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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여고 안철호 감독 “아이들 나의 전철 밟지 않길… 기본기 가장 중요해”
인성여고 안철호 감독 “아이들 나의 전철 밟지 않길… 기본기 가장 중요해”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06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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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관왕 가장 기억에 남아…올해의 전략은 강력한 수비”

안철호 감독은 인성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2009년에 인성여중에 부임했고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인성여고를 맡고 있으니 사실상 인성人이라고 표현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했다. 안철호 감독은 자신만의 확고한 지도철학을 갖고 있었다. 근시안적이 아닌 장기적인 지도철학 말이다.

그와 40여 분간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기본기’였다. 물론 학생농구를 지도하는 감독들 중 기본기를 소홀히 하는 감독들은 없으나 안철호 감독은 유독 기본기에 대한 집착이 심한 듯 보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나의 경험 때문” 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농구를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고 한다. 건국대를 나와서 SBS - 현대 - 모비스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상무를 다녀온 후 농구를 그만뒀다고 한다. 그는 농구를 워낙 늦게 시작했기에 기본기가 부족했고 그것이 농구를 길게 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본인의 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우리 아이들은 더 길게, 오랫동안 농구를 하기를 바란다는 안철호 감독. 그것을 위해서는 기본기가 중요하단다. 그의 진정성 있는 말에서 왜 인성여고가 고교 농구의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듯 했다.

 

인성여고 체육관에서 만난 인성여고 안철호 감독

 

▼인성여고는 여자 농구 명문이다. 유명한 선배님들 소개 좀 부탁한다.

지도자인 저보다도 훨씬 선배이신 정은순 선배님, 유영주 선배님, 이종애 선배님도 계시고 이승아 선수도 있고 그 외에도 국가대표 급은 아니지만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선배님들이 가끔 와서 돈을 걷어서 고기를 사주신던가, 운동용품을 사주신다던 가 하는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계시다.

 

▼김영란 법 때문에 수업을 다 들어야 하는데 힘들지 않나.

우리 때는 운동을 수업을 안 들어가고 새벽 오전 오후 야간까지 훈련을 다 했다. 그때에 비하면 애로사항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또 잘 적응이 되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우리는 점심시간 때 잠깐 운동을 하고 오후에 수업 끝나면 하는 편이라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인성여고의 올해 전력은 어느 정도인가.

첫 대회를 나가봐야 어느 정도 두각이 나타난다. 작년에 해줬던 아이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작년에 비해 전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작년에도 좋은 성적을 냈으니까 올해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하고 있다.

 

▼기본기 훈련은 어떤 훈련을 많이 하는가.

자세를 중요시 한다. 패스, 드리블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농구의 전 부분에 걸쳐서 기본기 훈련을 많이 시키는 편이다.

 

▼인성여고의 비장의 수비는.

일단은 맨투맨이다. 어차피 학생이고 앞으로도 운동을 해나가야 되기 때문에 가장 기본은 대인방어가 돼야 한다. 그것을 충실히 잘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맨투맨을 잘해야 존이라던가. 기타 수비도 잘 된다.

 

수비훈련 중인 인성여고 선수들

 

▼학생때 너무 많은 패턴과 기본기에만 충실해서 창의성이 실종된다는 지적도 있다.

내 생각을 말하면 그런 약속된 플레이를 함으로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게 되고 나오게 된다. 그 패턴을 하나 만들어서 길 대로 가게 되면 패턴을 안 했을 때도 움직일 수가 있다. 안 좋게보면 시키는 대로만 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안에서 보고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 40분 내내 패턴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기만 잘되어있으면 충분히 그 안에서도 창의력 있는 농구를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학생 때 너무 아이들을 풀어놓았을 때의 단점도 봐주셨으면 한다.

 

▼예민한 여자 선수들이니까 엄하게 지도하기 힘든 면이 있지 않나.

예전에는 채벌도 있고 있었지만 요 근래에는 그렇지 않다. 요즘은 전체적인 시대적 분위기가 그렇게 가다보니까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다. 지도자의 권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엘리트 스포츠의 특성상 자기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고통이 필요한데, 그럴 때 강하게 이끌어 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좀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협회나 학교의 지원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나.

시설적인 부분에서 가끔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현실에 충실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인성여고를 이끌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뭔가.

역시 선수수급이다. 현재 인성여중은 선수가 5명이다. 1명만 아프면 시합을 못나간다. 사회적 분위기가 여자들에게는 운동을 시키려하지 않는다. 농구를 하는 학생들은 공부 안하는 학생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도 안 시키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너무 늦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중학교 농구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5반칙 퇴장을 당해서 5대 4로 경기를 하는 경우도 흔하게 있는 편이다.

 

▼선수 수급이 이렇게 힘든 이유는.

프로를 못 갔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 대학을 어디에 갈 것이냐 하는 그 문제가 가장 크다. 그런데 여자 농구는 대학들이 서울권에 있는 것들도 아니고 거의 대부분 지방 쪽에 몰려 있다 보니 기피하는 현상이 강하다. 선진국처럼 생활체육이면 하다 안 되면 공부 열심히 하다가 다른 길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인데, 우리는 그런 인프라가 너무 안 되어 있는 것이 너무 크다.

 

드리블 기본기 훈련 중인 인성여고 선수들

 

▼고교 여자농구에서 승부를 가르는 제일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슬프기는 하지만 선수수급이다. 선수가 많아져야 전술도 있고 다양한 수비, 공격을 구사할 수 있다. 그것이 안 되면 이야기가 안 된다.

 

▼2018년 인성여고의 대회일정은 어떠한가.

한 달에 한 번씩 대회가 있다. 보통 한 대회를 걸러서 한 번씩 나가게 된다. 춘계대회와 전국체전은 무조건 나가야 되는 거고 나머지 대회들은 상황을 보고 나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 인성여고의 경기를 볼 때 주목해서 봐야하는 점은 무엇인가.

우리학교는 디펜스에 상당히 강한 면을 보이려고 노력을 한다. 디펜스를 주목해주시고 디펜스에 이은 빠른 속공과 선수들의 개인기를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감독님이 인성여고에 재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인천에서 전국체전이 했었다. 그때 부담이 엄청나게 많이 되었었다. 그때 시에서도 관심이 많았고 학교에서도 관심이 많았었다. 많이 부담이 되더라(웃음). 그해에 우승 3번 하고 94회 전국체전만 우승을 하면 2013시즌 전관왕이었다. 화룡점정을 찍는 그 한게임이 정말 힘들더라. 그래서 그때가 가장 좋았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농구는 어떤 농구인가.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니까 지금당장보다는 나중에 프로로 가든지 대학을 가든지 어떤 감독님을 만났을 때 기본기가 잘되어있고 그 기본기를 바탕으로 그 감독님의 스타일을 맞춰갈 수 있는 그런 기본기를 다져질 수 있는 농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들이 아직 학생이기 때문이다.

 

94회 인천 전국체전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안철호 감독

 

▼한국 여자 고교 농구가 나아가야할 길

가까운 일본만 봐도 생활체육이 활성화 되어있다. 수업 끝나고 클럽활동 하듯이 함께 같이 하다가 소질 있는 학생들은 엘리트 쪽으로 나아가고 아닌 학생들은 즐겁게 운동하다 다른 길로 나아가는 그런 형태가 이상적이다. 꼭 농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배드민턴을 해도 되고, 축구를 해도 되고 다양하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교내 클럽활동 시스템이 절실하다. 남자는 클럽농구나 동아리가 많다. 여자는 사설업체가 있긴 하지만 학교 자체 내에서의 시스템이 거의 없다. 부모님 인식들이 그 시간에 공부를 더하자 라는 그런 인식들이 많다.

 

▼여자 고교 농구를 지도하면서 뿌듯하실 때

고교교사의 가장 큰 기쁨이 무엇이겠는가. 선수들의 나중에 잘 성장하고 그 선수들의 출신 앞에 인성여고라는 단어가 붙을 때 이다. 여자팀은 선수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한명 한명의 선수들이 모두 소중하다. 그런 선수들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인성여고의 자부심이 늘어가는 것이다. 선수들이 성공한 모습을 볼 때 내가 가장 뿌듯하다.

 

▼ 선수들에게 지면을 통해서 해주고 싶은 말 

항상 운동하면서 힘들고 고된데 이런 것을 이겨내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고 내가 힘들게 가르치고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코치를 이겨낼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는 선수들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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