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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키드’ 이주영, 삼일상고 에이스로 등극하다.
‘강혁 키드’ 이주영, 삼일상고 에이스로 등극하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08 0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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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체로 보는 것에 오기 생겨…삼일하면 이주영 떠오르도록 만들겠다”

기자의 감이라고 할까.

아직 프로가 되지 않은 풋풋한 학생 선수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가끔 느낌이 오는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스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오는 선수 말이다. 이주영(182cm, 75kg, 3학년)도 그런 선수 중의 하나였다. 고교 2학년생치고는 굉장히 조숙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무거운 책임을 즐길 줄 알고 많은 관중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싶은 끼도 있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자신감도 있다.

 

삼일상고 2학년 가드 이주영

 

그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지원 농구 교실이다. 싱가포르에서 동아리 농구를 즐기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우지원 농구 교실에서 테스트를 받게 된 것이 엘리트 농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남 1녀 중 장남으로 중학교 2학년 여동생이 있다. 여동생이 오빠가 농구선수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살짝 귀띔한다. 부모님 또한 힘들 때 마다 자신을 위한 기도를 많이 해주시고 농구 선수로서의 길을 많이 밀어주시기 때문에 꼭 성공해서 갚아드려야 한단다. 그의 말에서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듬뿍 느껴졌다.

그는 원래 포인트가드가 아니었다. 중학교는 주로 포워드를 봤었지만 현재는 키가 182cm정도 밖에 되지않아서 포인트가드로 전향했다고한다. 그에게 스스로의 장점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멘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훈련 중에 코치님이 아무리 강하게 이야기를 해도 전부 흘려버리는 타입이다. 예를 들어 코치님이 화가 나셔서 욕을 하신다고 해도 전부 나를 위한 말이라고 돌려서 받아들인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삼일상고 체육관에서 연습 중인 이주영

 

이주영은 6관왕에 빛나는 무적 삼일상고에서 1학년이면서도 주전으로 뛴 선수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식스맨이었는데, 운이 좋아서 주전이 되었다. 처음 경기를 뛸 때는 부담이 많이 되고 형들 눈치도 많이 보이고 해서 힘들었다. 그래도 스스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코치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다보니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라고 작년을 회고한다.

작년 수없이 승리한 경기 중 이주영이 꼽은 최고의 경기는 어떤 경기인지 궁금해졌다. 그는 ‘군산고와의 주말리그 왕중왕전’을 꼽았다. 그 경기에서 이주영은 10점 4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결승하기 전 컨디션이 무척 안 좋아서 힘들었다. 중심을 못 잡아서 팀 분위기를 해치기도 했었다. 그런데 왕중왕전 때 내 플레이를 찾아서 너무 좋았다”라고 살짝 격앙된 말투로 당시의 기분을 회고했다.

그에게 의지하는 형들이 사라져서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우리를 약체로 보는 것에 오기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현중이형하고 윤기 형이 빠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삼일상고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농구를 하고 싶지 않다”라고 당차게 말한다.

 

드리블 돌파 후 슛이 장기인 이주영

 

올 시즌 그의 역할은 해결사다. 新해결사답게 가장 자신 있는 것 또한 슛이다. 특히 한 사람을 제치고 쏘는 슛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그에게 올 시즌 삼일상고의 농구는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작년에는 윤기 형이 있었기 때문에 포스트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갔다. 지금은 팀의 신장이 작기 때문에 역습·속공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차분히 설명한다. 그러면서 “수비도 팀워크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한명이 앞 선에서 뚫리면 바로 그다음 선수가 스위치 디펜스를 해주는 등 조직력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들을 많이 맞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찬찬히 공수에서 삼일의 농구를 설명하는 모습에서 사령관다운 풍모가 제법 느껴졌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김선형과 두경민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플레이 스타일이 약간 다르다. 그는 두경민 같이 스피드가 좋은 가드는 아니다. 빠를 때는 빠르고 느릴 때는 느리게 템포를 조절하는 스타일이다. 그 또한 “얼리오펜스보다는 세트오펜스에 더 강점을 보인다”라고 인정했다. “내 앞에 수비수를 제치고 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밖으로 빼주거나 아니면 내가 직접 미들 슛이 이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턴이다”라고 덧붙인다.

그는 농구 욕심이 많아 보였다. 수업을 모두 들으면서 운동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수업을 듣는 것에 대해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프로에 간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외였다. 솔직히 그에게 공부는 열심히 하는 지 재차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다른 과목은 잘 안 한다. 하지만 영어만큼은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 영어는 프로에 가서 용병이랑 이야기할 때도 써야하기 때문에 계속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나중에 프로선수가 못되거나 혹여 은퇴하게 된다면 체육 교사나 영어 강사나 농구 교실 쪽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7번 이주영의 드리볼 돌파

 

문득 이주영은 강혁 코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주영을 포인트가드로 만든 사람이 강혁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는 “카리스마가 있고 나에게는 감사한 분이다. 밖에서는 형 같으신 분인데 체육관에서는 많이 무섭다. 나는 강혁 코치님 덕분에 내가 이 정도까지 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학교 때는 내 공격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강혁 코치님을 만나고 나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고 또 빨라졌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우리 팀 움직임을 보는 눈, 특히 게임리딩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강혁 하면 2대2다. 2대2도 정말 많이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장신이 없어서 2대2가 힘들 것 같다고 하자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빠른 스위치 등을 통해서 충분히 할 수 있다. 그걸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역량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리틀 2대2 마스터다운 자신감이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주영

 

그에게 살짝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작년 하윤기, 이현중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서 서운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히 서운했죠”라는 반응이 튀어 나왔다. 그러면서 올해는 삼일상고하면 이주영이라는 이름이 떠오르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그는 스타가 되고 싶어 했다. 그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김선형 같은 KBL을 대표하는 듀얼가드였다.

이주영은 이제 팀의 중심선수다. 앞으로 나와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 또한 “작년까지는 묵묵히 따라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올해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후배들을 이끌며 주장 가온이 형을 돕겠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앞으로 어떤 농구 선수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이제 막 시작한 선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맞는 건가 고민하던 찰나 그는 “길게 남는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 프로에서도 오래 살아남고 싶다. 그리고 은퇴하고 나서도 코치나 감독 등으로 농구계에 몸담고 싶다”라고 너무도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조금 더 근시안적인 미래가 궁금했다. 특히 어떤 대학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연·고대에 가고 싶다. 작년에 연고전을 갔었는데 그 많은 학생 앞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니까 가슴이 설레더라”라고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조금만 더 범위를 좁혀서 2018년의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1차 목표는 4강이다. 하지만 우승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작년 고교 챔피언의 품격은 유지 하겠다”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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