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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청소년 연주단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감동 실화, 그리고 하트브라스앙상블 지휘자 조현우
발달장애 청소년 연주단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감동 실화, 그리고 하트브라스앙상블 지휘자 조현우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3.2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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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음악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 어떠한 음악가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수준 높은 곡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 단원들을 위해 응원하겠습니다.”

“처음 연주를 듣고 밀려오는 감동에 차마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끝없이 들려오는 찬사, 올림푸스 앙상블 · 비올리스트 용재오닐 · 바리톤 김동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하트하트오케스트라(Heart to Heart Orchestra)와 협연 후에 던진 말들이다. 유명 음악인들의 찬사가 이어지는 것은 다른 협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연주 단체이다. 2006년에 하트하트재단에서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현재까지 650여회의 국내외 연주활동을 통하여 한계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연주로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나아가, 발달장애인이 음악으로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칫, 발달장애로 인해 세상과 소통이 어려울 수 있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합니다.”라고 하는 슬로건을 가지고 당당하고 멋있게 활동하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음악을 즐기며 감동의 연주를 하는 것, 작은 사회 안에서 사회성을 향상하는 것,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것, 새로운 문화복지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현재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오보에 등 30여 명의 연주자가 활동하고 있다. 한편 하트하트재단은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의 정신을 바탕으로 가난과 장애 그리고 질병으로 소외된 국내외의 아동과 그 가족을 섬김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1988년에 설립되었다.

 

창단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회성이 부족한 발달장애 특성상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 가야하는 오케스트라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비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음악을 한 곡 한 곡 완성해가며 즐거움과 성취감을 경험한다. 끊임없는 도전과 연습을 통해 음악적 기량을 향상시키며 전문 음악인으로 성장해 간다. 이들은 오케스트라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인격적으로 존중 받는 경험 등 사회성을 배우면서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들은 장애를 극복한 전문적인 연주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들의 노력과 그 노력의 결실로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단원의 어머니의 말이다. “초등학교에서 연주를 마치자 박수를 받고 찬사를 연발하며 심지어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학기 초마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아가 몇 번이고 당부의 말을 해야 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받았던 곳이 이제는 박수 받고 존경 받는 곳이 되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연주 장면(하트-하트재단 제공)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악기의 특성에 따라 3개의 공연팀을 더 운영한다. 하트브라스앙상블, 하트스트링콰르텟, 하트플루트듀오가 그것이다. 이 중 하트브라스앙상블은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금관악기 단원들로 구성된 앙상블로 경쾌하고 풍성한 선율로 대중들에게 많은 호응과 사랑을 받고 있다. 관공서, 기업, 병원, 단체 등 전국 단위의 찾아가는 연주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전하며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산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감동의 결실 뒤에는 남모르는 사랑과 헌신의 주인공이 있다. 물론 하트하트오케스트라 관계자 모두의 사랑과 헌신의 결실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들 중의 한 사람 하트브라스앙상블을 지도하며 지휘하는 조현우 지휘자를 만나 그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트브라스앙상블 조현우 지휘자

 

조현우 지휘자는 트럼펫을 전공한 트럼펫 연주자이자 지휘자다. 한 오케스트라에서 만난 분의 권유로 이 하트브라스앙상블을 지휘하게 된지 벌써 9년째.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기다림이 필요합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는 장애인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발달장애를 가진 세계최고의 연주자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가르쳤다”며 “장애인들을 가르치려면 모두가 인정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이여서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깨고 싶어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대학교 입시 곡들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놀랍게도 그 곡들을 실제로 해내는 제자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의 제자 중 한 명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 동 대학원에 진학하고, 수원시립교향악단 협연(지휘:김대진), 그리고 부산음악콩쿠르에서 2차 본선까지 진출하는 일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교육 방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지도자 자신이 느슨해지면 아이들도 똑같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해외연주, 지방연주 가면 여행 가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 즐거움 속에서 긴장을 하고 계속 그 곡을 생각하게 만들면서 더 발전하게 한다. 내가 못 가본 곳을 저 아이들이 가보게 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라며 제자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털어놓는다.

 

주변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잘 만났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이들을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과거 자신의 대학시절 악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슬럼프를 크게 겪었다. 그리고 이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 이 아이들을 만났다. “나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절망했던 기억, 슬럼프를 극복할 당시의 연습 방법 등을 통해 얻은 나의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것을 아이들에게 대입하여 지도한 것이다. 추상적인 가르침을 싫어하는 그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르쳐줘야만 알아듣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적합한 선생님이었다. 물론 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힘든 것이 사실이다. 발달 장애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욕구를 완전히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는 때로 신과 같은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도 많지만,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하트브라스앙상블 연주 장면(하트-하트재단 제공)

 

그는 이와 같은 그동안의 봉사와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재능기부협회가 주관하는 ‘2017 한국을 빛낸 재능나눔대상&재능나눔 콘서트’에서 재능나눔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그에게는 이 수상이 세상의 어떤 상보다 값있고 귀한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장애가 있는 제자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며 그들이 세상과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지금도 그의 카카오톡 배경 사진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제자들의 모습, 그리고 재능나눔대상 수상의 순간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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