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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U-18 대건고를 통해 '프로산하' 시스템을 엿보다
인천 유나이티드 U-18 대건고를 통해 '프로산하' 시스템을 엿보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2.28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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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전지훈련비, 기숙사비 등 면제… 실적 내지 못한 선수 팀 떠나야하는 자율경쟁"

인천 대건고등학교는 인천유나이티드 U-18 고등학교다.

즉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의 유소년 팀이다. 최근 프로 산하 팀들의 위세가 엄청나다. 작년 13개의 전국 대회 중 무려 8개를 프로산하 팀이 가져갔다.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축구 환경도 좋다. 당연히 그에 따른 진학률·취업률도 매우 좋다. 프로산하 고교는 모든 선수가 오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학비·전지훈련비 등 면제… 실적 내지 못하면 팀 떠나야 하는 자율경쟁>

 

인천 유나이티드는 매년 유소년 시스템에 10억 정도를 투자한다.

이 투자금액은 우수한 유소년 선수들의 학비, 기숙사비, 전지훈련비 등에 쓰인다. 하지만 조건 없는 제공은 아니다. 매년 인천지역 대회 1위 혹은 전국대회 3위 안에 들어가야 한다. 대건고는 최근 몇 년간 단 한 번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적이 없다. 사실상 무료인 셈이다. 따라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전혀 없다.

 

대건고의 훈련 장면

 

우종호 대건고 축구부장은 “아침과 점심은 축구부에서 제공 하고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데 그 한 끼 식사 정도만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정도” 라고 말한다. 통상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축구부 회비에 추가로 부과되는 전지훈련비와 대회 참가비용이 어마어마한 한국축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축구 선수들에게는 천국인 셈이다.

대건고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광성중학교(인천유나이티드 U-15)에 입학해야 한다. 프로 산하 고교이기에 일반 고교에서의 전학은 불가능하다. 또한, 졸업 시 해외진출을 하거나 대학을 가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지만 국내 프로 데뷔는 반드시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해야 한다.

참고로 U-15 광성중은 우성용 감독-김태종 코치-최승주 GK코치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5년 간 2013 금강대기 우승, 2013 왕중왕전 준우승, 2015 왕중왕전 우승, 2016 소년체전 우승, 2016 금석배 준우승, 2016 예산사과기 준우승 등의 업적을 남긴 중등 축구의 강팀이다.

인천 대건고의 운영은 프로만큼이나 체계적이다.

하루 훈련시간은 딱 2시 30분 ~ 4시 30분까지 딱 2시간이다. 그 외에는 자율훈련이다. 훈련시간에 그들을 상대로 화내거나 다그칠 이유가 없다. 또한,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지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 시간을 허투루 쓰는 사람이 없다. 내부경쟁 때문이다. 대건고에는 자율을 주는 대신 엄격한 규율이 있다. 프로 산하 팀인 만큼 총인원이 35명을 넘어설 수가 없다. 따라서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올 때,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올 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선수들 몇몇은 팀을 떠나야 한다.

전재호 대건고 감독은 "그때가 제일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경기를 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보내 주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프로 산하 고등학교에 있는 것만 해도 대학 진학 및 프로 입단에 매우 유리하다. 거기에 훈련비 등 막대한 금전적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팀을 떠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개인훈련은 기본이다. 정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성인 프로팀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한 대건고 정우영(출처 : 인천 Utd)

 

대건고는 최근 2년간 2015 K리그 주니어 전·후기 통합 우승, 2015 후반기 왕중왕전 준우승, 2016 K리그 U17·U18 챔피언십 동반 준우승 등을 일구며 강호 반열에 올랐다. 그 과정을 통해 작년 프로 팀으로 콜업 돼 신인선수로 합류한 김진야, 김보섭, 명성준은 광성중-대건고를 거쳐 프로가 되었고 특히 김보섭, 명성준은 인천 유소년 시스템(U-12, U-15 광성중, U-18 대건고)을 모두 거쳐 프로가 된 첫 세대로 꼽힌다.

얼마 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정우영도 대건고 출신이다. 정우영이 남긴 이적료 수익은 70만 유로(약 9억13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구단은 이 수익을 오롯이 유소년 시스템에 재투자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U-12부터 U-18까지 유소년 시스템을 완비하면서 그려온 선순환 구조가 이번 정우영의 이적사례로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전재호 감독은 “인천의 유소년 팀들은 대회 스케줄, 훈련 일정 등이 체계적으로 잘 완비가 되어있다. 굉장히 안정적이다. 감독 부임 이후 이건 고쳐야겠다 하는 부분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라고 현 시스템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8년 인천 대건고의 라인업 알아보기>

 

올해는 전재호 감독이 선임된 지 2번째 해이다. 서서히 전 감독의 색깔이 대건고에 나타날 시기이다.  2018년 뚜껑을 열어본 대건고의 전력은 막강했다.  

 

대건고의 2018년 주전 선수들

 

대건고의 가장 큰 장점은 팀 전체의 피지컬이 굉장히 좋다는 것이다. 

이호재(189cm, 3학년)와 최세윤(177cm, 3학년)의 투톱은 이번 대한축구협회장배에서 무려 13골을 합작했다. 이호재는 이기형 인천 Utd 감독의 아들이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볼 키핑력도 수준급이다. 센터포드 출신의 최재영 코치가 이호재의 기량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전 감독은 귀뜸한다. 이번 대회에서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기량이 만개했다. 최세윤(177cm, 3학년)은 아직 공을 다루는 것이 거칠지만 골 결정력은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다.

 

포워드 - 박형빈(171cm, 63kg,2학년) ,김세윤, 천성훈(190cm, 79kg, 3학년), 이호재(189, 79kg, 3학년,)

 

중원에 배치되는 김성민(170cm, 3학년)-정성원(173cm, 2학년)-김현수(175cm, 3학년)-이준석(178cm, 3학년), 김채운(175cm, 3학년) 등은 발밑이 좋고 빠르다. 큰 신장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윙의 돌파와 측면 크로스에 의한 헤딩 득점은 대건고의 메인 득점 루트중 하나이다. 

 

윙백 - 김성민,(170cm, 62kg,3학년), 이준석(178cm,67kg, 3학년,), 김채운(175cm,65kg,3학년), 손재혁(179cm, 79kg, 3학년)

 

서지환-하정우-황정욱-손재혁 등으로 구축된 포백은 지난 협회장기 대회에서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은 철벽을 자랑했다(결승은 하정우와 황정욱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특히 골넣는 스위퍼 하정우는 4강전에서 2골을 넣는 등 이번 대회 무려 3골을 작렬시켰다. GK 최문수는 신장은 185cm 정도로 평균적이지만 순발력이 좋고 킥력도 좋다. 다만 아직 현대의 골키퍼에게 요구되는 빌드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미드필더 - 강지훈(179cm,73kg, 2학년), 김현수(175cm, 69kg,. 3학년), 정성원(173cm, 69kg, 2학년)

 

대건고는 3월 10일 대 오산고 전을 시작으로 K리그 주니어 대회에 참여한다. 대건고와 K리그 주니어는 인연이 있다. 2015년 아디다스 K리그 주니어 전·후기리그 통합 우승을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전재권 감독은 “K리그 유스들이 나오는 만큼 만만한 팀이 한 팀도 없다. 대한축구협회장배와는 또 다른 전략으로 경기에 나서야할 것 같다.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라고 짤막한 출사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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