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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재권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인터뷰 - 정재권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 유준호 기자
  • 승인 2018.01.21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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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인 신일고의 특징을 살려 ‘소수정예’의 최고 팀을 구축할 것이다.”
정재권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지난 해 2017 시즌이 끝난 11월, 신일고등학교는 전임 강혁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한 후, 야구부의 새로운 감독으로 정재권(44) 전 청원중학교 야구부 수석코치를 신일고등학교 야구부의 제18대 감독으로 선임하였다.

 

정재권 신일고등학교 야구부의 신임 감독은, 1974년 생으로 서울의 백운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한 후 신일중학교와 신일고등학교 그리고 중앙대학교를 거치며 선수로서의 현역 시절을 보냈고, 부상으로 조기 은퇴한 이후에는 서울 중앙중학교 야구부 코치로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여 백운초등학교 야구부 감독, 경기도 성남의 야탑고등학교 야구부 코치, 그리고 청원중학교 야구부의 수석코치를 거쳐 2017년 11월 1일 자신의 모교인 신일고등학교 야구부의 감독에 취임하였다.

 

자상함과 강인함, 야구 이론과 현장의 지도력, 그리고 학교 야구부의 운영능력 모두를 겸비한 지도자로 야구계에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뛰어난 투수를 양성해내는 명 투수조련사로서 명성이 자자하다, 실제로 올 시즌 고교야구 좌완의 투수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두 명의 서울고등학교 재학 투수들-이교훈(서울고등학교 3학년, 좌투좌타), 박재민(서울고등학교 2학년, 좌투좌타)-이 청원중학교 재학 시절 정재권 감독에게 직접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이다.

 

모든 각급 학교의 감독과 코치들, 야구현장의 관계자들, 그리고 그가 배출한 수많은 제자들과 학부모들에게까지 훌륭한 품성과 인격으로 회자되는 정재권 감독을, 신일고등학교가 올 겨울 동계전지훈련지로 선택한 강원도 횡성의 횡성베이스볼파크로 방문하여 만나 보았다.

 

그 자신 1975년 창단된 신일고등학교 야구부의 17기 출신으로, 역대 수 세대에 걸쳐 막강했던 신일고 야구부의 신화를 만들었던 존재 중 한명이었기에, 최근 수년 이래 부침을 계속해 오는 모교의 야구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 그리고 감독으로서 수반되는 막중한 책임감을, 정재권 감독은 굳이 감추려들지 않았다.

 

▶ 감독 부임 첫 번째 동계전지훈련지로 해외가 아닌 국내, 그것도 강원도의 횡성을 선택하였다.

 

(정재권 감독) 첫 번째로는 신일고등학교 신병철 교장님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신일고등학교 야구부는 해외전지훈련을 지양하고 동계 중에는 국내에 남아서 훈련을 한다. 강원도 횡성을 선택한 이유는 기후와 훈련의 조건 때문이다. 나는 청원중학교 수석코치 시절부터 횡성으로 동계전지훈련을 왔었고, 이곳이 오히려 겨울철에 훈련하기 적합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기온도 의외로 따뜻하지만 무엇보다도 훈련장(횡성베이스볼파크)의 지리적인 위치가 사방에서의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겨울 바람은 야구라는 종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두 개의 야구장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실내연습장 시설도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단 하나의 문제는 눈이 오는 것인데, 알다시피 강원도에는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린다. 그런데 반대로 강원도의 제설에 관한 노하우와 장비는 우리나라 여러 지역 중에서 최고이다. 지난 주에 눈이 많이 내렸는데, 모두 이곳 관공서의 관계자 분들이 눈이 그치는 즉시 제설을 해주어 다시 편하게 훈련할 수 있었다. 강원도 횡성은 정말 동계전지훈련으로 훌륭한 장소이다.

 

▶ 이제 감독으로 부임한지 석 달째이다. 감독이 바라보는 올 시즌 신일고 야구부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정재권 감독) 동전의 양면과 같은 점이 신일고 야구부에 존재한다. 바로 선수의 인원수와 관계된 문제이다. 현재 신일고등학교는 학년별 선수 인원수가 각 열 명인데, 이렇듯 언제나 선수들의 수가 적다보니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저학년 때부터 경기의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게 장점인 요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투입해야 하는 선수들은 또 너무 경기 경험이 없는 채로 투입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점의 요소이고, 이 두 가지 장단점이 언제나 신일고의 경기에 중복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투수의 경우, 우리는 현재 3학년이 되는 투수들이 3명이고 2학년이 4명이다. 그리고 올 시즌부터는 투수들의 투구수를 제한하는 룰이 적용된다. 결국 신일고의 경우 7명의 투수 전원은 물론이고 신입생 투수들까지 바로 실전에 투입해야 할 경우가 부지기수로 생길 것이다. 장점이라면 선수들은 실전 경험을 일찍 쌓게 되지만, 반대로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실전에 투입되어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경기 중 어이없는 실수가 나올 확률이 커지고, 경기력에 기복이 생길 것이다. 그러한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감독인 나의 역할이고, 동계훈련 과정에서 이를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 청원중학교 야구부의 수석코치 시절에 당시 중학교 야구의 넘버원으로 꼽히던 왼손 투수 두명을 지도하여 키워냈다. 좋은 투수는 어떠한 투수라고 생각하는가.

 

(정재권 감독) 단지 투구의 스피드만이 좋다고 훌륭한 투수는 아니다. 그러한 투수는 피칭머신에 불과하다. 좋은 투수는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투수의 능력은 한 마디로 ‘경기운영’이다. 나는 투구의 스피드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지 않는다. 좋은 투수는 컨디션이 어떤 상황에서도 기복이 적어야 하고, 2점을 내줄 상황에서 1점으로 막거나, 아니면 점수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자와의 승부뿐만 아니라 주자가 있을 때 투수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반드시 인지하여야 한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투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투구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고, 번트 수비에 능해야 하며, 타자와의 상대는 물론 주자의 견제에도 능해야 한다.

 

넥센히어로즈 투수인 하영민의 예를 들어보자. 광주진흥고 재학 시절 2012년 대통령배 결승에서 신일고와 우승을 놓고 승부를 겨루었는데, 당시의 신일고 투수는 이윤학(기아타이거즈)이었고, 거의 모든 예상이 당시 넘버원의 강속구 투수 이윤학이 선발로 나설 신일고의 우세였다. 진흥고의 하영민은 압도적인 구위와 볼스피드를 갖춘 투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신일고는 하영민에게 단 3안타만을 기록했을 정도로 그에게 타선이 묶여버렸었다. 투구의 완급조절에서 신일고 타선이 말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야구를 잘하려면 수비가 완벽할 정도로 좋아야 한다. 그리고 그 수비를 잘하기 위해서는 투수와 내외야 수비수들이 상호 보완 작용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강팀이 될 수가 있다. 그러한 수비의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코칭스탭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동계전지훈련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정재권 감독) 야구에 있어서 나의 지론은 “체력우선”이다. 이는 초등학교 감독부터 중학교 코치에 이르기까지 유소년과 청소년야구 연령대의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경험한 바에 의한 것이다. ‘체격’이 아닌 ‘체력’이 좋은 선수들이 결국 야구를 잘하게 된다. 그리고 체력이 좋은 선수는 부상을 당할 확률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감독 시절부터 동계훈련 때면 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체력훈련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런닝이다. 런닝은 전신운동이고 신체에 별 무리를 주지 않은 채로 상, 하체의 근육과 관절들을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훈련이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학교 야구부들이 체력훈련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크다. 당장 시즌이 시작되면 성적을 올려야 하고 성적을 올리려면 체력훈련보다 기술훈련이 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우리 신일고는 이번 동계전지훈련 중에도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을 병행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두 가지 프로그램을 수행해야 하는 선수들의 고생이 많겠지만 선수 본인과 팀의 시즌 운영을 위하여 이 강훈련을 버텨주기 바랄뿐이다.

 

▶ 신일고의 경우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라는 것도 야구부 인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사고인 신일고에 입학한 야구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는가.

 

(정재권 감독) 일단 신일고 출신인 나조차도 감독으로 부임한 후 야구부와 관련하여 깜짝 놀란 것이 있었다. 바로 신일고 총동문회와 학교의 야구부에 대한 후원과 지원이었다.

 

올 해 신일고등학교 총동문회는 야구부 선수들에 대한 장학금을 2,700만원이나 후원을 한다. 작년 1,800만원에서 상당한 액수가 증액된 것이다. 야구부에 대한 동문 선배들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동문 대선배이신 총동문회의 박용원 회장님(6회)과 박윤모 사무총장님(6회)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학교와 신병철 교장님의 후원도 정말 감사하다. 신일고 야구선수들은 모든 등록금이 면제됨과 동시에 유니폼과 스파이크, 기본적인 장비 일체가 수량에 상관없이 모두 지원이 된다. 액수와 가치를 떠나서 신일고 야구부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동기부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 외부에서는 몇 년 전 신일중학교 야구부가 해체되고 신일고등학교가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막강했던 신일고 야구부의 위상이 많이 위축되었다고 평가받는다. 감독의 생각은 어떠한가.

 

(정재권 감독) 신일중학교 야구부의 해체가 신일고 야구부의 경기력과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일중학교에서 많은 선수들을 연계하여 선수 수급을 받았지만 언제나 실력이 최고인 선수들만 진학해 온 것은 아니었다. 신일고가 전국대회 우승 등 훌륭한 성적을 올릴 때에도 선수단의 수가 언제나 타 학교와 비교해서 적은 인원이었고, 당시 최재호 감독(현 강릉고 감독)등을 비롯한 전 감독들은 발품을 팔아가며 중학교 야구의 선수와 지도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재질과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신일고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였다.

 

나는 신일고 감독 부임 직전까지 최근 5년 동안 청원중학교 야구부에서 수석코치로 재직했었고,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중학교 야구에서의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인적 현황을 많이 파악하고 있는 상태이다. 얼마 전에도 프리시즌의 중학교 야구대회가 열렸던 강원도 속초와 동해지역을 찾아 가 중학교 야구선수들을 열심히 파악하고 돌아왔다.

 

자사고인 신일고는 그러한 선수선발에서 오히려 강점이 있다. 진학 희망의 대상 선수 중에서 선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좋은 선수들이 신일고로의 진학을 희망하느냐는 것인데, 그러한 선수들을 확보하는 것이 감독인 내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선발 인원이 적은 것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타 학교의 팀으로 진학하는 것 보다 신일고등학교 야구부로 진학하면 누구보다 더 먼저 경기에 나가 실전을 경험하며 선수 본인의 커리어를 일찍부터 쌓아갈 수 있다. 선수선발 과정에서 이 점을 확실하게 어필하려 한다.

우리는 자사고인 신일고의 특징을 살려 “소수정예”의 최고 팀을 구축할 것이다.

 

▶ 올 시즌의 목표는 무엇인가. 학교와 총동문회의 지원만큼 기대도 높을 것인데 그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정재권 감독) 일단 나는 신일고 야구부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나의 지도자 커리어로는 마지막 직책이라는 각오를 하였다. 실질적으로 나는 신일고 역대의 감독 중에 가장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나에게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긴 이유를 나는 두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는 내가 중고교를 비롯한 아마야구의 현황과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그러한 인식을 토대로 하여 야구부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현역 은퇴 후 초등학교 감독과 중학교 코치 등의 경험을 쌓아 모교인 신일고 감독으로 왔다. 결국 감독으로서 내가 수행해야 할 임무는 신일고 야구부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며 재학생 선수들의 실력과 경기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 선수들은 현장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재능과 실력이 훌륭한 선수들을 끌어 모아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일고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며 더 높여야만 한다. 올 시즌 우리의 목표는 전국대회 4강이다.

 

▶ 인터뷰에 감사하다.

 

(정재권 감독) 감사하다.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코칭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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