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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의 꽃을 피워가는 남매 선수 최윤석, 최지연
아이스하키의 꽃을 피워가는 남매 선수 최윤석, 최지연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3.12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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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다행인 것은 우리 둘 다 하키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동계 올림픽의 꽃’은 아이스하키다. 아이스하키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캐나다는 아이스하키가 국민 스포츠다. 겨울이 긴 캐나다는 동네마다 아이스 링크가 있고 우리나라 조기 축구 수준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아이스하키를 즐긴다. 캐나다 5달러 지폐 뒷면에는 겨울철 호수에서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아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캐나다 여자 선수가 메달을 받자마자 벗어버리는 해프닝이 있었다. 스포츠맨십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느끼는 아이스하키의 무게감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캐나다, 미국을 비롯한 북아메리카와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등의 유럽에서는 동계 올림픽의 꽃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스하키는 아직 ‘동계 올림픽의 꽃’이 아니다. 비인기 종목이다. 2017년 현재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등록된 아이스하키 선수는 3,045명, 초등학생을 포함한 숫자다. 이 중 성인 선수는 268명, 연세대 등 대학 팀 5개, 한라 위니아 등 실업팀 4개, 상무, 여자국가대표팀을 포함하여 전국의 성인 팀은 11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아이스하키의 저변이 취약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여자 남북 단일팀이 반짝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 외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가 대중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아이스하키 하면 떠올리는 장면은 격렬한 싸움일지도 모른다. “아이스하키는 경기보다 싸움 구경이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아이스하키는 부자들을 위한 스포츠라는 인식도 만만치 않다. 아직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최지연, 최윤석 선수의 어린시절 모습
최윤석 선수
최지연 선수

 

아이스하키에 푹 빠져서 아이스하키와 함께 인생을 즐기며 당찬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남매를 만났다. 최지연 국가대표, 그녀는 6살 때 목동 아이스하키 클럽에서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25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지난 동계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로 맹활약했다. 최윤석 선수는 그녀의 오빠다. 8살 때 스케이트화를 신었고 현재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역시 아이스하키 선수다. 그는 초등학교 때 아이스하키를 위해 2번이나 전학을 할 정도로 아이스하키를 좋아했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공동의 꿈을 꾸고 있다.

 

두 남매 선수의 아이스하키 인생을 들어본다.

 

아이스하키 최지연, 최윤석 선수

 

▶ 아이스하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최윤석 선수 -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사계절스포츠를 찾다가, 아버지 선배 권유로 아버지가 먼저 시작하셨다. 구경하러 갔다가 내가 시작하게 되었고, 한 달 뒤에 지연이도 하게 되었다. 선수가 되고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아이스하키 팀을 보유하고 있는 광운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선수가 되려고 마음먹은 건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지연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제의가 들어왔는데, 너무 어려서 거절했다. 이듬해 6학년이 되었을 때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그 당시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었다.

 

최지연 선수 - 나는 오빠가 하니까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다. 언제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아이스하키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서로에게 의지가 많이 될 것 같다.

 

최윤석 선수 - 이번 올림픽뿐만 아니라 동생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할 당시 연습경기 또는 여자 썸머리그를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보고 조언해준다. 동생도 시간되면 내 경기 보러 와서 조언해준다. 요즘은 나도 기숙사에 있고 동생도 진천선수촌에 있으니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면 이것저것 챙겨준다.

 

최지연 선수 – 오빠와 같은 종목이고 아는 것도 많고 경험도 많다보니 전술적인 면에서 오빠의 조언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오빠랑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다.

 

▶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우리가 워낙 좋아하고 자신있어하다 보니 반대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하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다.

 

▶ 후회한 적은 없나.

 

너무 힘들어서 가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북미나 북유럽 같은 아이스하키 강국들처럼 시장이 큰 것이 아니라서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상무팀의 존속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많이 없는 실업팀도 자꾸 없어진다는 안 좋은 소식을 접할 때 힘들긴 하다.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팀은 2년 사이에 벌써 두 팀이 해체가 되었다. 선수는 생기는데 활동할 수 있는 팀이 적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 최지연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해 25:1의 경쟁률을 뚫고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었다. 기분이 어떠했나.

 

사실 기대를 안했다. 초등학생이기도 하고 상비군에서 훈련을 하고 있어서 만약 안 되더라도 계속 상비군 훈련을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선발 되었다. 어린나이에 국가대표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 최지연 선수는 미국대학에서 스카우트를 받았다고 들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서 주최하는 캠프가 있는데 미국 대학 감독님들이 스카우트하려고 찾아온다. 1부리그 두 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 중 한 대학을 결정하고 미팅도 하고 캠퍼스 투어도 했지만 평창올림픽 2년 전이기도 했고, 미국 대학을 가려면 한국 나이로 고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가야하는데 졸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올림픽 이후에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지만 혹시 모를 부상을 고려해 일단 국내에서 대학을 가기로 했다. 많이 아쉬웠다. 1부리그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일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또 뛰는 게임의 수도 다르고 솔직하게 우리나라 국가대표 지원보다 훨씬 좋은 지원을 받는다. 스틱도 부러질 때마다 주는 것을 보고 정말 부러웠다.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정말 가고 싶었지만 당장 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 동생이 아이스하키 멘토가 오빠라고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남매들을 보면 우리 우애가 좋은 편인 것 같긴 하다. 지연이가 나를 멘토로 생각하는 것처럼 나 또한 나보다 어리지만 동생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연이 플레이 보면서 피드백을 얻기도 하고 지연이랑 같은 라인에서 활동하는 외국에서 귀화한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 선수로서 자신의 장점은?

 

최윤석 선수 - 성실한 플레이를 한다. 투지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찬스가 오면 득점도 자주 한다. 작년, 3학년 때는 3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전체 득점 2등을 했다. 4경기에서 3골 기록을 했다. 득점력도 나름대로 준수한 것 같다(웃음). 공격수이지만 수비역할도 잘해서 공수양면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최지연 선수 –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강해서 확실히 승부욕이 있는 것 같다. 6살 때부터 스케이트를 타서인지 스케이팅이 좋다. 스피드도 빠른 편이다.

 

최윤석 선수 - 주변에서 우리 둘 플레이가 비슷하다고 한다. 장점 부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다른 학부모님이 오셔서 “윤석아, 너 동생이랑 플레이 똑같이 한다”고 하시더라.

 

▶ 몸싸움이 치열한 경기인 것 같다. 체력훈련은 어떻게 하는가.

 

최윤석 선수 - 몸싸움이 심하다 보니 체력이 빨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이클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면 심폐 지구력이 좋아져 좋은 속도로 경기에 좀 더 오래 임할 수 있다. 또 힘을 쓰기 위해서가 아닌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다치지 않아야하고 근육이 있어야 보호를 해주기 때문이다.

 

최지연 선수 – 우리가 더 체계적 인 것 같다(웃음). 얼음판 훈련 없이 NHL (북미아이스하키리그)식 체력 단련 프로그램인 엑소스(EXOS) 훈련을 한다. 마지막에 체력 훈련을 하는데 사이클이 정말 지옥이다.

 

최윤석 선수 - 우리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종목 선수들은 사이클 훈련을 정말 많이 한다. 스피드 스케이팅도 시즌 들어가기 전에 사이클을 정말 많이 한다고 하더라. 도망치고 싶은데 목표가 있으니까 열심히 한다.

 

▶ 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최윤석 선수 - 누구에게나 입시는 민감하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중3, 고3, 대학교 4학년이시기가 항상 어려운 것 같다. 다음을 이어가야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하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나는 부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건 참 감사하다.

 

최지연 선수 – 대학 입시 때 고생을 진짜 많이 했다. 외국이 좋은 것이 따로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대표팀 훈련하면서 한국 대학을 가려면 공부도 따로 해야 한다. 훈련 때문에 학원을 못 다니다보니 혼자 준비했어야 했다. 학창시절에 공부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는 맨날 조퇴하고 훈련 가느라 야간자습을 못해봤는데 야간자습도 해보고 싶고 수업도 듣고 싶었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 한국에서 운동하기 정말 힘들 것 같다.

 

그 부분이 안타까워 대학 와서 공부를 많이 했다. 체육특기자 제도가 있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 외국은 다 스포츠클럽이다. 평생 운동만 할 수 없으니 ‘공부하는 운동선수’가 아닌 ‘공부도 하는 운동선수’가 되어야 한다. 운동선수가 공부한다고 하면 신기하게 쳐다본다. 사회적 통념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미국, 캐나다에서 유학하는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인터뷰를 해봤는데, 지도자들도 학교 수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외국에서의 교육을 보면 여자 국가대표 선수 중에 캐나다 교포출신 박은정 선수는 아이스하키 장학생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다가 휴학하고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회적 제도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에서의 입시와 훈련의 괴리감으로 인해 운동하기 힘들어진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대한체육회에서 은퇴 선수 취업프로그램이 아닌 어릴 때부터 공부를 병행하게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지연이도 대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이번에 휴학을 했다. 선수촌이 태릉에서 진천으로 이동하면서 학교와 병행하기가 힘들어졌다. 훈련을 받아야하고 올림픽 앞두고 해외 전지훈련, 친선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업은 들어야한다.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다보니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휴학을 했다.

 

▶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 같다.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는가.

 

최윤석 선수 - 우리 둘 다 확고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것만 보고 왔는데 다른 것을 도전한다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다행인 것은 우리 둘 다 하키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내가 좋아한다는 마음과 확고한 목표가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아이스하키를 국민스포츠로 만들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고 입에 달고 살았다. 지금은 아이스하키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변화에 힘을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육인으로서 어느 정도 가치를 증명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운동도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최지연 선수 - 지도자로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따라가야 하니까 더 열심히 쫓아가게 된다. 모든 힘든 순간들이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이후 진로는?

 

최윤석 선수 - 실업팀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또 지인 분께서 중국 와서 아이들을 지도해달라는 부탁을 하셔서 검토 중이고 대학원가서 더 발전하고 공부도 하고 싶다.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실업팀이 1순위다. 계속 해왔던 운동이니까 실업팀가서 활약을 해보고 싶다.

 

최지연 선수 – 베이징올림픽 때까진 선수생활을 계속 할 것이다. 지금 아이스하키 지도자 2급 자격증이 있다. 코치경력을 쌓아가면서 1급 자격증도 연수받을 것이다. 졸업 후 핀란드에 아이스하키 지도자연수가 있다. 거기서 연수받고 경험도 쌓아서 한국 돌아와서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여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한국이든 해외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우리의 꿈이다. 돈을 많이 벌고 안 벌고를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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