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신 두산핸드볼선수단 감독(45세), 대한민국 핸드볼의 전설로 통한다. 초등학교 때 핸드볼을 시작한 윤경신은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후, 1996년 독일 핸드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Vfl 굼머스바흐에서 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냈다. 그는 2008년 귀국할 때까지 12년 동안 무려 여덟 차례나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했고, 통산 2905골로 핸드볼 분데스리가 42년 역사상 최다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모두 다섯 번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함부르크에서는 2006년 DHB 수퍼컵 우승, 2007년 유럽 핸드볼 연맹 컵위너스컵(EHF Cup Winner's Cup)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995년과 1997년 세계 선수권대회, 2004년 하계 올림픽과 1990년/1994년/1998년/2002년 아시안 게임의 득점왕이기도 하다.
그는 선수로서의 실력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6년 굼머스바흐에서 함부르크로 이적 할 당시 그의 고별 경기에 2만여 명이나 되는 팬들이 운집해 눈물을 글썽이며 이적을 아쉬워했고, 2008년 그가 귀국을 결정하자 독일인들은 윤경신의 독일 귀화를 애타게 종용했을 정도였다.
2012년 하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눈부셨던 선수 생활을 마감한 윤경신은 2013년부터 지도자로 변신하여 6년 째 두산핸드볼선수단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대한민국 핸드볼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핸드볼 전설의 근황이 궁금해 졌다. 지도자로서의 지금이 재밌어 지고 있다는 윤경신 감독을 만났다.
▶ 제18회 아시아 남자 선수권 대회 3위를 했는데 소감은?
다른 분들이 보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핸드볼인으로서 볼 때 현실적으로 아시아 남자 선수권 대회 3위는 그다지 나쁜 성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핸드볼 국제 대회가 한국에서 30년 만에 열려서인지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실력 발휘를 다 못한 것 같다.
▶ 3월에 핸드볼코리아컵이 있다.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핸드볼 정규리그가 동계리그로 전환이 되면서 2013년도에 없어졌던 핸드볼코리아컵이 다시 만들어 졌다. 작년까지 리그를 계속 우승해서 아무래도 다른 팀들의 공공의적이 될 것이다. 또 이번 핸드볼코리아컵 대회가 실업팀 뿐 아니라 대학 팀들도 참가해 많은 팀이 출전한다. 아무래도 대학팀은 혈기와 패기로 저돌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기 때문에 부담은 실업팀들이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정규리그 전 실업팀, 대학팀이 다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 우승을 목표로 하는데 있어 경계 대상이 있나?
작년에 리그에서 준우승한 인천도시공사와 SK호크스팀이 준결승에서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첫 경기여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첫 경기이기 때문에 팀워크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는데, 다른 팀 모두 다 같은 상황일 것이다.
▶ 두산 팀의 장점은?
오랫동안 팀워크를 맞춰왔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팀워크이고, 선수들도 잘 알기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또 골키퍼 박찬영 선수의 방어율이 우리 팀의 큰 장점이다. 골키퍼 박찬영 선수는 SK호크스 이창우 선수와 1, 2위를 다투고 있는 선수이다. 팀워크와 골키퍼의 방어율, 그것이 우리 팀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팀을 지도하는데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핸드볼은 개인전이 아니고 단체전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팀워크를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다. 서로의 배려와 희생을 크게 강조한다. 잘하는 선수, 못하는 선수 구분하기보다 위에서 끌어주고 밑에서 받쳐주는 관계를 유지한다. 우리 팀의 장점이면서 또 강하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 자신은 어떤 감독인 것 같은가.
공과 사는 확실하게 구분하는 감독이다. 처음 감독을 시작했을 때 ‘형님리더십’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실업팀 선수 생활을 하다가 감독이 되었기 때문에 같이 선수 생활 했던 선수도 있다. 사적으로는 형처럼 편하게 지내지만 코트나 체육관에 들어갔을 때만큼은 형님이 아닌 그 누구보다도 무서운 감독이 된다. 초반에는 선수들이 많이 헷갈려 했을 것이다. 체육관 들어갔을 때는 내가 내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더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부분에서 만큼은 선수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 한국 핸드볼에 아쉬운 점은 무엇이 있는가.
인프라가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의 문제가 아닌 고질병으로 따라 붙는 문제이다. 핸드볼인으로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표현은 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비인기 종목이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학부모들이 핸드볼을 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의 인프라가 많아야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해 경쟁력이나 경기력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 한국 핸드볼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많이 육성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협회에서는 영재 육성에 크게 힘써야하고, 홍보도 많이 필요하다. 실업팀이 얼마나 훌륭한 선수를 잡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핸드볼에 흥미를 느끼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올해의 목표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어느 누구보다 훈련도 많이 했고, 많이 하고, 앞으로도 많이 할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보답을 받았으면 좋겠다. 선수들한테 강조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다. 자기가 받을 것은 확실하게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스레 명예, 자신감 또한 따라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수들은 부상 없이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
▶ ‘최강두산’ 이라고 불리고 있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경기력과 실력 차이는 평준화 되어서 다른 팀과 비슷한 것 같다. 우리 팀 자랑을 하자면 몰입도나 선수들의 마인드가 뛰어나다. 팀워크 부분 또한 자신들이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얘기하기 전에 서로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그런 부분들이 한 두골 차이지만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분데스리가 시절 독일 핸드볼 계에서 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왜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메달에 대한 욕심, 한국과 다른 환경의 차이와 팬들의 느낌이 좋아서 욕심이 났었다. 또 한국에서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핸드볼을 했고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귀화를 한다는 것이 와 닿지가 않았다.
▶선수 윤경신이 좋은가, 감독 윤경신이 좋은가.
나 스스로에게 어떤 시절이 더 좋았냐고 질문을 한다면 선수 시절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조금 더 편했고 자신감도 많았다. 명예 또한 그 시절이 더 높았던 것 같다. 지도자는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고 스스로를 낮춰야 하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20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핸드볼의 재미를 알았다면 지금은 지도자로서 6년밖에 되지 않다보니 지도자의 역할을 조금씩 배워가고 알아가는 단계, 재밌어지는 단계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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