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04-23 13:11 (화)
홍예은이 들려주는 음악코치 이야기
홍예은이 들려주는 음악코치 이야기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4.23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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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조화롭게 만드는 사람, 음악코치
음악코치 홍예은 (그룹씨어터 반도 제공)

 

화려한 오페라 무대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있다. 음악코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음악코치는 공연에서 들리는 모든 것을 더 좋게 터치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연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연주가 끝날 때까지의 모든 면을 터치한다. 성악가와 지휘자의 협업에 도움을 주며 음악 안에서의 모든 부분을 신경 쓴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음악코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음악코치로 활발히 활동 하고 있는 홍예은 음악코치를 만났다. 홍예은은 숙명여자대학교 성악과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오페라 코치를 전공하여 전문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돈 죠반니>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가면무도회> <쟌니스키키> <토스카> <투란도트> <나비부인> <세빌리아의 이발사> <사랑의 묘약> <일 뜨리티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렛또> <헨젤과 그레텔> <메리 위도우> <돈 파스꽐레> <사랑의 묘약> <라보엠> 등에 음악코치로 활동하거나 직접 출연 하는 등 광폭의 활동을 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수미 2017 순회콘서트>에서는 피아니스트로도 활약했다.

 

또한 오페라 공연의 지휘를 맡기도 하였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쟌니 스키키>, 심산문화센터 재개관연주 <사랑의 묘약>에서 그 역량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관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찾아가는 연주와 같은 여러 형태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신재은 대표가 이끄는 로얄아트앤뮤직코리아에서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음악코치 홍예은

 

▶ 음악코치란 무엇인가.

 

큰 범위에서는 공연에서 들리는 모든 것을 더 좋게 터치하는 사람이다. 역할을 살펴보면 연주가 진행되기 전 프로그램을 짜는 것, 연습이 진행될 때는 반주와 성악가들의 노래를 교정하고, 연주 때는 연주자로서 활동을 하거나 리허설을 듣는 것이 주된 일이다. 또한 오케스트라로 주로 연주되는 외국어 오페라 공연의 경우에 언어와 음악을 아는 음악코치들이 자막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학부에서 성악 전공 4학년, 피아노 전공 3학년을 복수 수학하던 때 오페라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때 음악코치로 오신 정호정 선생님을 뵈었는데, 그 분이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다 부르고 성악가들을 지도하시는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왠지 이 일이 내가 가장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음악적으로 굉장히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공부의 양이 많고 적다기보다 코치로서의 역할에 맞는 공부를 하게 되는데, 그 범위가 다양한 것 같다. 무대에 서는 성악가들은 악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모든 부분을 음악코치가 책임을 져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작품들을 보러 가고 성악가들이 외워야 하는 모든 것들을 교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자면 발음, 박자, 리듬 등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 협업하는 부분 등이다. 그러다 보면 오케스트라에 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 주로 총보를 공부하고, 오케스트라에 관련한 음악도 많이 듣는다. 또한 오페라는 대본이 있는 극이기 때문에 텍스트를 공부하며 그에 맞게 음악을 이끌도록 애써야 한다. 즉, 오페라의 모든 부분을 신경 써서 공부해야 한다.

 

▶ 대부분 음악 코치는 피아노 전공자가 많은데, 성악을 전공해서 더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가.

 

아무래도 몸이 악기인 성악가들을 조금 빨리 이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악가들은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노래에 영향을 미치는데, 혹여 가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빠르게 파악하고 단점을 가리는 방법을 찾아 주려고 노력한다. 노래를 잘 해서 좋은지 물으신다면, 대부분의 음악코치들이 노래를 잘 하시는데, 나의 경우에는 내 목소리가 그들 보다 조금 더 크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웃음)

 

▶ 직업 특성상 무대에서 빛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아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연주자들은 무대에서의 멋진 사진들이 많은데 나는 무대에서의 사진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공연이 시작된 오페라는 굉장히 분주하고 바쁘다. 다들 땀 흘리고 뛰어다니는 상황이어서 연습장면을 담을 시간은 없다. 나라는 사람을 드러낼 기회가 없는 직업 중 하나라는 것을 느꼈다.

 

▶ 오페라는 미술, 무용 그리고 음악이 함께하는 종합예술이다. 음악만 세부적으로 보더라도 지휘자, 연출가, 성악가, 합창단 등 여러 사람과 협업을 해야 하는 활동인데 많은 사람들과(음악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우선적으로 오페라 내에서 맡게 된 내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다양한 역할을 가진 분들이 모이기 때문에 협조나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럴 때는 선배 성악가, 연출자, 지휘자, 코치선생님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고 배우려고 노력한다. 오페라가 시작되면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각자의 일정을 맞추는 일이다. 무리한 요청을 하기보다는 각각의 음악인들의 사정을 듣고 최선의 방향을 찾으려고 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푸치니의 <쟌니스키키>라는 오페라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임웅균 교수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처음으로 지휘를 하게 된 작품이다. 사실 지휘를 배운 것은 지휘를 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음악코치로서 지휘자와 잘 협업하기 위해서였다. 작품이 어렵고 첫 지휘여서 부담이 많이 되었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초빙교수이자 김선국제오페라단 상임지휘자인 Carlo Palleschi 선생님이 어떻게 지휘를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지휘를 맡아서뿐만 아니라 작품 내의 캐릭터와 음악이 좋아 정말 재미있게 연주를 했고, 그 좋은 기억 덕분에 성악가를 섭외하고 연출자와 협업해야 하는 졸업 연주 때도 이 작품을 선정했다. 이 오페라는 50분 남짓의 짧은 작품인데, 여러 명의 주연이 등장하고 각 역할의 개성이 뚜렷하며 인간적인 욕심들이 희극적인 요소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 작품을 배우면서 음악에 솔직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시간을 많이 쏟는 작업이라 항상 긴장 속에 살게 된다. 오페라는 프로덕션으로 운영이 되는데, 다양한 사람들과 일정을 맞춰 진행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정을 자유롭게 소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다른 반주나 연주에 비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연습시간도 많고 늦게 끝나는 경우도 많아,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항상 미안하다.

 

▶ 일을 하면서 뿌듯했던 적은?

 

처음 오페라를 시작 한 것은 20대 중후반이었는데, 그 나이에 뛰어난 여러 선생님들과 같이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클래식을 한다는 것은 내가 맡은 작품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기까지 마음가짐을 다듬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사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미리 갖추신 선생님들을 보고 배울 때 어떻게 사는 것이 멋있게 사는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낀다.

 

▶ 눈이 녹고 봄이 오는 이 계절에 잘 어울리고 관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오페라가 있다면?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추천 해주고 싶다. 나비부인에는 사계절의 변화가 나오는데 내가 생각할 때 봄이 가장 예쁘게 표현되는 것 같다. 또 <가면무도회> <라 트라비아타>등의 베르디 작품들은 화려한 사교계 파티 장면 등이 나오는데, 우리가 지금 현실에서 경험 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조금 더 연주자들과 소통해 보고 싶다면 소극장 오페라들도 추천하고 싶다.

 

▶ 오페라의 매력은 무엇인가.

 

오페라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사실 오페라에는 사기 치는 내용도 나오고,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이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갈증에 대해 언급하고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 과정들을 통해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감정에 대해 더 솔직해 질 수 있고, 감상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오페라에는 에너지가 있다. 크고 화려한 극장에서든, 작은 무대에서든 하나의 공연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힘이 사람을 살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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