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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심 甲 윤하연, “골프선수는 제 꿈, 믿어주는 만큼 보여주고파”
자립심 甲 윤하연, “골프선수는 제 꿈, 믿어주는 만큼 보여주고파”
  • 신재영 기자
  • 승인 2017.12.23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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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인이 되면 운전면허를 가장 먼저 따고 싶어요. 어차피 제가 골프를 하는 동안에는 계속 혼자 다닐 테니까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짐도 마음대로 들고 다닐 수 있고, 움직이는 것도 지금보다는 훨씬 편해질 테니까요.”

 

성인이 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에 화장, 밤새워 놀기 등이 아닌 운전면허를 꼽은 여고생이 있다. 인천여방통고에 재학 중인 윤하연이다.

 

이름 : 윤하연

신장 : 163cm

출신 학교 : 인천 석정초등학교-인천 상정중학교-인천여방통고

 

윤하연은 골프를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을 본인 스스로 선택하고 해왔다.

 

“부모님 두 분 다 맞벌이를 하시기도 하지만 골프에 대해 잘 모르시다 보니까 제가 운동하는 것들에 있어서만큼은 저한테 다 맡기시는 편이에요. 대회도 혼자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있고, 다른 친구들 부모님 차를 얻어 타고 가기도 하고 그래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스포츠이다 보니 항상 챙길 것도 많고, 이동수단의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그러나 윤하연은 이것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시합 다니면 짐도 많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최소한의 짐만 들고 다녀요. 때로는 같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부모님 차를 얻어 타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제 가족이 아니다 보니까 아무리 편하게 있으라고 해주셔도 저도 모르게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있죠.”

 

여고생이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벅찰 것이다. 그럼에도 윤하연은 자신의 꿈을 위해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윤하연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박수 쳐주기도, 다른 누군가는 왜 그렇게 힘든 걸 하느냐 묻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윤하연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2019년이 됐을 때 아마추어가 아닌 텔레비전에 나오는 프로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직 프로 자격증을 따둔 게 없어요. 그래서 2018년에는 프로 턴을 목표로 차근차근하되, 빠른 시일 내에 정회원을 따고 싶어요. 그다음은 시드겠죠? 풀 시드를 따서 2019년에는 1부 투어에서 뵐 수 있길 희망해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게 힘들지 않았다. 더불어 자신을 늘 자랑으로 여기는 동생들이 있기에 더더욱 힘을 냈다.

 

“동생이 두 명이 있는데 바로 밑에 남동생이 SNS에 제 스윙하는 모습을 올리기도 하고, 제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우리 누나 골프선수야, 국가대표 상비군이야 등을 이야기해요. 그런 거 보면 귀엽기도 하고 부모님이 응원해주시는 거랑은 또 다른 느낌이에요.”

 

시합 전 연습 중인 윤하연의 모습

 

비록 무뚝뚝한 성격으로 동생들에게는 그저 무서운 첫째지만 내심 속으로 늘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안한 것도 더 많다는 윤하연은 “사실 대회를 앞두고는 예민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동생들이 평소보다 일찍 자고, 조용히 해주고 그래요. 시합 끝나면 오늘 잘 했는지, 몇 등 했는지 등 물어봐 줘요. 그래서 더 좋은 소식 들려주고 싶고 그런 것 같아요. 동생들뿐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그래요. 물론 부모님께서 1등을 하라거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꾸짖으시거나 그러진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돼요. 제 꿈이지 부모님 꿈이 아니니까 그저 믿어주시는 거에 감사하고, 그에 걸맞은 딸이 되고자 늘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윤하연의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드라마 미생의 한 구절이다.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님의 자부심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자식이 아니다.’

 

윤하연 또한 부모님의, 동생들의 자부심이 되기 위해 매일 같이 훈련장으로 향했다. 평소에도 고되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자신을 더 압박한다는 윤하연은 “프로님께서 늘 하시는 말이 스스로를 너무 혹사한다고 하세요. 저는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쉬자’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할 때 강도 높게 하다 보니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하세요. 특히 저는 성적이 조금 덜 나오면 평소에 치던 볼 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쳐요. 그러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죠. 그걸 본 프로님들께서는 부상을 방지하고자 말리시기도 하세요.”라고 말하며 머 쩍은 듯 웃음 지었다.

 

그 결과 윤하연은 제11회 KB 금융그룹배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 대회에서 5언더파, 211타를 기록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전국대회 우승 이후, 늘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2,3위에 만족했어야 했어요. 그러다 제11회 KB 금융그룹배 여자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 대회에서 기회가 온 거예요. 첫날, 둘째 날 선두에 이름을 올리면서 기분 좋은 스타트를 했어요. 그러다 마지막 날 대회가 크기도 하고, 이렇게 기회가 온 것도 오랜만이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머리로는 욕심 버리자 다짐했는데, 마음은 아니었던 거죠. 아무래도 우승이 뜸하다 보니 마음이 급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막판에 한 타 차로 3등에 머물게 됐는데 아쉽긴 하지만 이번에도 또 하나 배웠구나 했어요.”

 

윤하연은 지난 2016년 대보그룹배 매경아마선수권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2016년 '인천시서구청장배 학생골프대회‘에서도 우승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에는 제18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1타차로 아깝게 2위에 머물렀으며, 스포츠조선배 전국 중고등학생 골프대회에서도 2위에 머물렀다.

 

“우승을 하면 제일 안 아쉽죠. 물론 성적이 별론데 우승을 하게 되면 백 퍼센트 만족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우승인 것과 아닌 것에 차이는 있으니까요. 늘 생각하지만 2, 3위가 제일 아쉬운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아쉽게 놓치다 보니 2, 3위에 머무르는 거니까요. 차라리 TOP 10에 이름을 올리면 만족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잘 안 풀렸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렇게 말이에요.”

 

2018년이 기대되는 윤하연

 

윤하연의 중‧고교 생활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2017년은 우승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2018년은 이 모든 과정의 결과물이 쌓이고 쌓여 힘을 발휘할 예정이다.

 

날이 따뜻해지기 전까지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점차 탄력을 받고, 여름이 다가오면 자신의 진가를 필드에서 마음껏 발휘한다는 윤하연. 구력 10차가 되는 해인만큼 만족하는 경기력과 성과가 그녀를 웃게 만들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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