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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선수 이준호 학부모 조연경씨 “이제 그만하자고 아이 손잡고 많이 울었죠”
농구 선수 이준호 학부모 조연경씨 “이제 그만하자고 아이 손잡고 많이 울었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2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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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어떻게 될지 모르니 꼭 공부시켜야… 학교지원 좋아 경제적 부담 많이 덜어

운동선수들은 부모들의 피와 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모든 엘리트 선수들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만큼 운동선수들이 성장하는 데에 학부모들의 지원은 절대적이다. 운동선수 학부모는 통상적으로 일반 학생들에 비해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된다. 경기 때마다 쫓아다니면서 자녀들을 지켜보는 것은 물론 학부모회 등 대외활동의 폭도 훨씬 넓다.

광신정산고 농구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다가 신흥 농구명문 경희대를 마다하고 서울대 체교과에 입학한 이준호 선수의 어머니 조연경(47)씨 또한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회 운영위원으로서 이준호 선수를 뒷바라지했다는 조연경 학부모. 이준호 선수가 각종 부상으로 쓰러질 때마다 아들의 손을 붙잡고 이제 그만하자고 이준호 선수의 손을 붙잡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고생해서 얻은 결과이기에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설령 이준호 선수가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행복하게 운동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했다.

조연경 학부모는 인터뷰 내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지도자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만약을 대비해서 제2의 미래를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연경씨에게 운동선수 학부모로서의 애환과 솔직한 심정을 들어보았다.

 

이준호 선수 어머니 조연경씨(47)

 

Q) 이번 대학입시 결과에 만족하는지 소감을 물어보고 싶다.

A) 말할 수 없이 기쁘다. 꿈만 꾸다가 현실이 된 것이 너무 좋다. 아이 아빠는 원서 내는 것만 해도 목표달성 한 것과 진배없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부모로서 너무 기쁘다.

 

Q) 경희대와 서울대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았나.

A)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나는 “경희대에 가서 프로를 못가면 네가 좋아하는 농구를 오래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대에 가면 평생 농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꾸로 생각해보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Q) 이준호 선수는 공부에 대한 기초가 있었다. 어떻게 공부를 시킨 것인가.

A) 나는 유치원 때부터 공부를 많이 시켰다.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영재교육원도 수료시켰다. 그 탓인지 준호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다. 학습지 구몬에서 우리나라 전체에서 10명을 뽑는 시험이 있었는데 그 10명 안에 들어서 일본 연수도 다녀왔다.

 

Q)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시키는게 힘들지 않았나.

A) 준호도 그냥 농구만 하고 싶어 했다. 농구만 하면 농구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자꾸 공부를 하라고 하냐고 투정도 많이 부렸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하상윤 광신중 감독님도 계속 공부를 하라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준호에게 농구보다는 공부의 소질을 보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Q) 수업 출격처리를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 조항에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반대를 한다.

A) 우리 학교도 학부모들이 많은 반대를 했다. 그런데 준호가 서울대에 합격하고 나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엄마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하더라. 사실 학부모들은 프로 드래프트를 할 때 3~4라운드는 생각도 안한다. 그런데 현실은 3~4라운드만 되어도 감지덕지하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다양한 길을 찾아주는 광신의 시스템이 나는 좋다고 본다.

 

Q) 운동을 시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인가.

A) 준호가 평발이다. 고1 때 병원을 가니까 이 발로는 운동을 못하니까 양 발 모두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 발에 뼈가 툭 튀어나와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깎아 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을 하게 되면 선수생활을 못하니까 수술을 안했다. 준호는 항상 그것 때문에 아프고 힘들어했다. 많이 아퍼하는 준호를 데리고 집에 오면서 이제 그만하자고 울면서 많이 이야기 했었던 것 같다.

 

Q) 뒷바라지하는데 경제적인 부분이 힘들지 않았나.

A) 나는 열성적인 학부모다. 사교육을 많이 시켜봐서 그런지 운동이 돈이 덜 드는 것 같다(웃음). 광신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지도자, 트레이너, 식당을 공유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적게 든다. 또한 학교지원이 굉장히 좋다. 대회를 나가거나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편이다.

 

Q) 운동부는 아직도 기강이 세다. 아들이 혼나면서 운동하는 거 보면 속상하지 않나.

A) 당연히 굉장히 속상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그런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준호가 잘 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한다. 엄마들은 편하게 운동을 하되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 지도자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도 운동부 서열화가 심한 편인가.

A) 아니다. 요즘에는 걱정스럽다 싶을 정도로 그런 것이 없다. 광신중·고는 주방이 있어서 그런지 엄마들이 거의 언니 동생하면서 지낸다. 최근에는 서열화가 어느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싶더라(웃음).

 

Q) 광신이 특성화고이기 때문에 입학을 꺼려하는 부모님들도 많다고 들었다.

A) 솔직히 우리도 그랬다. 준호도 외동아들이고 공부도 많이 시키며 키웠는데 정산고를 간다는 것이 매우 마음에 걸렸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실업계고를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내가 정산고에 준호를 보내기로 결심을 한 것은 광신중 하상윤 감독님 덕분이다. 하 감독님이 옆에 둬야 하나라도 챙겨줄 수 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감독님을 믿고 이 학교를 보냈다.

 

Q) 어머니들에게 공부에 관한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인가.

A) 물론이다. 고등학교는 너무 늦기 때문에 중학교 엄마들에게 반드시 공부를 시키라고 조언을 한다. 중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준호 같이 다칠 수도 있고 다른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고1~2에 그만두는 아이들도 많이 봤다. 그만두면 운동만 하던 애가 뭘 하겠나. 사람은 어떤 일을 하던지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한다.

 

Q) 운동선수를 가진 학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A) 광신중고등학교에서 6년 동안 농구 선수 아들을 뒷바라지 하면서 많은 학부모들을 봐왔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힘들어”, “감독님이 나만 미워해” 하는 등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면 엄마들은 자기 아이들이 가장 힘든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를 좀 더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든 것은 생략하고 좋은 결과만을 원하는 젊은 엄마들도 많이 있더라.

또 하나 선수가 운동부에 오래 있으면 농구를 전부다 잘한다고 많은 학부모들이 오해 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운동을 좋아해야지 운동부 생활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아이들이 정말 진정성 있게 운동을 대하고 있는지 부모가 먼저 파악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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