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합천군민체육공원은 이 선수를 위한 독무대였다.
전반에 중앙수비수가 퇴장을 당한 절체절명의 위기는 이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하기위한 연출이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는 10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더욱 힘을 냈고 묘기에 가까운 슛과 패스를 선보이며 매탄고를 춘계대회 3연패로 이끌었다. 매탄고의 10번 신상휘(178cm, 71kg, 3학년)가 그 주인공이다.

축구 선수들을 만나보면 다들 뚜렷한 개성이 있다. 포지션별로 개성이 다르고 성격별로 또 다르다. 다른 개성의 선수들을 만나보는 것은 축구기자로서 큰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신상휘 또한 개성이 뚜렷했다. 적어도 기자가 만나본 모든 고교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전술 이해 능력과 축구 지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플레이 한다. 하지만 짧은 순간에 생각하고 그 생각을 플레이로 발현하는 것은 어렵다. 이류와 일류의 차이는 피지컬일 수 있으나 일류와 초일류의 차이는 이해하는 플레이의 유무에서 생겨난다.
신상휘는 분명 자신의 축구를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좀 더 확률 높은 축구를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줄 알았다. 그리 크지 않은 체격에도 왜 매탄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을 달고 있는지 플레이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중앙미드필더인 신상휘는 대동 초등학교를 나왔고 중학교부터 매탄의 일원으로 뛰고 있다. 그는 이번 춘계대회에서 총 4골을 넣었고 이상재(5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그가 보여준 결승에서의 1골 1도움의 맹위는 기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춘계 3연패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너무 뿌듯하다”라는 다소 무미건조한 말로 우승 소감을 밝히는 신상휘. 역시 많은 우승을 해본 선수답게 들뜨지 않았고 침착했다. 하긴 그에게는 춘계대회 우승이 그리 새로울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 학년 춘계대회 우승을 경험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정말 간절한 우승이지만 신상휘에게 우승은 ‘늘 당연히 하는’ 사소한 그것에 불과하지 않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살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매 대회마다 매탄이라는 자부심과 부담감이 공존하기 때문에 계속 우승을 하고 싶고 또 해야 한단다.
매탄고가 강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폭넓은 선수층과 주승진 감독의 철저한 분석력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한다. 춘계결승전에서 매탄고의 전략은 상대팀의 핵심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스위칭 플레이를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명이 퇴장당하면서 그런 플레이가 어려워지자 전반 막판 포백으로 바꿨다가 후반에 다시 스리백으로 바꾸는 변화무쌍한 주승진 감독의 전략에 매우 감탄했다고 그는 설명한다.
신상휘는 이번 대회 마법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가히 최고의 한 장면이라고 할만하다. 후반 31분 신평고의 골대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 세 명을 농락하는 현란한 턴 동작을 선보이며 팀의 승리를 확신하는 두 번째 골을 작렬시켰다. 상대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 놓는 원더골이었다. 당시의 골에 대해 그는 “평소에 그렇게 드리블을 많이 하지 않지만 당시는 공격 숫자도 부족해서 자신 있게 해봐야겠다 싶어서 치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인생 골이다”라며 웃었다.

신상휘는 7살 때 축구를 시작했다. 외할아버지가 사주신 몇 천 원짜리 축구화가 그를 축구 선수의 길로 이끌었다. 논두렁을 뛰어다니던 어린 꼬마가 매탄의 10번을 달고 있으니 그 운동화의 값어치가 더욱 빛나보였다. 그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당시 손흥민의 아버지 손정웅씨에게 축구를 배운 이력 말이다. 클럽 팀에서 축구를 하던 신상휘를 눈여겨보고 직접 지도해줬고 그것을 계기로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매탄중에 입학 하게 되었다고 신상휘는 회고한다.
그는 집에서 귀한 외동아들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춘천에 살다가 최근 들어서 어머니가 그를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직접 화성으로 이사를 왔고 아버지는 아직도 춘천에서 일하고 있는 기러기 가족이다. 그에게 걸고 있는 가족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 ‘다재다능(多才多能)’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을 했다. 드리블, 슛, 패스, 스피드 등 모든 분야에서 빠지는 것 없이 일정 수준 이상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말이었다. 특히 지난 1~2년 동안 바디페인팅과 드리블 연습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이번 춘계리그에서 센터포워드부터 시작해서 중앙미드필더, 홀딩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매탄고의 백넘버 ‘10번’은 스타 등용의 지름길로 통한다. 매탄고의 10번 출신 선수들이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우, 권창훈, 김건희, 윤용호, 유주안, 전세진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 위대한 계보를 신상휘가 이어받았다.
그 또한 10번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작년에 20번을 달다가 이번 춘계대회에서 처음으로 10번을 달았다. “나에게 무언가 여러 가지로 주목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며 10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신상휘. 1년 선배이자 프로로 바로 들어간 전세진과 종종 통화를 하면서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교해서 축구를 일찍 시작한 탓인지 축구에 대한 지능이 매우 높아보였다. 특히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아주 좋다. 그의 탁월한 공간침투 능력은 주승진 감독 또한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이런 뛰어난 오프더볼 능력에 대해 “나는 2선의 미드필더를 보는데 우리 팀은 원톱을 쓴다. 원톱이 볼 쪽으로 끌려 나갔을 때 뒷 공간이 빈다. 그 뒷 공간을 내가 파고들면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차분하게 그 비결을 설명한다.
훌륭한 미드필더의 조건에 관해 물어보니 현대축구에서는 ‘상황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강력한 압박이 들어왔을 때 이를 드리블로 치고 나가야할 것인지 원터치 패스로 다른 사람에게 줘야할 것인지 등에 대한 상황인식이 현대 미드필더가 갖춰야할 최우선 덕목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서 그는 강한 멘탈을 강조했다. 강력한 압박이 들어왔을 때 그 압박감을 이겨내고 차분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팀의 부주장이다. 김태환이 연령별 대표팀에 나가면 그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 작년까지는 멘탈에 자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멘탈도 자신이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신상휘에게 매탄이라는 팀의 스타일을 듣고 싶었다. 그의 정의는 꽤나 명쾌했다. 주승진 감독님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이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EPL 맨시티의 4-1-4-1이 매탄고의 기본 전술이고 미팅 때 맨시티의 경기를 유독 많이 본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천재형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아니예요~ 천재형 절대 아니예요!!!~”라고 손사래를 친다. 많은 훈련을 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훈련을 스스로 골라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코디네이션이 약해서 코디네이션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신상휘. 본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기자가 보는 그의 모습에서는 천재의 아우라가 풍겼다.
그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소질이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의 직업을 즐길 수 있는 능력!~ 그는 축구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쉬는 날이면 국내 축구와 해외축구 영상을 보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그의 빼어난 축구 지능과 전술 이해능력 또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소질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일까. 그는 대학보다는 프로에 뜻이 있었다. 그에게는 ‘수원삼성’이라는 네 글자가 향후 목표의 모든 것을 대변했다. 그만큼 수원 삼성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부모님 또한 수원 삼성에 대한 애정이 많다고 한다.
그가 축구를 시작하던 시절 수원 삼성은 한국의 레알 마드리드였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하던 팀이었다. 설령 2군에서 뛰더라도, 해외에서 좋은 조건으로 그를 불러준다고 하더라도 수원의 유니폼을 입은 후 모든 것을 생각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에게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님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 멘트는 꼭 신문에 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살짝 고민하는 듯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원은 어렸을 때부터 나의 로망이었고 소원이었다. 수원에 입단한다면 어떤 포지션에서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하는 신상휘. 그의 결연한 눈빛은 이미 고교 무대를 넘어 저 멀리 빅버드를 바라 보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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