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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포기하려 했다” … 의지의 골잡이 구민서의 폭풍 질주가 시작되다
“축구를 포기하려 했다” … 의지의 골잡이 구민서의 폭풍 질주가 시작되다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3.30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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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인대 2번 끊어져 선수생명 위기 … 춘계연맹전 11골·리그 6골 폭발

운동선수들에게 부상이란 평생을 함께 가야하는 운명과도 같다. 

신체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운동 선수들에게 부상은 어쩔수가 없다. 그럼에도 스포츠가 감동을 주는 것은 이런 부상을 이겨내고 앞으로 전진 하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주는 깊은 울림 때문일 것이다.

 

문래중의 No.9 3학년 스트라이커 구민서

 

문래중의 구민서 또한 그러했다. 워낙에 밝은 선수였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냥 잘하는 선수이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 또한 큰 부상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서 있는 사연 많은 선수였다. 앞으로 한 번 더 큰 부상을 당하면 축구를 그만둬야할지도 모른다.

부상 당시 수없이 축구를 그만둬야겠다고 되뇌였다는 구민서. 그랬기에 이번 춘계중등연맹전에서 폭발시킨 11개의 골과 우승트로피, 그리고 득점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했고 감동적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방과 후 축구를 하다가 스카우트 권유가 와서 엘리트 축구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조금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춘계연맹전 우승 소감이 궁금했다. 그에게는 각별한 우승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그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의 우승에 대해서 “지금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라고 그는 말한다. 부모님도 당시를 즐겨보라고 말씀을 하셔서 한동안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경기 상황 또한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문래는 백마 이강민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시종일관 끌려갔다. 백마중이 선제골을 넣고 파이브백으로 전환을 해서 속된 말로 멘붕(멘탈붕괴)이 왔었다는 구민서.

 

춘계중등연맹전 결승전 구민서의 동점 헤딩골 장면

 

하지만 후반 20분경 프리킥 상황에서 본인이 헤더 동점골을 꽂아 넣은 이후 확실히 이길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골을 넣은 시간대까지 기억을 하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문래중은 백마중을 승부차기 끝에 6-5로 이기고 우승을 했다. 그런데 정작 팀은 승부차기 훈련 같은 것은 해본적도 없단다. 그냥 감으로 때려 넣었는데 그날 모두들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고 그는 회고한다. 특히 골키퍼에게 부담을 주려고 스스로 불안감을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골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었다. 팀의 원톱을 맡고 있는 포워드니까 무조건 득점을 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센터포워드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스스로 타켓형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공간침투에 자신이 있고 헤더로도 골을 많이 넣는 다고 한다. 

실제로 결승전 후반에 넣은 동점골도 멋진 헤더였다. 그는 욕심많은 선수였다. 그렇게 골을 많이 넣고도 학교에서 하는 팀플레이를 맞춰야 하니까 드리블을 많이 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단다. 이제는 드리블까지 잘하는 천천후 공격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욕심이 비춰진다. 

 

동점골을 넣은 후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9번 구민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양발을 잘 쓴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스트라이커가 양발을 잘 쓴 다는 것은 굉장한 희소성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는 손흥민의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손흥민의 동료이자 EPL의 대표공격수 헤리 케인과 이동국을 좋아한다는 구민서. 그는 플레이스타일부터 마인드, 그리고 이상형까지 타고난 스트라이커 다름 아니었다. 

그에게 문래 중학교의 축구 스타일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구민서가 생각하는 문래중의 축구는 상대적으로 공격에 비해서 수비가 약한 편이라 수비를 튼튼하게 하는 카운터어택형 축구구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밑에서 차분하게 풀어가는 빌드업 능력이 장점이라고 덧붙인다.  

이번 시즌 문래중은 주전 선수들은 전원 3학년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문래중의 가장 큰 강점은 피지컬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구민서 또한 이를 인정했다. 중앙 수비 2명이 모두 180cm이 훌쩍 넘고 본인도 키가 183cm나 된다. 중학생으로는 상당한 피지컬이다. 그러다보니 팀 자체가 세트피스에 굉장한 장점을 보인다고 구민서는 말한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동계훈련에서 십자 인대가 끊어져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재활을 하던 6개월 후 쯤 인대가 또 끊어졌다. 그래서 1,2학년 때 경기를 거의 뛰지 못했다. 이번 대회가 사실상 중학 첫 대회다. 그가 매일 부지런히 저녁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것 또한 이러한 부상을 관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구민서의 눈물

 

아직 어린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부상 시련이다 싶어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었냐고 물었다. 그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지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수술을 받았을 때 더 이상 축구를 못하겠다고 생각 했단다. 부모님께도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고 부모님 또한 포기하고 더 이상 강요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런 구민서의 마음을 돌려놓은 인물이 김태인 문래중 감독이다. 김태인 감독이 직접 찾아와 끝까지 책임질 테니 잘해보자고 한 진솔한 설득이 본인을 다시 그라운드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에게 뜬금없이 축구가 재미있냐고 물었다. 도대체 얼마나 축구가 좋으면 십자인대가 두 번이나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고도 축구를 계속할 수 있겠나 싶어서다. 그는 서슴없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냥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 코치님에게 많이 혼나지 않냐고 물으니 “우리 코치님은 많이 혼내는 편이 아니다. 맞는 말만 하신다”며 오히려 코치님을 감싼다.

그는 집에서 늦둥이다. 누나 3명에 형이 1명인데 전부 20살이 넘고 본인만 10대란다. 집에서 귀염받는 막내 임에도 가족들이 모두 바빠서 경기장에 자주는 오지 못한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는 남들보다 1년이 늦은 만큼 빨리 프로에 가고 싶어 했다. 특히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느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또한 환경이 좋은 프로산하 고교로 진학하고 싶다는 바램도 살짝 전했다. 

 

최근 주말리그 3경기 6골의 폭풍질주을 하고 있는 구민서

 

문득 그에게 솔직하게 여자 친구가 없느냐고 캐물었다. 기자의 집요한 물음에 ‘좋아하는 사람’은 있는데 여자 친구는 아직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 본인 시합을 본적도 없단다. 졸업하기 전에 꼭 고백을 하라고 강요하는 기자의 짖궂은 장난에 슬며시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구민서. 역시 아직 중학생이구나 싶어서 절로 삼촌 미소가 피어났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번시즌 목표에 대해서 물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주말리그와 추계까지 3관왕을 노려보고 싶단다. 아직 매탄중, 오산중 등 강한 프로 산하팀이랑은 경기를 해 본적이 없는데 그 팀 들과도 당당하게 붙어보고 싶단다. 그는 중학생답게 원대한 포부도 곁 들였다. 여기서 더욱 발전해서 한국축구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남들보다 다소 늦었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띄었을 뿐이다.

하지만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때의 고통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시간이 더 소중하고 행복하다. 구민서에게 지금은 심장이 터지도록 골대를 향해 돌진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부상을 딛고 중등 축구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문래중의 스트라이커 구민서.... 그의 폭풍 질주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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