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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 노장 김영직, 모교에 왕관 씌우는데 고작 10개월이면 충분했다
[봉황대기] 노장 김영직, 모교에 왕관 씌우는데 고작 10개월이면 충분했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8.2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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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1일 처음 부임해 10개월 만에 휘문고 우승
- 작년 포철고의 사상 첫 결승진출 이끌었던 명장
- 폭력 사태 아픔 떨쳐내고 휘문고에 끈끈한 이미지 심어 넣는데 성공
- 이민호 서울권 전체 1번 지명, 이틀 뒤 2차 드래프트서도 박주혁‧오규석‧문상준 등 기대

김영직 감독이 부임하던 작년 11월 1일. 휘문고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팀 성적도 매우 안 좋았고, 대학 진학‧프로 진출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나마 김대한이 이정후‧안우진에 이어 3년 연속 1차지명을 받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무엇보다 안우진 폭력 사태로 대외적인 이미지가 최악이었다. 그렇게 휘문고는 감독 포함 코칭스테프가 전원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고 그런 상황에서 김영직 감독이 부임했다. 포철고에서 성공을 거둔 뒤 모교로 팀을 옮기는 고교야구에서는 몇 안 되는 케이스였다.    

 

 

휘문고 김영직 감독, 아마추어 첫 우승

 

 

김영직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차분하게 팀을 바꾸어갔다. 
무엇보다 휘문중과의 관계가 상당히 좋아졌다. 현재 휘문중, 휘문고의 경기가 있으면 항상 박만채 감독과 김영직 감독이 방문한다. 이날 8월 24일 봉황대기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박만채 휘문중 감독 휘하 코칭스테프가 총출동해서 휘문고를 응원했다. 박 감독은 “최근에는 서로 양보하는 분위기다. 감독님이 인자하셔서 전혀 문제없이 지낸다”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휘문중의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휘문고로 영입되었다. 이번 봉황기 우승의 주역인 대형 내야 유망주 신민철, 결승전의 주역 조민성, 유격수 엄태경, 좌완 조원빈이 모두 휘문중 출신이다. 현재 휘문중 3학년의 우수 선수들도 대부분 휘문고를 지망하고 있다.

 

 

휘문고에 포철의 DNA를 이식한 김영직 감독

 

 

팀워크도 상당히 좋아졌다. 작년만 해도 휘문은 좋은 선수들이 모이기는 했으나 뭉치기 힘든 팀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졌다. 이는 김영직 감독 또한 수긍했던 부분이다. 김 감독은 “내가 포철에 있을 때 휘문고 합동 훈련을 한 적이 있다. 뭔가 정말 어수선하더라. 거기에 포지션이나 역할에 대한 개념도 부족했다. 내가 처음에 와서 자기 포지션에 서보라니까 내야수 4명이 전부 유격수 자리에 서더라”라고 본지와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참조 -  11월 11일 [휘문고 김영직 신임 감독 “때릴 일 있으면 내가 처리할테니 나한테 이야기하라고 했다"] )

 

 

봉황대기 첫 우승 직후 단체 사진

 

 

김 감독은 작년 포철고의 사상 첫 전국대회 결승진출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포철고는 소수정예지만 끈끈한 팀워크로 정평이 나있던 팀이었다. 김 감독은 적극적으로 포철의 DNA를 휘문에 이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 감독은 “나는 오늘 (김)기준이에게 쉬라고 했다. 3할을 맞춰놨기 때문에 원서를 위해서 쉬라고 했는데 나가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는 시킨 적이 없는데 선수들이 알아서 머리를 짧게 깎고 나왔다”라고 말한다. 전에는 없었던 풍경이다. 그 결과 휘문은 에이스 이민호가 없는 상태에서 2학년 최고 좌완 김진욱이 버티고 있는 강릉고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김 감독은 우수한 1학년들을 개막전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조민성‧신민철은 1학년이면서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좋은 선수로 성장했다. 엄태경‧강산도 심심치 않게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주축으로 자리잡은 하위타선의 핵 신민철
올해 주축으로 자리잡은 하위타선의 핵 신민철

 

 

올해 프로 진출 성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호가 4년 연속 1차지명을 받으며 서울 전체 1번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오규석‧박주혁‧문상준. 신효수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휘문의 엄문현은 경기가 끝난 직후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삼진을 4개나 당한 것에 대한 마음고생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휘문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김영직 감독은 “내 예상 보다 우승을 너무 빨리했다. 이제 은퇴해야하나?”라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더그아웃 한켠에서 환호하는 제자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휘문고에 왕관을 씌우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10개월에 불과했다

 

 

김영직 감독은 휘문고가 종로에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을 당시 학교에 다녔던 휘문고 원로다. LG트윈스에서 선수‧코치‧2군 감독 등으로 25년을 재직했다. 현역 고교 감독 중 김영직 감독보다 선배는 세 손가락에 꼽는다. 말 그대로 백전노장이다. 

그는 본지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휘문의 부활을 이끈 후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프로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의 능력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가 모교인 휘문고에 왕관을 씌우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10개월에 불과했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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