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혹사’ 없어진다·· 올해부터 투구 수 제한 본격 시행
고교야구 ‘혹사’ 없어진다·· 올해부터 투구 수 제한 본격 시행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1.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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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유망주들의 건강이 최우선의 가치···단점 보완할 것”

<사례1> 충암고 좌완투수 김재균은 2017년 봉황대기 기간 동안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충암고의 7번의 경기 중 6경기에 출전했고, 팀의 57이닝 중 45⅔이닝을 책임졌으며 5일 동안 무려 437개의 공을 던졌다.

 

<사례2> 2013년 4월 7일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상권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대구상원고 이수민은 10이닝 동안 삼진 26개를 기록하며 고교야구 한경기 최다탈삼진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날 이수민은 162개의 공을 던졌다.

 

<사례3> 20006년 청룡기 결승에서 이상화의 경남고와 정영일의 광주진흥고가 맞붙었다. 이상화는 14회 1아웃에서 이재곤에게 마운드를 넘기기까지 162개의 공을 던졌고, 정영일은 16회까지 222개의 공을 던지며 홀로 마운드를 지켰다.

 

본 이미지는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위의 사례들을 관통하는 핵심키워드는 ‘혹사’다.

고교야구에서 혹사는 매년 데자뷰처럼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다. 늘 많은 비판이 존재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병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교야구에서 더 이상 이런 장면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올 시즌부터 고교야구에서 ‘투구 수 제한 및 강제휴식’ 규칙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고교야구 투구 수 제한 이번 시즌부터 본격화··· 105개 이상 투구 금지

 

작년 초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이하 대한야구협회)는 TF팀을 구성, 유소년 꿈나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투구 수 및 강제 휴식일 의무 조항이다.

가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고등부를 살펴보면 한게임 최다 투구 수가 대폭 낮아진다.

기존에는 130개가 한계 투구 수였고, 130개 이하라면 연투도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투수 한 명이 하루에 105개를 넘겨 투구 할 수 없다. 그리고 투구 숫자에 따른 휴식일 기준도 명확하게 했다. 30개까지는 연투가 가능하지만, 31~45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면 1일, 46~60개는 2일, 61~75개는 3일, 76개 이상의 투구 수를 기록하면 4일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단 노히트노런/퍼펙트게임 등을 이어가고 있을 때는 예외로 한다. 그 기록이 깨지면 즉각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

대한야구협회 김용균 사무처장은 “이번 규칙은 단시간에 결정된 것이 아니다. 2016년부터 국제대회에서도 투구 수 제한 규정이 꾸준히 내려왔고 국내에서도 계속적으로 논의 된 사항이다. 그러다 새로 회장님이 오시고(김응용 회장) 프로와 아마의 TF팀을 구성을 하게 되었고 유소년 육성을 본격 논의하게 되었다. 수많은 토론과 고교 간담회 및 지도자 공청회 등 많은 논의를 거쳐서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투수들의 완투·연투 금지··· 유망주 혹사 사라진다.

 

이 규칙의 시행은 고교야구에 만연한 유망주 혹사를 근절하겠다는 협회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 다름 아니다. 김 사무처장은 “이 규칙의 핵심은 투수들의 어깨보호에 있다. 협회도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유망주들의 건강이 최우선의 가치” 라고 밝혔다.

 

지도자 간담회(출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고교야구는 한 개의 주말리그와 몇 개의 전국리그로 운영이 된다.

주말리그는 일주일에 한번 경기를 하게 되고 전국대회는 보름동안 4~5경기를 치루는 식이다. 문제는 전국대회다. 토너먼트 형태로 치러지는 전국대회로 상위로 올라갈수록 승리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다. 대입, 학교의 명예, 선수들의 프로 드래프트 등 많은 것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유망주 선수들의 혹사가 사라지게 되면 프로야구단으로서는 환영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프로팀들의 신인 지명 투수 41명 중 어깨통증 및 수술병력이 63.4%(26명), 팔꿈치 통증 및 수술병력이 75.6%(31명)이었다. 어깨나 팔꿈치가 아프지 않고 수술 이력이 없으며 투구시 통증도 없는 건강한 신인 투수는 고작 4명뿐이었다. 

김 사무처장은 “모든 선수는 꿈이 프로다. 프로에서는 아마추어에서 너무 혹사를 당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아마야구협회가 피해를 많이 봤다. 마치 모든 지도자들이 성적을 위해서 선수들을 혹사시키고 희생시키는 양 조성 되고 있는 이런 분위기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법안으로 그런 의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이런 노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전 OB베어스 투수 출신이면서 현 인천대 평생교육원 야구부 감독인 김종신씨는 “투수의 어깨는 한계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투수를 해왔던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연투에 심각하게 망가진다. 투수들의 연투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이번 규칙이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분배 될 것”

 

고교야구는 에이스에게 가중되는 부담이 크다. 특급 선수 한 명이 팀을 이끌어 가는 사례는 많다. <사례1>의 김재균이나 <사례3>의 정영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에이스에게 의존하는 경기운용은 할 수 없다.

이는 다양한 선수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처장은 “이제는 고교야구도 선수 육성이 중요하다. 단순히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그 선수에게 의존하는 것만이 아닌 전체적인 팀 전력을 끌어올려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분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제 투수들은 고학년 중심의 마운드 운용을 탈피해서 재능 있는 투수들이라면 저학년 선수들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재권 신일고 감독 또한 “이번 시즌은 전 학년의 투수가 충분한 기회를 얻을 것이다. 야수들도 투수로 투입되어 짧게 이어 던지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야구협회 “유망주 보호 위한 추가 규칙 준비 중”

 

겨울철 야구부 동계훈련

투구 수 제한이 끝이 아니다.

대한야구협회는 투구 수 제한 이외에도 유망주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규칙을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동계시즌 연습경기 금지 규칙’ 이다. 추운 겨울철에 공을 던지면 부상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아예 연습경기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김 사무처장은 “대회마다 감독자 회의 등에서 이 법안들이 다뤄질 예정이다. 12월, 1월 등 요즘 같이 날씨가 추울 때 연습경기 자체를 금지하는 규칙은 이른 시일 내에 공식적으로 공표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동계훈련 기간 내 연습경기 금지’는 지난해부터 연내에 세부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협회에서 밝혀왔던 사안이다.

이에 대해 정재권 감독은 “양면성이 있을 것이다. 부상방지 측면에서 겨울철 연습경기를 금지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아직 학생선수들이기 때문에 연습경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처럼 해외에 나가서 훈련하거나 개인훈련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날씨가 따뜻해지는 3월, 4월에 연습경기를 할 수 있으려면 개막 시기가 지금보다 더 늦춰줘야 한다고 본다. 5월 이후로 변경을 해야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대한야구협회는 2016년부터 2년간 일시적으로 허용했던 전국중학야구대회 지명타자 제를 2018년부터 폐지하고, 고등부 금속(비목재) 배트 전환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TF팀에서 지속적으로 연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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