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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투수 조련사' 대치중학교 박철홍 감독의 소신과 철학
'명 투수 조련사' 대치중학교 박철홍 감독의 소신과 철학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5.04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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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가 인정하는 탁월한 투수조련 능력.... 서울지역 중학교감독 협의회 회장 등 다양한 대외활동

박철홍 감독은 신일고 - 고려대를 나와 실업야구 포스코와 LG에서 전성기를 보낸 명 투수출신이다. 실업팀 포스코에서는 24승 2패를 기록하며 ‘실업야구의 선동열’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투수조련사로 유명하다.  고려대학교 코치 시절 신정락 등의 숱한 제자들을 키워낸 그는 투수조련에 있어서는 중학 지도자들 중 최고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작년부터 서울특별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와 서울지역 중학교 감독자 협의회 회장직을 맡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바쁜 그를 붙잡아두고 대치중과 투수에 대한 다양한 고견을 들어보았다.

 

대치중의 야구는 아이들에게 맡겨놓는 ‘밝은 야구’

 

대치중학교 박철홍 감독

 

▼ 대치중에는 언제 부임하셨는지 궁금하다.

2011년 4월에 부임을 했다. 그러니까 올해로 7년째인 것 같다.

 

▼ 대치중은 작년에 비해서 대치중학교의 전력이 어떤가.

현재 총 인원이 40명이고 3학년이 14명이다. 전력 면에서는 작년이 나은데 시합하기에는 올해가 더 낫다. 작년에는 개인 선수들의 기량이 더 좋았고 올해는 팀 웍이 좋았다. 작년에는 개인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보니 따로따로 노는 경향이 좀 있었다. 올해 선수들은 서로가 부족한 면을 채워준다. 올해는 투구수 제한이 시작되어서 투수의 숫자가 중요하다. 확실한 에이스는 없지만 중상급 레벨의 선수들이 6~7명 정도 된다. 투수는 현재 3학년만 7명이다. 총 투수인원은 20명 정도다.

 

▼ 박철홍 감독님의 야구 스타일은 어떤가.

중학교 야구에 처음 왔을 때는 많이 이기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등학교 가서 좀 훌륭하게 크게 하기 위해서 하려고 노력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성이고 무엇보다 야구장에 즐겁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늘 밝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야구 내적으로 보면 나는 작전을 거의 안 건다. 진짜 필요할때가 아니면 번트도 잘 안 댄다. 선수들한테 맡겨서 못하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불필요한 플레이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지만 자신 있게 하다가 실패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지나친 투구수 제한은 과잉보호 … 투수에게 체격보다 중요한 것은 밸런스와 팔 스윙

 

대치중학교 투수들의 훈련 장면

 

▼ 최근 투구 수 논란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갑론을박’도 심하다. 감독님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내가 투수출신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선수들이 너무 약하다. 매체에서 너무 ‘혹사’라는 부분을 강조를 많이 하다보니까 선수들도 많이 안 던질 려고 하더라. 옛날 투수들이 그 많은 공을 던지고도 지금도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좀 더 강하게 키워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너무 과잉보호가 되면 나중에 야구가 직업이 되었을 때 그 투구 수를 못 이겨내면 좋은 투수가 되기 힘들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강하게 클 수 있는 몸과 투구 폼을 만들어놓고 던지게 해야 한다. 좋은 폼이 아닌 상황에서 던지면 10개를 던져도 아프고, 좋은 폼으로 던지면 200개를 던져도 안 아프다. 팔 힘으로만 던지는 투수가 100개를 던지면 당연히 무리가 온다. 이런 부분을 가다듬어 놓고 가는 것이 맞다.

 

▼ 제구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나도 제구력 투수였다. 몸에 밸런스가 안 좋은 선수는 제구력을 잡을 수 가 없다. 몸에 기억이 되어있는 제구력은 몇년이 지나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몸으로 기억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 몸이 어느 시점에서 공을 놔야 공이 어느 쪽으로 간다는 것이 인지가 되어있다. 팔로 하는 제구력은 제구력이 아니다.

 

▼ 투수를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는가.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밸런스는 만들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타고나는 부분도 있다. 초등생들을 보면 공은 느린데 몸의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좋은 선수가 몇 있다. 그런 선수들은 힘이 생기고 체격이 커지면 공이 빨라진다. 또 하나 이 선수의 팔 스윙을 본다. 팔 스윙이 귀에 걸렸다가 올라오는 선수들은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고치기가 힘들다. 팔 스윙이 간결하게 돌아가는 선수들이 발전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철홍 감독(이미지는 히어로즈기 영동전)

 

▼ 최근 야구계에서는 체격에 대한 선망이 트렌트처럼 되어있다.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다. 야구계에서는 결국 성공하는 선수는 본연의 제구력이 중요하다. 프로야구 2군에 가보면 150km/h 던지는 선수들은 지금도 많다. 지금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은 제구력이 좋은 선수들이지 볼이 빠르기만한 선수들은 아니다. 결국 투수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질과 본연의 제구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들은 모두 체격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투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중요한가.

일단 하체가 좋아야 한다. 하체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런닝을 많이 해야 하고 허리를 키우기 위해서 타이어도 끌어야 한다. 그리고 언덕도 많이 뛰어야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있어야 강한 하체를 만들 수 있다. 투수는 디딤돌이 좋아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

 

"우리 선수들 기본기 안 되어 있다는 소리 듣기 싫다”

 

대치중 선수들의 타격 훈련 장면

 

▼ 올해 전지훈련은 어디로 다녀왔는가.

전라남도 영암에 가서 한 달 정도 훈련을 하고 양산 중학교대회(14팀이 참가)에 갔다가 마지막으로 기장 대회에 참가해서 모든 훈련을 마무리 했다. 현대베이스볼파크라고 4면이 있는 야구장이 있는데 야구장이 좋아서 1주일 정도 시합을 하고 올라왔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 올 때까지만 해도 우리 팀의 전력이면 어떤 팀과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직접 경기에 들어가 보니까 또 아니더라. 긴장감으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에러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상위클래스의 팀은 맞지만 최고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다. 서울 중학교 팀들이 워낙 평준화가 잘 되어있다.

 

▼ 올시즌 팀의 타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 팀은 타격은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현재 우리 팀에서 가장 낫다고 하는 선수들을 배치를 해 놓았다. 반면 빠른 선수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거의 쳐서 점수를 내야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곤란한 면이 많다. 우리 팀은 리드오프의 개념이 없다. 제일 잘 치는 선수를 1번에다가 놨다. 제일 많이 칠 수 있게 하기위해서다(웃음).

 

▼ 대치중 수비력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우리 팀의 장점은 전체적으로 한 포지션만 볼 수 있는 선수가 없이 멀티포지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4명의 선수 중에서 투수만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가 4명, 야수와 투수를 겸업하는 선수가 10명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멀티포지션이 힘들다. 하지만 중학생들이니까 이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다 해보라고 시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것과 소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기본기가 덜 되어있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

 

▼ 강남권의 학교다보니까 애로사항이 많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은 학구열이 높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운동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생들과 부딪힌다는 따가운 시선이 많다. 일례로 학생들이 똑같은 사고를 쳐도 여기에서는 그 사고가 훨씬 더 크게 회자가 된다. 거기다가 인식도 대치중은 ‘돈 많은 배부른 선수들’이라는 인식도 많이 갖더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좀 안타깝다. 선수 스카우트하는 것도 힘들다. 위장전입이 안되기 때문에 강남 쪽에 이사를 와야 하는데 집값이 어마어마하다. 당연히 선수수급이 쉽지 않다.

 

▼ 마지막으로 박철홍 감독님의 지도 철학을 이야기 해 달라.

부모님들이 시키는 야구가 아닌 본인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 이 선수가 기본기가 덜 되어있다는 소리를 듣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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