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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고교 농구의 다크호스, 광신정산고를 다녀오다
[동행취재] 고교 농구의 다크호스, 광신정산고를 다녀오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09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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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회 우승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곳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

피부에 닿는 칼바람이 너무도 아프게 느껴지던 2월 5일 오후 2시.

광신정보산업고등학교(이하 광신정산고) 농구부는 분주했다. 졸업식으로 인해서 체육관을 사용 할 수 없게 되어서 급하게 분당에 위치한 낙생고교와 연습경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체육관에서의 편안한 취재를 기대했던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고 본의 아니게 버스에 동승을 하게 되었다. 의도와는 무관한 기자의 파란만장 동행취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분당 낙생고교와 연습 경기중인 광신정산고

 

흔히들 엘리트 농구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강한 훈련, 위계질서 등이다. 그런데 광신정산고의 이미지는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갔던 어떤 학교보다 자유롭고 또 즐거워 보였다.

오찬중 트레이너(28)가 “신청곡 선착순 한 명만 받는다”라고 외치자~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요”를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선수들. 일부 선수들은 레드벨벳 팬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단다. 농구 선수들이 아니라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고교생들의 수학여행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체육관에 도착하자 눈빛이 달라졌다. 이날 광신정산고는 조재호(200cm, C)가 버틴 낙생고교를 상대로 무려 15점 차 대승을 거두었다. 버스에서 학교로 돌아오는 길은 더욱 활기찼고 들떠있었다.

 

1. 농구만 하는 농구부? No~ 공부도 하는 농구부

 

광신정보산업고교 농구부는 1929년 창단되어서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전자슈터 故 김현준 선수를 비롯해 문경은(SK 감독), 박상오(KT) 등이 광신정산고 출신이다.

광신고는 교장 선생님이 농구부 출신이다. 장덕영 교장은 광신상업고-경희대를 거쳐 1982년 8월 광신정산고에 체육교사 겸 농구부 코치로 부임했다. 이후 2010년 교감 임용에 이어 2011년에는 교장으로 임용됐다.

 

서울대 수시전형에 합격한 광신정산고 주전 포워드 이준호

 

광신고정산고는 대표적인 공부하며 운동하는 학교다. 장덕영 교장은 농구를 위해서 절대 수업을 빼먹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야간자율학습도 있다. 권도원 농구부 담당교사는 “시험 일주일 전부터 무조건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실업계 고교 중 운동부 야간자율학습이 있는 학교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 아직까지 농구부 중 단 한 명도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하는 선수가 없었다.

얼마 전 좋은 소식도 날아들었다. 농구부 이준호(192, F, 3학년)가 서울대 체교과 수시전형에 합격 했다. 이준호는 2학년, 3학년 내내 주전으로 뛴 엘리트 농구 선수다. 그는 “저는 야간 연습을 하지 못했어요. 대신 그 시간에 공부 했죠. 그리고 새벽 운동으로 만회했습니다. 만일 코치님·교사님이 그것을 이해해주지 않으셨으면 불가능했죠”라고 농구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일반 농구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광신정산고만의 문화다.

 

2. 공부만 하는 농구부? No ~ 농구도 잘하는 농구부

 

그렇다고 광신정산고가 농구를 못 하는 학교냐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꾸준하게 다크호스로 상위권을 위협하는 팀이다. 2014년 마지막 대통령배의 우승팀이고 2016년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 팀이다(당시 양홍석의 부산중앙고에 아쉽게 패했다).

 

2018년 광신정보산업고등학교 농구부 라인업

 

작년에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광신정산고는 2017 연맹회장기 전국남녀 중고농구 김천대회 남자 고등부 결선 토너먼트(8강)에서 여수 화양고를 63-58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던 팀이다. 당시 이준호는 12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1학년이던 김재현 또한 11점 5리바운드로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비록 준결승에서 거함 삼일상고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빛나는 성과였다.

광신정산고의 저력은 주말리그에서도 빛났다. 광신정산고는 삼천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남고부 8강전에서 동아고를 82-79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이번에도 4강에서 삼일상고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 해 2번이나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광신정산고가 4강에서 두 번 패했던 삼일상고는 2017년 6관왕의 팀이다. 2017년 군산고 외에 어떤 팀도 삼일상고를 이겨보지 못했다.

 

3. “우리 학교 밥이 전국 최강이죠!~”

 

광신농구부 선수들과 버스를 함께 타고 연습경기를 다녀왔다. 식당에 도착하자 어머니가 “오늘 이겼다며? 고생했다. 어서 와서 밥 먹어라”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불고기와 더불어 볶은 김치, 어묵 그리고 된장국이 밥상에 올랐다. 내일은 닭볶음탕이라고 다들 환호성이다.

 

낙생고교와의 경기 후 식사하고 있는 선수들

 

선수들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즐겁게 식사를 한다. 기자도 끼어서 선수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 시간은 자유로웠고 유쾌했다.

광신농구부에는 광신만의 분위기가 있다.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가족적’이다.

이런 분위기가 나오는 데에는 선수들 대부분이 광신중학교 출신이라는 데에 있다. 주전 라인업 중 안세영을 제외한 전원이 광신중 출신이고 하상윤 코치의 지도를 받은 아이들이었다.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해왔기에 팀워크는 상당히 좋다.

농구부에 대한 학교의 지원도 좋다. 광신정산고 농구부는 집이 가까운 학생들은 통학 하고 집이 먼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기숙사는 깔끔했고 영하 13도의 날씨에도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숙소의 난방은 훌륭했다. 식단은 프로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어머니들이 매주 당번을 정해서 아이들에게 집밥을 해 먹인다. 식당은 1년 중 일요일과 명절을 제외하고는 매일 운영된다.

팀의 에이스 김재현(190cm, G, 2학년)은 “우리 식당 밥은 정말 맛있다. 감히 고교 최고라고 자부한다”라고 이야기한다. 권 교사 또한 “애들에게 먹이는 것만은 고교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다”라고 자랑한다.

 

4. 2018년 광신정보고 전력 미리보기

 

2018년 광신정보고는 작년보다는 전력이 다소 약해진다. 3학년 4명이 빠진다. 특히 김종호(184cm, G)와 이준호(192cm, F) 그리고 표광일(199cm, C)의 빈자리가 크다. 팀의 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낙생고교와 경기중인 광신정산고 선수들

 

김재현(190cm, G, 2학년)은 “광일이 형과 준호 형이 힘든 매치업을 감당해주고, 종호형이 득점을 받쳐줘서 내가 그만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한다. 두 선수가 동시에 빠져버리면서 가드인 김재현이 팀의 최장신이 되었다.

포인트가드 안세영(185, G,3 학년)은 좋은 피지컬을 지닌 선수다. 주전 선수 중 유일하게 부산 출신인 그는 별명이 ‘맥키니스’다. 끊임없이 상대의 진영을 파고드는 굴삭기 같은 선수다.

민기남(170, G, 3학년)은 최단신의 선수다. 그는 작년 이준호 등의 부상으로 출전시간을 갖기 시작했고 김종호가 졸업한 지금은 당당히 베스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악바리이이고, 에이스 김재현과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팀의 주장인 윤도현(185cm, F, 3학년)은 중학교 3학년에서야 농구를 시작했다. 슛이 굉장히 좋은 선수이다. 선배 김종호의 역할을 대신하며 김재현과 더불어 팀의 주득점원이다. 오동현(174cm, 2학년, G) 또한 팀의 소금 같은 역할을 해줄 선수다. 김재현(190cm, G, 2학년)은 올라운드플레이어로 공격에서는 2~3번 역할을 수행하고 수비에서는 4~5번 역할을 수행한다.

 

윤도현(185cm, F, 3학년)

 

그들이 추구하는 농구의 궤는 빠른 돌파로 인한 기회의 파생이다. 진용을 갖추기 이전에 상대를 공략한다. 안세영과 민기남은 끊임없는 돌파로 상대를 흔들고 거기서 파생되어서 나온 A패스를 윤도현이 외곽에서 득점으로 연결한다. 1대1이 주특기인 김재현은 가드가 막을 경우 포스트업을, 큰 선수가 막을 경우 페이스업을 통해서 득점한다. 수비는 맨투맨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할 때 3-2드롭존을 비장의 무기로 사용한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을 통해서 상대를 괴롭혀야만 신장이 작은 광신고등학교가 살아갈 수 있다.

 

안세영(185cm, G, 3학년)

에이스 김재현은 올 시즌 전망에 대해서 “우리가 전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팀워크는 좋다. 다른 학교보다 나은 조직력으로 많이 빼주고 많이 돌파하면서 우리만의 농구를 하겠다”라고 올 시즌의 출사표를 밝혔다.

권도원 농구부 담당 교사는 “작년 성적도 충분히 자랑스럽다. 교장선생님도 4강 트로피를 받고 크게 기뻐하셨다. 우리는 아이들이 모두 원하는 곳으로 진학하는 것이 목표다. 우승이 목표가 아니다. 올해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즐겁게 농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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