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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오보이스트를 꿈꾸며 비상하는 이광일
세계적 오보이스트를 꿈꾸며 비상하는 이광일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3.2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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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분야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

오지로 떠난 선교사와 원주민과의 교감 그리고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션’의 주제곡 ‘가브리엘 오보에’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오보에의 편안하면서 마음을 파고드는 선율이 더해져 오랜 세월 동안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곡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보에가 목관악기인 것은 모르지만 넬라판타지아의 원곡 ‘가브리엘 오보에’는 들으면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오보에는 오케스트라 연주 시작 전 튜닝 할 때 a음을 내주는 가장 중요한 악기이다. 또 바로크시대의 비발디, 바흐, 헨델 등은 오보에 소리에 매료되어 수많은 협주곡·실내악곡들을 남겼다.

 

오보이스트 이광일

 

어린 시절 이런 오보에 특유의 매력에 빠져 오보에 연주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이광일을 만났다. 오보이스트 이광일은 음악계 최고 엘리트의 등용문인 동아음악 콩쿠르 1위 입상자다.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광일은 선화예술학교, 선화예술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실기 우수자로 인정을 받았고,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여 탄탄한 연주 실력을 쌓았다. 그는 한국의 거의 모든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2008년 서울 바로크 합주단 전국 음악 콩쿠르 1위, 2009년 한국음악협회 해외파견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 부산 MBC 콩쿠르 2위, 제10회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콩쿠르 목관 전체 1위, 선화예술고등학교 실내악경연대회 금상, 서울대학교 관악동문 콩쿠르 고등부 1등 없는 2위, 2010년 경희대학교 관악콩쿠르 목관 전체 1위, 우현관악콩쿠르 목·금관 전체 최고의 점수로 1위, 국제 하이든 음악 콩쿠르 1위, 난파콩쿠르 목관 전체 1위와 난파상 수상, 2011년 부산콩쿠르 1위, 2013년 동아콩쿠르 1위 등 유수 콩쿠르를 휩쓸며 오보이스트로서의 존재감을 각인 시키면서 각 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독보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2008년 루마니아 사투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2010년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선화예술고등학교 실기 우수자 연주회 연주, 기전 음악제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포스코 로비 음악회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 2011년 제주 페스티벌 연주, 금호 리사이틀, 2014년 금호 쳄버 리사이틀 등 풍부한 연주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 그는 독일 뮌헨 대학에서 세계적인 음악가, 오보이스트로 우뚝 서기위해 유학중이다.

 

연주중인 이광일

 

▶ 오보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버지 빼고 우리 가족 모두 음악을 한다. 엄마가 플루트와 피아노를 하셨고, 6살 차이나는 누나도 플루트를 했다. 자연스럽게 플루트를 배웠는데 재미가 없었다. 그때 선화예술고등학교를 다니던 누나의 관악합주 연주를 보러 갔다가 솔로로 나오는 오보에 소리가 너무 좋아서 시켜달라고 했다. 예술중학교를 가기엔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처음 선생님을 잘 만나서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았다.

 

▶ 오보에도 어릴 때 시작해야하는 악기인가.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다. 나와 동갑 중에 오보에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초등학교 2, 3학년 때 시작했다고 하더라. 내가 생각 할 때 가장 적당한 시기는 초등학교 4, 5학년인 것 같다. 호흡을 써야하는 악기인데 너무 일찍 시작하면 제대로 불 힘도 없고 어려운 느낌이 있다.

 

▶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차이는?

 

음역대, 소리가 다르다는 기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오보에는 겹리드라고 해서 두 개의 리드(reed)가 필요한 반면 클라리넷은 하나의 리드가 필요하다. 리드는 기명 악기의 발음체로서 악기에 부착시키는 대·나무·금속 등으로 만든 엷은 조각으로 그 진동으로 악음을 낸다. 클라리넷은 리드가 공장에서 나오는데 오보에는 리드를 본인이 직접 깎아야한다는 까다로움이 있다. 또 오보에의 바람구멍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클라리넷보다는 불기가 조금 더 어려울 수 있다. 기네스북에 호른과 오보에가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올라있다고 한다.

 

▶ 유학을 가게 된 과정은?

 

5, 6월이 독일 입시기간이다. 작년에 처음 나갔을 때 드레스덴, 퀠른, 베를린, 뮌헨 네 개 학교를 지원했다. 자만심에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봤던 드레스덴과 퀠른이 떨어졌다.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서 가고 싶었던 베를린 한스아이슬러를 시험 봐서 붙었다. 베를린에 집, 은행계좌, 비자를 다 준비해놨었다. 뮌헨 대학이 남아있었지만 시험을 보러 가고 싶지 않았다. 뮌헨 대학교수인 오보에의 대가 ‘프랑수아 를뢰’가 어차피 나를 뽑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베를린에서 기차로 6시간 가야된다. 실기 선생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한번이라도 연주 해보라고 하셔서 시험을 봤다. 잘 하긴 했지만 스스로에게 한스아이슬러 입시 만큼의 감동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다. 7월초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뒤늦게 합격 발표가 났다. 심지어 ‘프랑수아 를뢰’ 제자라고 하더라. 정말 가고 싶었지만 뮌헨 물가가 비싸다보니 고민이 되었다. 4년 전 목관5중주로 독일 ARD콩쿨을 나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숙박했던 곳의 주인 분들의 도움으로 편하게 지내고 있다. 인복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 유학을 가려면 가장 힘든 것이 언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시험 보러 나가기 전에 한 달을 단기로 배웠다. 나가서 보니 영어가 다 되더라. 시험 볼 때 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고 대학 교수님도 프랑스 사람이다 보니 독일어와 영어가 다 되시더라. 일단은 영어를 하겠다고 했다.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레슨이 점점 심도 있어지면서 영어 단어 수준이 높아졌다. 그때 조금 헤맸는데 교수님께서 아직 어리니 독일어를 공부하라고 하셔서 지금은 독일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 음악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

 

끊임없이 발전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든 것 같다. 대학교 1, 2학년 때는 패기 있게 도전했는데 요즘은 두려운 마음이 있다. ‘여기가 끝이면 어쩌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유학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혼자 하는 솔로곡은 내가 준비한 것을 다 보여준 연주를 했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다 같이하는 오케스트라나 앙상블 같은 경우에는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즐겁다. 음악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여럿이서 호흡을 맞추는 것이 행복하다.

 

▶ 기억에 남는 연주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무대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 협연했을 때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해 주시는 동아콩쿨 입상자 연주였다. 슈트라우스 오보에 콘체르토를 연주했는데 30분 가까이 되다보니 외워야 할 곡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제일 많이 긴장했고, 제일 많이 떨었다. 다행히 잘 끝마쳤다. 마지막 음을 연주 하는 그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 자신의 장점은?

 

긍정적인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금방 풀리는 성격이다. 연습에 대한 압박감이 심할 땐 심하지만 조금 있으면 바로 차분해진다. 단기간에 잘한다. 그러다 보니 단점은 오랜 시간 연습을 못하는 것 같다.

 

▶ 오보에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케스트라에서만 보더라도 솔로 부분이 엄청 많다. 그것 때문에 부담감이 있긴 한데 그것이 또 참 좋다. 멜로디를 불면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다 표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솔로 부분이 많으면 덜컥 겁이 나지만 좋다. 오보에 특유의 소리도 매력적인 것 같다.

 

▶ 한국에 오보에 하는 사람이 많은가.

 

많지 않았는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이순재 연기자가 오보이스트 역할을 한 이후로 많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불기가 힘들어서 접근하기 쉬운 악기는 아닌 것 같다. 취미생들이 오보에 소리가 좋아서 시작하지만 그 좋은 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한 두 달하고 그만둔다. 좋은 소리를 내기 어렵다보니 흥미를 빨리 잃으시는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가.

 

내 분야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보에가 압이 있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 불기 힘든 악기다. 될 수 있는 한 오래 하고 싶다. 유학 나가기 전에는 유학 마치고 돌아와 한국에서 활동 할 생각이었다. 근데 외국을 가보니 외국에서 활동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나오고 그걸 바로 느끼고 볼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지금은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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