮은 비용이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서울의 B중학교 야구선수 학부모는 이러한 의견을 또한 들려주었다.

 

“국내의 전지훈련이라고 해서 해외전지훈련보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아이들이 한 달 이상 집을 떠나있는데, 방관하고 있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 그 기간 동안 한 두 차례 이상 전지훈련지를 방문해서 아이들 회식도 시키고, 코칭스탭 접대도 한다. 감독한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교통비와 체류비 회식비와 접대비 등을 합산하면 외국으로 전지훈련 보내는 비용보다 더 지출하게 된다. 차라리 해외로 전지훈련을 보내는 것이 비용을 덜 들게 하는 방법이다.”

 

약 7~8년 전만 해도 지방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중학교 야구부에서 이렇게 장기간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전지훈련을 하던 예는 없었다. 그 시절에는 짧게는 일주일, 길어도 약 열흘 정도 평소 교류가 있었던 지방의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등지로 가서 친선 교류의 연습시합을 하거나 합동연습을 하고 돌아오는 정도였고 선수들의 숙박은 현지 야구부의 숙소를 이용한다든지 아니면 현지 선수들의 집에 나뉘어져 홈스테이의 형태로 머물다 오는 것이었고 그래서 별도의 전지훈련의 비용도 거의 부담하지는 않았었다.

 

선수들의 학부모들이 동행하거나 아니면 그 기간 중에 합류하여 회식 정도의 비용을 각출하거나 아니면 연습시합에서 대활약한 선수의 부모가 한번 기분 좋게 회식비용을 감당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렇게 겨울에 지방 현지의 야구부 지도자와 그 학부모들에게 신세를 지고 나면 시즌이 시작되어 해당 지역의 야구부 선수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원정을 왔을 때 이번에는 답례의 형태로 선수들을 건사해주는 아주 훌륭한 상호교류의 관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에서도 겨울철 동안은 선수들을 충분히 휴식하게 함으로써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선수들의 체력증진과 성장에 우선을 두는 지도자들의 개념이 최우선시 됐었다. 그리하여 겨울철이 지나면 어떤 선수는 키가 십 센티, 또 어떤 선수는 십오 센티가 자랐다는 것이 중학교를 비롯한 유소년 야구계에서 회자되곤 했던 주요 관심사였을 뿐이었다.

 

그 시절의 지도자들도, 또한 가급적이면 겨울철 동계훈련은 물론 여름철의 하계훈련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학부모들의 추가적인 비용의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머리를 짜내어 훈련계획과 일정에 관한 연구를 거듭했었다.

 

그런데 리틀야구단 등의 유소년 야구클럽이 활성화되어 엘리트 야구선수의 지망생들이 크게 늘어나며, 최근 수년 동안 고등학교 야구부의 해외전지훈련은 물론, 중학교 야구부의 장기간에 걸친,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겨울철 지방으로의 전지훈련이 일반화 되어 버렸다. 수요자가 충족되기에 시장이 형성되는 자본의 논리가 충실하게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중고교 야구부들이 이렇게 고비용을 들여가며 장기간의 겨울철 전지훈련을 수행하는 것에 대하여, 훈련의 효율성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할까.

 

취재 중 만나 보았던 야구 지도자들과 관계자, 선수와 학부모 등 모든 이들의 의견은 찬반의 양론으로 나뉘어졌는데, 가장 인상적인 의견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의견을 피력했던 사람은 야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그러나 우리나라 체육학 권위자 중 한 사람인, 명문 H대학교 대학원에서 체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사 학위자였다.

 

그에 따르면, 야구를 비롯한 유소년과 청소년기 스포츠 선수들의 겨울철 훈련 개념은, “휴식기”라는 차원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라나는 청소년기의 선수들은 이 시기에 가장 활발한 성장을 이룬다. 골격을 이루는 뼈의 성장과 함께 근육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충분한 수면과 영양섭취는 해당 청소년의 성장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의 과도한 운동은 신체적인 성장에도 저해가 될 뿐이며, 결국 시즌 중 부상의 결정적인 사유가 된다. 굳이 필요하다면 런닝을 위주로 한 체력 보강운동과 수영 들을 통한 유연성의 개발만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하였다. 종목별 스킬을 익히는 운동은 우리나라의 기후적 환경에서, 한 겨울을 넘긴 채 기후가 따뜻해지는 시기에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그의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들의 인기 해외전지훈련지인 일본은, 야구협회 차원에서 모든 유소년과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야구부들로 하여금 매 해 1월부터 2월 20일까지는 체력 훈련을 제외한 모든 야구부의 단체훈련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모든 야구훈련과 연습시합 조차도 금지가 되며 이를 어길 시에는 대회 출전 금지 혹은 야구부를 해체까지 시키는 강력한 벌칙이 적용된다. 선수를 보호하고,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 아래서이다. 그 기간 동안 야구를 하는 것은 단지 선수 개인에 한해서이다.

 

초창기 일본으로 해외전지훈련을 떠났던 우리나라 고교 야구팀들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일본의 이러한 제도에 무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지에서 연습시합 상대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던 사례가 빈번하였다. 그만큼 우리나라 야구가 국제적인 정보와 동향에 어둡다는 증거이다. 굳이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야구에 관한 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야구 시스템과 교육체계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도 무수히 많기만 하다.

 

이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바로 이 시점에서, 작금의 유소년과 중고교 야구부의 현실을 과감하게 개선할 수 있는 계획과 실천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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