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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김재식 감독 “정현 큰 일 해냈다···너무 대견하고 기특”
국가대표 김재식 감독 “정현 큰 일 해냈다···너무 대견하고 기특”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1.29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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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치는 테니스로 전환···주니어 시절 이기는 테니스 버려야”

김재식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51)은 상기되어있었다. 

정현의 예상 밖 선전 때문이었다. 기자를 보자마자 “현이로 인해서 테니스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기사 좀 많이 써달라” 라고 말하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제자 정현과 테니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현이 로저 페더러와의 결전을 4시간여 앞둔 1월 26일 오후,  그를 진천선수촌 실내 테니스코트 감독실에서 만났다.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재식 감독

 

“정현 대견하고 기특해.... 아직 서브는 더 보완해야”

 

▽한국 최초로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른 세계랭커가 나왔다. 소감한마디

그랜드슬램 대회 4강은 엄청난 것이다. 개인으로서도 대단하고 한국테니스의 경사다. 현이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너무 기특하다.

 

▽정현의 선전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11월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인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가 있었다. 그 대회에서 우승 한 것이 크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는 어떤 점이 좋아졌나.

작년 9월에 데이비스컵을 했을 때 보다 포핸드가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네트플레이를 했을 때 발리를 굉장히 잘하더라. 기술적으로는 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다리를 찢으면서 하는 샷이 정말 좋더라. 

그래서 테니스는 하체가 정말 좋아야 한다. 하체를 찢으면서 하는 그런 공을 많이 쳐야하기 때문이다. 하체가 부실하면 그런 공이 전부 네트에 걸린다. 정현의 장점 중 하나가 엄청난 하체이다.

 

▽정현이 Top10의 랭커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더 보완을 해야 할까.

서비스가 더 좋아져야 한다. 아직은 세계적인 선수들보다는 떨어진다. 첫 서비스가 190~195km/h정도 나오는데 200km/h 이상은 나와야한다. 그리고 첫 서브 확률이 60% 정도만 나와 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빨리 정현의 뒤를 이을 인재가 나와야 한다.

현재 랭킹과 분위기는 권순우와 이덕희가 가장 좋다. 이덕희는 프로로 계속 투어를 뛰고 있는데 아직 예상 밖으로 차고 올라오는 탄력이 더디다. 권순우는 작년 3월에 데이비스컵에 처음 나왔는데 현재 몸도 빠르고 포핸드 등 공에 파워도 있고 감각도 좋다. 경험이 쌓이는 올해 기대해 달라.

 

“빨리치는 테니스로 전환···주니어 시절 이기는 테니스 버려야”

 

 

▽감독님의 선수시절을 간단히 알려 달라.

나도 10년 정도 국가대표를 했었다. 그때는 서키트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서키트 대회는 4주 대회를 뛰어서 거기에서 점수를 주고 그 점수를 바탕으로 랭킹이 책정된다. 서키트 대회에서 꽤 많이 우승했다. 세계 랭킹이 270위정도 까지 갔었던 것 같다.나도 지금처럼 이렇게 투어를 많이 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세계 100위권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가면 부진한데 원인이 무엇일까.

성인이 되었을 때 몸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가 없다. 체격이 좀 아쉽다. 권순우, 홍성찬 등 모두 테니스 실력은 우수하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체격이 서양 선수들보다 작다는 것이다. 특히 어깨가 서양선수들보다 약하다. 거기서 오는 차이가 크다고 할 수가 있다. 서비스 싸움과 스트로크 싸움에서 밀린다. 뒤로 밀리는 순간 끝이다.

 

▽한국이 서양과 겨루려면 어떤 테니스를 해야 하는가.

단기적으로는 빨리 치는 것이다. 니시코리 게이의 장점도 빠른 테니스를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맞는 공격적이고 특성화된 테니스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니어때 이기는 테니스를 많이 가르친다. 그런데 외국은 이기기보다는 공격적인 테니스를 가르친다. 우리도 교육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특화되고 공격적인 테니스를 추구해야한다. 일례로 “너는 체격이 작으니까 베이스라인에서 꼭 붙어서 플레이를 해라” 하는 식으로 말이다.

 

▽현재 대표 팀 훈련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서비스다. 현재 세계테니스의 트렌드는 ‘서브로 시작해서 서브로 끝나는’ 테니스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량이 비슷한 선수들끼리는 서비스 게임을 어떻게 지켜내느냐에서 승부가 갈린다. 가장 많이 보이는 6-4, 6-3스코어가 그것이다. 내 손에 공을 들고 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이 서브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서브 훈련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국테니스가 발전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뭐가 있을까.

인재풀이다. 어떤 스포츠 던 천성적으로 소질이 있어야 한다. 특히 테니스는 체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테니스에는 등급으로 따지면 C급 인재들이 많이 온다. A급이나 B급은 돈이 많이 들더라도 야구, 축구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정현의 우승이 중요하다. 어제 식당에 갔는데 주인할머니가 “정현 쟈는 돈방석에 앉았네”라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테니스에 대한 인식이 바꿔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테니스가 저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다.

 

▽단식과 복식 선수의 소질은 어떤 차이가 있나.

우리나라와 세계와는 차이가 있다. 세계적으로는 복식 전문 선수를 키우는 추세다. 일례로 우리가 다음 주에 맞붙는 파키스탄만 해도 단식랭킹은 없는데 복식 랭킹이 30위권인 선수들이 있다. 우리는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힘들다. 복식은 서비스, 리턴, 발리가 좋아야한다. 스트록은 거의 칠 일이 없다. 단식은 스트록이 90%를 차지하니까 성향이 완전히 틀리다. 여담이지만 최근 정현의 발리가 몰라보게 좋아진 것은 복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정현은 복식도 굉장히 잘하는 선수다.

 

“올해 목표는 데이비스컵과 아시안게임···정현, 이덕희 합류여부가 중요”

 

진천 실내테니스장에서 연습중인 국가대표 선수들

 

▽데이비스컵의 목표는

월드그룹을 노린다. 정현이 뛰어준다면 월드그룹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정현이 투어 스케줄이 많아서 일정을 봐야 할 것 같다.

 

▽당장 다음 주 파키스탄전 전략은 어떻게 되나.

정현, 이덕희 등 선수가 많이 빠져있다. 홍성찬, 권순우, 김영석, 황민종 등을 데리고 해야 한다. 파키스탄은 천연잔디에서 경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천연잔디가 없다. 적응의 문제가 있다. 전력 적으로는 우리가 크게 밀리지 않는데 어웨이 경기라는 변수가 있다. 그리고 그쪽은 나이가 36~37정도 되는 선수가 2명 이상이 되는데 올해부터는 룰이 5세트가 아니라 3세트제로 바뀌었다. 외부적인 환경은 불리하다.

 

▽아시안게임은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는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은 단체전이 없다. 정현이 뛰어준다면 단식과 복식을 모두 노려볼 수 있다. 다만 그때는 US오픈하고 시기가 겹친다. 만약에 그랜드슬램만 없으면 정현도 아시안게임과 데이비스컵을 뛰어줄라고 할 것이다. 정현이 못 뛰어준다고 해서 아쉽거나 한 것은 전혀 없다. 본인의 커리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은 국민들도 이해를 해주실 것이라 생각된다.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을 한마디만 해 달라.

선수들의 의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환경적으로 내가 뛸 때에 비해 너무 좋은 여건이다.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자꾸 돈을 쫓아가는 것 같다. 이 팀 저 팀으로 옮겨 다니며 돈을 쫓아가기보다 내가 열심히 해서 선수생활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안주하지 말고 자비를 털어서라도 외국 투어에 나가보는 도전정신이 많이 아쉬운 것 같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절대 자기 돈을 투자해서는 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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