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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 모두 함박웃음··· 샌드아트·비보이·뮤지컬 등 성료
아이와 어른 모두 함박웃음··· 샌드아트·비보이·뮤지컬 등 성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1.31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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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주관 제 4회 소화제 열려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주말. 집에서 쉬고 싶을 법도 한데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이라온(13)씨는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어린아이임에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 없이 무대가 끝난 후 싱긋 웃으면서 기자의 인터뷰에 응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제 4회 소화제 <샌드아트 및 춤이지 공연>

 

1월 27일(토) 서울 응암동에 위치한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는 오전부터 북적북적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가 주관하는 제 4회 소화제(소통과 화합의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어린아이들의 열기만큼은 예술의전당 못지않게 뜨거웠다.

‘서울시창의예술교육센터’는 4년 전에 만들어졌다. 국민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세계화교육문화재단이 컨소시엄을 해서 운영위탁을 맡고 있고 대표는 이승묵 국민대 교수, 변승욱 국민대 교수, 이인학 서울시립대 교수가 맡고 있다. 방학 전에는 담임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방학 때는 겨울방학특화활동으로 월수금 3주 동안 교육을 진행하고 발표회를 여는 형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50여명의 학부모님들로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찬 5층 하늘공연장은 1부 샌드아트, 전자오케스트라, 세계의 타악 2부 비보이 공연 3부 연극 및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오랜만에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이번 공연을 총괄한  국민대교수겸 세계화교육문화재단 대표 이승묵 교수는 “이번 공연은 장마당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환호하고 싶은 사람은 환호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은 즐기고 사진 찍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만든 공연인 만큼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제 4회 소화제 <뮤지컬 공연>

 

이번 공연들을 관통하는 공통 테마는 ‘추억’과 ‘화합’이었다. 88서울올림픽을 주제로 했던 샌드아트나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적 흐름을 묘사한 뮤지컬 등은 왠지 모르게 주제들과 잘 맞는 듯 했다. 특히 독일로 돈을 벌로 간 간호사와 광부들을 묘사한 장면, IMF를 묘사한 장면이나 시위도중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이한열 열사를 묘사한 장면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이날 공연을 지켜본 한 학부모는 “내가 살아온 생을 내 아이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말했다. 이 날의 공연은 선생님들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다. 대본도, 배역도 시나리오도 전부 아이들이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의 강사들은 특이하게도 교사자격증이 있는 강사들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실제로 현장을 뛰는 예술가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고자 했다. 내가 아는 걸 애한테 주입하는 것이 교육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정답을 주지 않는다. 기본적인 스킬은 가르쳐주되 아이들이 알아서 다 하게 한다. 무언가를 주입하고 정답을 제공한다는 패러다임을 벗어나고 아이들 또한 무언가를 배운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 말 그대로 유희를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 이번 공연의 취지”라고 그는 설명한다.

실제로 이날 아이들이 보여준 공연은 일반 제도권에서 볼 수 있는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표현해내기는 너무 무거운 주제였고, 또 호흡이 맞지 않아 어색함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길고 참혹했던 역사의 질곡이 가져다주는 묘한 하모니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이 교수는 “예술가들은 교사들에 비해서 색깔이 훨씬 진하고 훨씬 뾰족하다. 예술가들이 아이들의 창의성과 조합해서 나오는 결과물이니 뭔가 색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 연극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정선씨(32)는 20대 때부터 강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연극반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로 구성되어있다. 연령층이 다양해 배역을 정한다던가 화합을 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연극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배역이 필요해서 더 좋았다고 그녀는 웃으며 말한다.

이번 공연을 만든 과정에 대해서 물으니 “내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쭉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하고 싶은 신을 물어본다. 일례로 오늘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이한열 열사를 묘사한 장면도 아이들의 의견에서 나온 것이다. 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글로서,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한다. 그렇게 써온 시나리오를 우리가 대본 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이 연극이 만들어지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제 4회 소화제 <비보이 댄스 공연>

 

학생들의 도전정신은 비보이 댄스에서도 잘 나타났다. 비보이 댄스는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사람을 던지거나 받고, 바닥에 쓰러져서 도는 기술 등은 웬만큼 춤에 능통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어보였다. 그러나 현직 비보이 댄스로 활동하고 있다는 유명훈 강사는 이런 우려에 대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들이 생각만큼 소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위험한 동작이나 기술에 여자아이들까지도 전부 지원해서 본인 스스로가 당황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해서 교육을 받은 학생 중 몇몇은 예술적 재능을 꽃피워서 예술가의 계통으로 나가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 학생이 안양예고에 붙었다며 나에게 찾아왔다”라고 말하는 이정선 강사. 그녀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스쳐지나갔다. 이명훈 강사 또한 “이 안에서 춤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서 그쪽으로 나간 학생도 있다. 지금은 유명 비보이 팀에 속해있는 제자도 있다”고 자랑한다.

이 교수는 이러한 선순환 효과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의 재능이 뭔지도 모르고 삶을 살아간다.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예술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활동을 직업과 연관시키고 싶어 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희’라는 단어로 이 활동을 정의하고 싶어 했다. 꼭 직업으로 가지 않더라도 이 활동을 통해서 삶의 활력소가 되고 혹은 이것이 평생의 취미로 이어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및 연극 공연을 담당한 이정선 강사

 

이정선 강사 또한 “이 교육의 좋은 점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예술적 욕구를 발산하고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설령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은 저작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알프레도 카뮈의 생을 예로 들며 놀고 일하고 연대하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 피력한다. 특히 일과 놀이와 사랑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이뤄서 살아가는 ‘연대’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서 서로 희생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승목 교수의 말과 “언니오빠들이 너무 잘 대해줘서 그다지 힘든 점이 없었다. 라고 말하며 아빠의 품으로 뛰어드는 이라온씨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오버랩 되며 기존의 제도권 교육과는 차별화된 일과 놀이와 연대가 함께하는 새로운 교육의 형체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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