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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운드의 신사’ 오산고 명진영 감독의 지도 철학과 소신
‘ 그라운드의 신사’ 오산고 명진영 감독의 지도 철학과 소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4.04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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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성중·대건고 등 유소년 축구에 잔뼈 … 문체부장관기 3위, 베트남 대회 준우승 등 순항

‘그라운드의 신사’

명진영 감독을 그라운드에서 볼 때면 드는 생각이다. 서두르는 법이 없다. 언제나 느긋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중하며 어떤 위기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다. 순리대로 일을 풀어나간다. 수많은 위기가 있었다. 골키퍼 백종범이 부상을 당한 채로 문체부장관기를 치뤘다. 베트남 국제대회에서는 공수의 핵인 이인규와 김주성이 부상을 당했다. 베트남 국제대회를 치르고 와서는 수요일, 토요일에 연속으로 주말리그를 치뤄야 하는 엄청난 강행군임에도 아무말없이 묵묵히 전진이다.

“요즘 오산고가 그렇게 강하다면서요? 하는 기자의 농담에 “누가 우리 팀 견제하려고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 라고 너스레를 떠는 명감독. 베트남 국제대회를 갓 치르고 돌아온 오산고 명진영 감독을 오산고 그라운드에서 직접 만나보았다.

 

오산고 명진영 감독

 

Q) 베트남 국제대회에서 3승 1패를 했다. 먼저 대회에 총평 한마디 부탁드린다.

A) 결과보다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국제대회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는 것만 해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데 의의를 뒀기 때문에 크게 아쉬운 부분은 없다.

 

Q)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고교 선수들이다. 많이 힘들어하지 않던가.

A) 생전 비행기를 처음 탄 선수도 있었다. 동남아와 우리나라는 다른 부분이 많더라. 그래도 대체로 잘 적응한 편이고 만족했다. 다만 대회 기간이 2주가량으로 길어서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더라.

 

Q) 2차전에서 베트남 19세 대표 팀에게 1-2로 아쉽게 패했다.

A) 베트남 19세 선발팀이고 포지션별로 좋은 선수들이 있었고 우리 팀 보다 나이가 1~2살 많은 선수들이었다. 거기에 홈구장이기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점이 베트남 쪽에 쏠려있기는 했다. 무엇보다 이인규와 김주성이 부상을 당해서 나온 것이 컸다.

 

Q) 반대로 한일전인 미토홀리호크 전은 굉장히 경기력이 좋았다.

A) 한일전은 맞다(웃음). 그 경기는 유난히 잘 풀렸던 것 같다. 고르게 선수들을 기용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고 대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감독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프로 팀 코치로 계시다가 유소년 축구를 다시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유소년 축구의 지도 경험이 10년 이상 있고, 프로산하를 맡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경험 치에 대한 부분을 구단에서 인정해 준 것 같다. 선수를 성장시키는 부분과 프로산하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이 나에게 잘 맞을 것 같았다.

 

베트남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오산고 선수들

 

Q) 오산고는 총원이 너무 적어 모든 대회에 전력투구하기에는 벅찰 것 같다.

맞다. 3학년 8명, 2학년 11명, 1학년 11명 총 30명에 부상 선수가 몇 있다 보니 벅찬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성적이 최우선이 아니기 때문에 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Q) 명감독님이 파악한 오산고만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대체로 가지고 있는 기량들은 평균 이상이라고는 생각을 한다. 축구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성들이 강하고 하다보니까 팀플레이, 조직적인 부분이 아직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Q) 문체부장관기에서 3위를 했다. 첫 전국대회였는데 아쉽지 않나.

많이 아쉽다. 우승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경기에서 조금 더 자신감이 있게 물러서지 않고 도전적으로 플레이해주길 바랬는데 그런 부분이 안 돼서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리그도 많이 남아있고 대회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온 지 이제 4개월 정도 된 시점이라 이런 것들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을 하고 경험을 통해서 더 단단한 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안양공고와의 K리그 주니어 경기에서 작전설명을 하고 있는 명 감독

 

Q) 문체부장관기에 비해 현재 수비조직력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있나.

해도 해도 끝이 없는게 수비 조직력이고 한번 만들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한번 잘 만들어놓으면 깨지지도 않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다보니까 수비조직력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것도 경험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쌓아나가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수비 조직력을 갖추는데 김진규 코치의 역할이 클 것 같다.

FC서울의 레전드 선수이기에 선수들이 말 안 해도 김 코치에 대한 위압감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늘 솔선수범하고 역할을 잘 해주기 때문에 아이들하고의 궁합이 아주 좋다.

 

Q)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 소개를 좀 부탁드린다.

김주성은 팀의 주장이고 좋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고 왼발잡이 센터백으로서 희소성이 있다. 오른발잡이 중앙수비수와 짝을 이뤄놓으면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선수다. 어릴 때부터 연령대 대표를 두루두루 하고 있다. 이인규는 12세 시절 스카우트 대상 1호일 정도로 재능이 출중한 선수다. 몸싸움 및 적극성만 조금 더 보완을 하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Q) 오산고의 축구 색깔은 어떤 색이라고 봐야할까.

기본적으로 공격축구를 선호한다. 물론 같이 하는 구성원들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고 객관적인 전력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다. 상황은 틀릴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볼 소유를 통해 공격적인 패싱축구를 하는 게 나의 목표다. 

 

밝은 분위기로 훈련하는 오산고 선수들

 

 

Q) 오산고가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다. 최강 전력 오산중을 산하로 두고 있는 팀이라 조금 의아하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와는 또 다르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가진 재능이 총체적으로 발휘되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신체적으로 동등해지고 멘탈이 크게 좌우를 많이 한다. 18세가 되면서 부터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Q) 오산고는 서울 팀이라 스카우트를 하는데 가장 유리한 지점에 있지 않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요즘에는 지역별로 프로산하 팀들이 다 있어서 오히려 멀리까지 오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집하고 근거리에 있는 팀을 선호하는 추세인 것 같다.

 

Q) 선수들끼리 개성이 강해서 많이 부딪히지 않나.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부딪히기도 한다. 자존심이 있고 어렸을 때부터 인정을 받았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감독이 팀을 어떻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조합플레이를 할 때, 팀플레이를 할 때 코드가 또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향의 축구를 하고자 한다.

 

안양공고와의 경기 후 마무리 하는 명진영 감독

 

Q) 선수를 지도할 때 명진영 만의 소신이나 철학이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지도자가 끌고 가야 한다. 또한 지도자가 빼 내야한다. 하지만 나는 선수가 100%에 가깝게 이해를 하고 스스로 구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기다려주는 스타일이다. 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 한다. 선수가 스스로 판단하고 예측하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늘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는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감독님이 부임하신지 4개월이 되었다.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축구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나.

프로팀에서도 감독의 색깔을 입히기까지 3년이 걸린다고 한다. 너무 빠른 변화도 중요하지만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선수들이 흡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과정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Q) 마지막으로 2018년 목표가 무엇인가.

우승을 한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우선순위가 우승은 아니지만 우리 방식대로 훈련을 하다 보면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름에 있을 챔피언십이 진정한 시험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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