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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과감하고 치밀했던' SK, 그들의 지명은 결코 최하위답지 않았다
[기자의 눈] '과감하고 치밀했던' SK, 그들의 지명은 결코 최하위답지 않았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9.08.28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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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보다 핵심적인 야수 지명에 주력 … 지역 연고 선수도 3명이나 지명
- 포수 현원회, 최고의 거포자원 전의산, 유격수 김성민, 외야 최지훈 등 핵심 알짜 야수 자원 다수 확보
- 좌완 투수 이재성‧박시후 5,10라운드에 지명하며 좌완 기조 이어가
- 190cm의 우완 길지석 지명하며 미래 도모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

사실 최하위 순번은 드래프트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다. 정보를 꼭꼭 숨겨야 하고, 다른 팀에 의해 지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 시즌 최하위 순번을 지닌 SK는 달랐다. 타임도 하지 않았고, 선수를 호명하는 조영민 팀장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지난 26일 벌어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SK는 순번 대비로 치면 가장 알찬 지명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투수에 집착하지 않고 팀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야수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상위 팀들 못지않게 좋은 원석들을 많이 선발했다는 평가다.  

 

 

SK의 1라운드 선택은 거포 전의산

 

 

1라운드에서 지명한 전의산(경남고)은 SK의 다음 세대 거포 유망주다. 그는 지명 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SK에서 포수로서 성공하고 싶다. 어깨는 자신 있다”라며 여전히 마스크를 쓰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중학교 때까지 만해도 3루‧유격수를 보던 자원이었다. 마스크를 쓸 수 있다면 최상의 지명이 될 수 있고, 설령 마스크를 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장타자 자질로는 이번 드래프트 참가자 중 최고급으로 꼽히고 있다. 전의산의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것도 그가 지닌 장타자 자질 때문이었다. (관련기사 참조 - 8월 15일 [봉황대기] ‘2차지명 태풍의 눈’ 거포 전의산, 부산공고전 홈런 포함 3안타 폭발) 

 

 

SK의 회심의 카드 현원회

 

 

전의산의 포수 가능 여부에 대한 불안은 4라운드에서 현원회(대구고)를 영입함으로써 메웠다. 현원회는 3학년 때의 부진으로 순번이 많이 떨어졌지만, 작년에는 전국 최고 포수의 자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선수다. 필라델피아에서 신분조회를 받기도 했고, 이번 대표 팀에도 뽑혔다. 정확한 타격을 하는 선수로, 현 주전 포수 이재원이나 1라운드 전의산과 다른 스타일의 포수라서 더 희소성이 있다. 머리가 영리하고 성격도 활달하며 입담은 더더욱 화려한 선수다. (관련 기사 참조 - 8월 2일 [대통령배] 애타게 기다렸던 최고 포수의 한 방 - 대구고 현원회가 살아났다)  

 

 

SK 2라운드 김성민, 은사 경기고 신현성 감독님과 한 컷!

 

 

2라운드에서 지명한 김성민(경기고)은 내야 수비에서 박민 다음으로 평가를 받는 자원이었다. 큰 키와 빠른 발,  강한 어깨, 그리고 좋은 기본기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책이 없는(올 시즌 실책 0) 안정적인 수비에 어깨도 상당히 강해 유격수 자리에서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다. 2루‧3루‧멀티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김성민의 큰 장점이다. 이미 올 시즌 초부터 스카우터들 사이에서는 박민과 함께 상위지명이 확실시되었던 자원이다. (관련기사 참조 5월 18일 떠오르는 새 얼굴 - 경기고 장신유격수 김성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3라운드에서 지명한 최지훈(동국대)은 대졸 야수 중에서는 최고급으로 꼽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기아의 1차지명 후보이기도 했다. 장신유격수 김교람(제물포고)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장타력이 다소 부족한 것이 흠이지만 장신 유격수‧3루수가 주목받는 현시대에서 8라운드에서 SK가 할 수 있는 선택으로서는 무난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SK의 8라운더 장신유격수 김교람

 

 

SK의 5라운더 장신 좌완투수 이재성

 


 
투수 수집도 나쁘지 않았다. 즉시 전력감은 포기하고 ‘가능성 지명’에 전념했다. 5라운드 이재성(라온고)은 187cm의 장신으로 투구 폼이 예쁘고,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왼손 투수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유급도 하지 않았고 체형도 좋아 충분히 구속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A구단 관계자는 “폼이 예쁘고 체형도 좋아 충분히 성장 가능한 자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참조 - [청룡기] ‘명품 체인지업’ 라온고 이재성 3.1이닝 8K 인생투 … 팀 32강 이끌어)  

마지막 10라운드 박시후(인천고)는 올 시즌 극심한 부진이 없었다면 5라운드 이내의 상위지명이 충분히 될 수 있었던 투수였다. B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이렇게 부진하지만 않았다면 상위로 올라갈 수도 있었던 아까운 자원”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디셉션이 좋고, 몸도 부드러운 투수다. 140km/h 이상을 충분히 던질 수 있다. 볼티모어의 신분조회를 받기도 했다.

SK는 지난 1차지명 직후 가진 조영민 팀장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좌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귀중한 좌완 투수 두 명을 각각 5순위, 10순위에서 지명했으니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관련기사 참조 - 7월 10일 [현장인터뷰] SK 와이번스 조영민 팀장이 밝힌 오원석 1차지명 이유)     

 

 

마지막 100번째 선수 인천고 좌완 박시후

 

 

SK의 7라운더 190cm의 장신 투수 길지석

 

 

우완 투수는 7라운드에서 길지석(야탑고) 하나만을 지명했다. 길지석은 야탑고 김성용 감독이 시즌 초 “이 선수를 올 시즌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이라며 준비한 비밀경기다. 무려 190cm에서 내리꽂는 질감이 좋은 직구를 갖고 있다. 정식 경기에서는 확인된 바 없지만, 미국 전지훈련 당시에는 144km/h의 직구를 뿌렸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연습 경기에서는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탑고를 오랫동안 세밀하게 관찰한 연고 팀 SK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선택이다. 

길지석은 타자로서도 청룡기에서 이강준에게 홈런을 뽑아낼 정도로 파워가 있다. 투수 경력이 짧은 탓에 변화구 구사능력‧제구력 등 가야할 길이 멀고, 투수의 몸을 만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차피 길게 볼 자원이라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SK에는 꼭 맞는 지명이라는 평가다. 설령 투수로서 안 되도 거포 육성도 고려해볼 만한 자원이다.(관련 기사 참조 - 2월 1일 ‘경기권의 자존심’ 야탑고 - 강력한 투수력 앞세워 2019년 대권탈환 정조준) 

 

 

SK 와이번스의 지명은 결코 최하위 순번 답지 않았다 (밝은 분위기의 SK 스카우트팀)

 

 

SK는 이번 지명에서 좌완투수(이재성‧박시후)‧포수(현원회)‧거포(전의산)‧내야수(김성민‧김교람‧이거연‧류효승)‧외야수(최지훈)를 모두 보강했다. 거기에 하위지명에서는 연고지 팀(인천고, 야탑고, 제물포고)에서 무려 3명이나 선발해 연고지 팀들에 대한 예의도 갖추었다. SK 스카우트팀은 지명이 끝난 직후 넘쳐나는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최하위 순번을 받아들었으나 SK의 지명은 결코 최하위스럽지 않았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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