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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이소희, 라이벌 숭의 넘어 새로운 仁聖천하를 꿈꾸다
캡틴 이소희, 라이벌 숭의 넘어 새로운 仁聖천하를 꿈꾸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0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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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국체전 패배 가장 가슴에 남아… 두경민 같은 가드가 되고 싶어”

첫 인상은 영락없는 새침데기 소녀였다.

170cm의 훤칠한 키에 뽀얀 피부. 소개팅에 나가면 인기 만점일 것 같은 예쁘장한 외모.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외동딸 같은 이미지가 기자가 본 이소희(16)의 첫 이미지였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 작은 어깨에 인성여고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3학년 맏언니이고 팀의 주장이면서 포인트 가드이면서 주득점원이 이소희이기 때문이다. 

 

인성여고 주장 이소희

 

그녀에게 어떻게 농구를 시작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보았다. 

1남 1녀 중 막내인 그녀의 집은 운동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한다. 그녀는 “클럽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농구공을 만지게 되었다”라고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사실 농구를 진지하게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한국 여자농구의 풀이 좁은데다가 운동이 워낙 힘들다는 것을 알다보니 부모님의 반대는 일견 당연해 보였다.

그럼에도 현재의 그녀는 농구 자체를 굉장히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고생들이라면 으레 관심이 있을 법한 남자 친구도 일절 관심이 없단다. 취미도 다양하다. “책 읽을 때도 있고 피아노를 칠 때도 있다. 어디 놀러가서 뭐 먹거나 놀러 다니는 것도 좋아 한다”라고 말하는 이소희. 그녀는 아무리 봐도 그 나이 때는 흔히 볼 수 없는 농구 덕후 다름 아니었다.

 

발랄한 소녀 같은 이미지의 이소희

170cm의 3학년 가드 이소희.

그녀는 본인 스스로를 얼리오펜스(Early Offense)에 능통한 가드라고 소개한다. 세트오펜스(Set Offence)보다는 얼리 오펜스에 강점을 보이고 드리블을 통한 페넌트레이션(penetration) 또한 즐긴다고 한다. 

그녀에게 슛, 패스, 드리블, 게임 리딩 중 어떤 것이 가장 자신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드리블이었다. 실제로 이날 인성여고 농구장을 방문했을 때 이소희를 비롯한 팀원들은 2개의 농구공을 양손에 들고 열심히 드리블 기본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안철호 감독 또한 “소희는 기본기가 좋은 편이고 특히 드리블이 되니까 득점력이 좋은 것”이라고 거들었다.

기자는 선수를 만나면 꼭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물어본다. 이는 취향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는 선수를 보면 그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대답은 보스톤 셀틱스의 카이리 어빙과 동부 DB의 두경민이었다. 카이리 어빙은 드리블러다. 그의 드리블은 같은 계통의 선배인 앨런 아이버슨이 인정했을 정도로 화려하다. 수비수 한명을 벗겨내는 것은 예삿일일 정도로 좌우로 강렬하게 흔들어대는 움직임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두경민은 굉장한 스피드를 자랑한다. 끊임없이 코트를 휘젓고 다니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속공상황에서 감히 상대가 따라오지 못할정도의 강력한 돌파 및 레이업슛을 구사한다. 그녀 또한 게임을 리딩하면서 풀어가기 보다는 스피드를 이용해서 상대적진을 헤집고 다니며 득점에 적극 가담하는 가드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그녀는 1번 포인트가드보다는 2번 슈팅가드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녀는 팀의 주장이다. 팀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주장의 역할은 최대한 팀원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앞장서서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로 팀원들이 어떤 부분에서 소희 언니를 의지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거의 대부분 연습을 해도 잘 안늘고, 게임이 잘 안 풀린다”고 고민을 토로해 온다고 한다. 그러면 “나도 그랬다”라면서 팀원들을 위로한단다. 그 모습이 너무 풋풋하게 느껴져서 절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안철호 감독에게 이소희의 리더십에 대해서 살짝 물었다. 안 감독은 이소희에 대해서 “솔선수범형”이라고 말한다. “처음 주장을 맡는 것이라서 아직 부족한 면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3학년 에이스가 저렇게 열심히 하면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녀에게 가장 농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와 가장 농구하기가 싫었을 때를 물었다. 역시 이길 때마다 늘 농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반면 가장 힘들었을 때는 고1때였다고 말한다. 특히 중학교에서 고교농구로 올라오면 여러 가지로 연습방법, 게임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적응이 힘들다고 한다.

 

팀 전력이 약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소희 주장

팀 전력에 대해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러자 예상외로 그녀는 “자신있다. 팀 전력이 괜찮다”라고 말한다. 3학년 편예빈(신한은행)이 빠져서 약해졌다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녀는 자신감이 넘쳤다. 팀에서 가장 신장이 큰 선수는 이해수다. 178cm로 크지 않다. 나머지 선수들은 170언저리다. 

그녀는 이에 대해서 “신장이 크지 않아서 다같이 하는 토털농구를 해야한다. 박스아웃을 철저히 하고 다 같이 리바운드를 하고 다 같이 빠르게 뛰는 농구”를 하겠다고 한다. 

수비에서도 강력한 맨투맨이 기본을 이룬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날 인터뷰 전까지 “뛰어”라는 구호를 반복하면서 인터벌에 사이드, 지그재그 스탭을 하면서 엄청난 강도의 수비훈련을 하는 인성여고를 보니 그 말에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그녀에게 지금까지 가장 인상이 많이 남은 게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의외로 “작년 전국체전”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작년 전국체전은 숭의여고에게 대패를 하며 인성여고의 체전 2연패가 좌절되었던 가슴 아픈 게임이었다. 그녀의 승부욕을 읽을 수 있는 한 단면이었다. 어떤 팀이 라이벌일 것 같냐라고 묻자 역시 ‘숭의여고’ 라는 대답이 나왔다. 아마 그녀는 작년의 패배를 가슴에 묻고 올 시즌 숭의여고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잇는 듯 했다.

그녀에게 인성여고의 자랑을 부탁했다. 그녀는 “우리 팀은 다른 팀보다 투지와 정신력이 강한 팀인 것 같다.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고 우리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팀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인성여고는 총 8명으로 구성되어있다. 3학년 2명, 2학년 4명, 1학년 2명이다. 사실상 이소희는 풀타임을 뛰어야하고 상대팀의 수많은 견제를 이겨내야 한다. 그에 대해서 힘들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니 이미 익숙한 듯 “괜찮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그녀는 인성여고는 자신의 원맨팀이 아님을 기자에게 역설했다. 다른 팀에 비해서 멤버가 나쁘지 않고 연습을 통해서 꾸준히 맞춰왔기에 팀원들을 믿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얼마 전 제주도 전훈도 다녀왔단다(현재 인성여고의 훈련스케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오후 훈련은 4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충분히 준비한 자에게서만 풍겨져나오는 강한 여유가 느껴졌다.

그녀에게 고교농구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인원이 너무 적은 것이 아쉽단다. 특히 다른 팀을 바라보면 5명이 안되는 상황에서 경기 하는 것이 보기가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한다.

 

다부진 목표를 밝히는 이소희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2018년 목표에 대해서 물었다. 그녀는 욕심쟁이였다.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어했다. 일단 당면과제는 춘계 연맹대회의 우승이라고 한다. 그녀에게 다소 짓궂은 한마디를 던졌다. 숭의여고가 올해도 전력이 상당히 괜찮은데 이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자신감이 넘쳤다.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이소희.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라이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팀의 에이스이자 캡틴다운 중후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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