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은 내 운명···“제가 표현하는 감정 알아줄 때 행복해요”
바이올린은 내 운명···“제가 표현하는 감정 알아줄 때 행복해요”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1.1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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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오케스트라 악장 김동휘.... “가정형편 어려운 사람들 위한 아카데미 설립하고파”

사라사테(sarasate)의 caprice basque!!!

스페인 동북부의 바스크족 전통무곡을 소재로 한 기교적 요소가 강한 곡이다.

숫 눈 밟듯 사뿐사뿐한 정갈함과 칼바람 속에서 나부끼는 겨울새 떼의 사나운 창공음이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구걸하는 듯 애절한 선율로 시작된 바이올린 선율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도 힘겹게 그 음을 연명해나갔다. 이때쯤 끝나겠지 싶을 때 예기치 못한 대담한 도약. 절정에 이르렀다 싶었을 때 이를 뿌리치는 듯한 급하강. 얌전하지만 과감하고, 정연하지만 크게 요동친다. 때론 강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뜨거움과 차가움이 번갈아 몸을 쓰다듬는듯한 선율의 오묘한 손길에 머릿 속이 하얗게 되었다.

자신의 연주 동영상을 보여주며 해맑게 웃는 김동휘(23)씨....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의 연주라기에는 첫 느낌이 강렬해서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김동휘씨는 서울시립대 오케스트라의 concertmaster(악장)이면서 작년에는 학생회장을 역임한 우수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웃는 모습이 순박해 보여 세상 걱정 없이 자란 막내아들 같은 인상이었지만 그에게 들어본 음악 인생은 그의 바이올린 연주처럼 굴곡져 있었다.

 

1. 아파트 상가 학원에서 시작된 운명...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죠”

 

∇바이올린을 시작한 동기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6살 때 어머니가 머리 좋아지라고 아파트 상가의 음악학원을 보내주셨다. 무심코 가게된 그 학원이 나에게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바이올린이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예고에 진학하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렀다.

∇클래식 음악은 유복한 사람들이 하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돈이 많이 드는 전공인 것은 사실이다. 나 또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많이 좌절했고 힘들었었다. 음대를 가기 위해서는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레슨비가 비싸다. 보통 1시간 레슨을 받게되면 10~15만원이 든다. 악기도 천차만별이다. 나는 지금 7백만원짜리 악기를 쓰지만 중요한 대회나 입시 등에는 억대의 악기를 렌트해서 쓴다. 2억대 악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음대는 대학등록금도 비싸고 유학도 가야한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해봤나.

사실 사춘기때는 고민도 좀 했었다. 나에게는 사치라 느껴졌고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걸 포기하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2. “서울시립대, 삼각김밥으로 연명하던 나를 일으켜 세워준 곳”

 

 

∇서울시립대에 입학한 이유는

사실 서울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런데 저소득층특별전형에서 탈락을 했고 깊은 절망에 빠져있었다. 당시는 가장 경제적으로 힘들 때 였다. 삼각김밥, 초코우유로 끼니를 때워가며 싼 연습실을 전전 했었다. 그런 와중에 12월 말 서울시립대에도 음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학교가 등록금이 싸다는 것을 알고 음악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학교에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학교는 운명과도 같은 곳 인지도 모르겠다.

∇ 서울시립대 오케스트라에 대한 소개 좀 부탁한다.

최근 대학들이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보니까 오케스트라가 없는 학교도 많다. 서울시립대는 음악대학이 아닌 음악학과라서 인원이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비는 악기가 없다. 1~4학년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음악을 하다보니 서로 의지하는 사람 냄새나는 오케스트라이다. 서울시립대에는 목관5중주 앙상블팀이 있는데 음악저널 콩쿨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본인도 음악교육신문사 콩쿨에서 입상을 했다고 들었다.

'음악교육신문사' 대학생 바이올린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전체 현악부분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상을 타려고 나간대회는 아니었는데 운 좋게 입상을 하게 되었다.

∇ 앙상블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나.

‘청춘’이라는 앙상블을 하고 있다. 유학을 준비 중이거나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연주하고 있다. 나는 독주보다는 앙상블을 더 잘하고 싶다. 독주로 무대를 채우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앙상블의 조화가 주는 음악적 매력이 있다. 앙상블로 멋진 음악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3. “내 음악 애절하고 절절해.... 라흐마니노프 2번 3악장 같은 음악 하고 싶어”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매력이 무엇인가.

바이올린은 솔리스트적인 성향이 강한 악기다. 그리고 어떤 앙상블을 하던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악기다. 스트링 콰르텟(string quartet-현악4중주)에서도 리더는 퍼스트바이올린이고 오케스트라에서도 악장은 바이올린이 맡는다. 바이올린은 멜로디를 이끌고 전체 음을 감싸주고 공명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부분이 바이올린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본인의 음악적 색깔은 어떠한가.

애절하고 절절하다.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현재 나의 감정이 바이올린에 많이 묻어 나오는 편이다. 때로는 가볍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그러다보니 곡에 대한 기복도 좀 있는 편이다. 나는 표현력이 좋은 편이다. 이것은 테크닉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바이올린에 나의 감정을 싣는 것이 즐겁다. 때론 그것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흘러넘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 향후 진로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정도에 나갈 생각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유학자금을 모으는 등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다. 독일을 생각하고 있다. 그곳에서 Master과정으로 2년정도 공부를 할 예정이다.

∇훗날 어떤 연주를 해보고 싶은가.

쇼스타코비치 심포니 No.5 혹은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2번 3악장 같은 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엄청난 감동을 받는다. 나도 그런 음악을 연주해보고 싶다. 음악가는 악기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내가 표현하는 바를 관객들이 알아봐준다면 내 연주가 잘 되었다는 의미다. 애절함, 분노, 기쁨, 슬픔 등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해 줄 수 있는 연주를 하고 싶다.

 

4. “나눌 줄 아는 음악가 되고싶어... 어머니께 늘 죄송하고 감사”

 

 

인터뷰 말미에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세계적인 거장의 이름이 나오길 기대하며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그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마운 분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레슨을 할 때 레슨비를 면제해주신 선생님, 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주신 악기사 사장님 등 그분들의 도움으로 내가 있는 것” 이라며 “만일 내가 남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 만큼의 위치에 선다면 나같이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끔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싶다”라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일 불안하고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했다.

그에게는 절대 바이올린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였다. 그는 “가세가 기운 이후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투잡을 뛰시면서 나를 뒷바라지 하셨는데 남들처럼 풍족하게 뒷바라지 못해 준 것에 대해 늘 미안해하신다”라며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늘 마음 한켠에 죄송한 마음을 안고 살고 있다고 나지막히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나의 음악을 위해 절대 바이올린을 놓지않겠다” 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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