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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삼일상고, 2018년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다
‘무적함대’ 삼일상고, 2018년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08 0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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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관왕 창단 이래 최고 성적… 2018년 빅맨 부재로 빠른 농구 전환

“야~ 수비 똑바로 안 해? 끝까지 붙으란 말이야”

“미드아웃, 미드아웃”

정승원 코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격렬한 2대2 연습 중인 삼일상고 농구부

선수들의 연습은 육탄전을 방불케 했고 강력한 몸싸움이 오갔다. 연습 내내 넘어지고 구르고 난리가 났다. 공격이나 수비에서 혹시라도 느슨한 플레이를 하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속공 연습에 이어서 1대1 드리블 돌파, 노드리블 2대2 패스플레이를 하며 그 큰 코트를 좌우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히 말을 붙이기도 힘들 정도의 긴장감이 체육관을 감쌌다.

 

<무적함대 삼일상고, 2017년 고교농구를 평정하다>

 

무적함대!

이 말보다 2017년의 삼일상고를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듯 했다.

삼일상고는 전통의 농구 명가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현재 모교인 삼일상고 농구부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윤환(28회) 감독을 비롯해 강혁(38회·전 국가대표)과김성철(38회·전 국가대표)이 있고 현역으로는 양희종(46회, KGC), 하승진(47회,KCC), 이대성(52회, 모비스), 김민구(53회, KCC), 송교창(58회, KCC) 등이 있다.

하지만 삼일상고 농구부의 역사를 소개하는 데는 긴 역사를 바라볼 필요성이 없을 듯하다. 작년(2017년)이 삼일상고 농구부 창단 이래 최고의 황금기였기 때문이다.

작년 삼일상고는 국내 최장신(221㎝) 센터 하승진과 양희종, 그리고 정승원 코치가 뛰던 시절 4관왕을 뛰어넘어 남자 고교농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6관왕을 달성했다.

 

2017년 6관왕 무적함대 삼일상고

 

시즌 시작 전만해도 삼일상고는 군산고와 라이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었다(군산고에는 이정현과 신민석 등 훌륭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라이벌 군산고가 무관에 그친 것과 달리 삼일상고는 춘계연맹전(3월)을 시작으로 연맹회장기(5월), 주말리그 왕중왕전(8월), 전국체전(10월)에 이어 농구대잔치까지 국내 5개 대회를 석권하는 최강의 전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8월 일본서 열린 제25회 한ㆍ중ㆍ일 주니어종합경기대회서 선발팀인 중국과 일본 청소년대표팀을 모두 꺾고 국제대회까지 제패했다. 단일팀으로 출전해서 선발팀을 모두 꺾어낸 쾌거였다.

삼일상고는 1년 동안 패한 경기가 손에 꼽는다. 군산고교에게 상대전적 3승 3패를 기록한 것 이외에는 어떤 팀도 삼일상고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했다. 1년 동안 모든 대회를 통틀어 딱 3번밖에 지지 않았다는 것은 얼마나 삼일상고의 저력이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일천하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주말리그 왕중왕전이었다.

시즌 중반까지 라이벌 군산고에게 상대전적 2승 3패로 뒤진 것은 삼일천하를 선포하기에는 꺼름직한 옥의 티였다. 그러나 삼일 상고는 8월 11일 경남 사천에서 벌어진 ‘2017 주말리그 왕중왕전’ 남고부 결승에서 군산고를 88대 76으로 꺾고 옥에 티 마저 제거한다. 이날 경기에서 34점, 20리바운드로 맹활약한 하윤기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이현중은 리바운드 상을 수상했다.

공식 4관왕을 달성한 삼일상고에게 전국체전이나 농구대잔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0월 26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고등부 결승에서 전주고(전북)를 102-71로 가볍게 제압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전국체전 우승은 제96회 대회 이후 2년 만이다). 농구대잔치는 3학년 선수들을 거의 기용하지 않았음에도 여유롭게 3연승으로 우승했다.

삼일상고의 전력이 대단했던 것은 하윤기(고려대 입학예정)과 이현중(호주유학)이라는 ‘트윈타워’의 지분이 절대적이었다. 정승원 코치 또한 이를 인정했다. “두 명이 모두 워낙 좋은 선수다. 하윤기(3년ㆍ204㎝)가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줬고, 포워드 이현중(2년ㆍ201㎝)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면서 다른 팀들보다 앞 선과 뒷 선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그는 말한다.

물론 두 선수의 비중이 크기는 했지만 그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백 코트 진이 다른 팀에 비해 열세라는 평을 딛고 당시 1학년이던 이주영(182cm, G)이 많은 경험을 쌓으며. 안정감을 더했고, 문가온(189cm, F)도 기복이 심했던 모습에서 벗어나면서 팀이 전체적인 균형감을 갖게 되었다.

 

<리빌딩 삼일상고, 2018년 언더 독의 반란을 꿈꾸다>

 

삼일상고는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작년이 개교 이래 최고의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개교이래 최악의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삼일상고를 휘감고 있다. 하윤기와 이현중의 공백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기 삼일상고 2018년 선수단

 

하윤기의 이탈은 미리 예상했던 바이지만 이현중의 호주유학은 팀에게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승원 코치도 이를 인정했다. “하윤기의 공백은 예상했던 바라 큰 타격은 아니다. 힘든 것은 이현중의 공백이다. 빅맨 2명이 한꺼번에 빠져버리니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올 시즌은 힘들다. 많은 팀들이 작년의 복수를 하기위해 삼일상고를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정 코치는 “고교농구에서는 센터 한 명의 유무가 워낙 크다. 그 선수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드들이 아무리 경기를 잘 이끌어가도 마지막에 가면 결국 큰 선수가 있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 농구다” 라며 “나는 가드는 팬을 즐겁게 하고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는 말이 농구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한 명언이라고 생각 한다”라고 덧붙였다.

작년 삼일상고는 높이와 공격력이 워낙 훌륭해서 그렇지 수비도 강했다. 장신 이현중이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하윤기가 버티고 있는 3-2나 2-3수비는 상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2대2마스터’ 강혁코치의 영입으로 팀에 이식이 된 가드 이주영과 하윤기의 2대2는 알면서도 못 막는 패턴플레이였다.

 

<삼일상고의 2018년 라인업 미리보기>

 

올 시즌은 런앤드건 농구가 삼일상고의 스타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삼일상고의 예상 주전라인업은 주장 임가온(3학년, 189cm, F)을 필두로 이주영(2학년, 182cm, G), 신규현(3학년, 170cm, G), 김근현(3학년, 187cm, F), 임동원(1학년, 195cm, C)으로 구성이 될 예정이다. 

 

23번 문가온(189cm, F, 3학년) 과 7번 이주영(182cm, G, 2학년)

 

팀의 주득점원은 2학년 이주영이 맡는다. 

이주영은 작년 강혁 코치(현 LG코치)의 권유로 1번 포인트가드로 전향한 선수다. 1학년임에도 주전으로 뛰며 삼일상고의 6관왕을 이끈 황금세대다. 드리블이 좋고 득점력도 훌륭하다. 그 스스로 게임의 조율보다는 득점에 적극 가담하는 듀얼가드의 역할을 선호하고 얼리오펜스보다는 세트오펜스에 더 강점을 보인다고 말한다. 올 시즌에는 1,2번을 오가며 작년에 비해 저하된 팀 득점력을 보완해줘야 한다.

 

신규현(172cm, G, 3학년)

 

3학년 문가온은 삼일상고의 주장이다. 중학교 때 센터를 보다가 포워드로 전향한 선수다. 그는 스스로를 ‘블루컬러’ 라고 소개 한다. “팀 전체가 단합하는데 애쓰고 궂은일을 많이 하겠다”라고 한다. 정 코치는 그에 대해 체격이 되고 포스트업 및 슛이 좋은 만능선수라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는 이현중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올해는 메인으로서 활약해줘야 한다.

역시 3학년이 되는 신규현은 팀 내에서 가장 신장이 작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빠르고 다부진 선수다. 정승원 코치는 그를 두고 '싸움닭' 이라고 묘사한다. 신장이 작은 대신 앞 선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괴롭히는 역할을 맡을 선수이다.

 

김근현(187cm, F, 3학년)

 

3학년 김근현은 ‘제2의 강혁’ 이라고 불렸던 선수다. 강혁 코치가 자신과 가장 닮은 선수라고 생각해서 울산에서 직접 스카우트해온 선수다. 하지만 십자인대 부상으로 인해서 작년 1년을 쉬었다. 올 시즌 다시 복귀해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다. 슛이 매우 좋은 선수다.

 

임동원(195cm, C, 1학년)

 

1학년 임동원은 팀의 유일한 빅맨인 만큼 어쩔 수 없이 골밑을 지켜줘야 하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신장이 크지 않고 경험이 부족해서 작년 하윤기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빅맨치고 슛이 좋고 빨라서 3번과 4번의 중간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런앤드건 농구에 특화된 빅맨이다.

삼일상고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속공과 올코트프레싱(전면강압수비)이다. 정 코치는 “올 시즌 화두는 수비다. 센터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괴롭히는 빠른 농구를 하겠다. 무엇보다 모든 선수들의 박스아웃과 속공이 중요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작년 높이의 농구에서 스피드의 농구로, 고교농구 최강자에서 언더 독으로 변모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삼일상고의 2018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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