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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폭격 … '중등 호날두' 강성진의 엄청난 무력시위
골 폭격 … '중등 호날두' 강성진의 엄청난 무력시위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5.10 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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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 서울시예선 준결승, 결승서 모두 결승골 … 고교 데뷔 무대서는 그림 같은 선제골 작렬

그는 끼가 많은 선수다. 

몸 전체에 밝은 기운이 넘쳐흐른다. 항상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 "인터뷰계의 혁명가" 라고 본인 스스로를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중학생이거니했다.

그러나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2018년 현재까지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오산중에서 가장 많은 골을 집어넣고 있는 선수.  엄청난 골 폭격으로 '오산중의 무적시대' 를 열어젖힌 선수가 바로 강성진(178cm/70kg, F, 3학년) 이기 때문이다. 

 

강성진(178cm/70kg, F, 3학년)

 

얼마 전 끝난 소년체전 서울시예선에서도 강성진의 존재감은 빛났다. 그는 준결승전과 결승 2경기 모두 결승골을 뽑아냈다. 팀이 뽑아낸 5골 중 무려 3골을 혼자서 몰아넣었다. 특히 팀의 공격이 풀리지 않았던 결승 후반 14분에 뽑아낸 발리슛은 중학생이라고는 믿기 힘든 그림 같은 장면이었다. 도봉중이나 구산중이 파이브백을 쓰며 그를 악착같이 봉쇄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경기 직후 만난 그에게 소년체전에 나가게 된 소감을 물어보았다. 그 또한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소년체전에 대한 갈증을 지니고 있었다. 작년 4강에서 목동중에게 1-2로 패해서 소년체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그도 결승은 꽤나 힘들었었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안도의 한숨부터 내 쉰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측면플레이를 통해서 상대를 갈라놓고 중앙으로 다시 올려서 상대를 공략하라고 말씀해주셨다. 후반전에 이 전략이 잘 통한 것 같다”라고 담담히 경기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본래 직선적인 움직임을 선호하는 포워드다. 상대가 내려앉다보면 당연히 직선적인 움직임이 제한되고 본연의 스피드를 살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기가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좋은 피지컬과 강한 슈팅력이 가장 큰 무기다. 크로스가 올라왔을 때 그냥 내 몸에 배어있는 자연스러운 슛 동작이 그대로 나온 것 같다고 웃으며 결승골 당시의 장면을 회고하는 강성진이다.

김영진 감독이 강성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피지컬이다. 강성진 또한 그런 부분을 인정했다. 특히 정훈기 피지컬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침 · 저녁으로 관리, 식단까지 다 신경써주시는 정훈기 코치님 덕분에 지금의 피지컬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추가적으로 저녁·이른 새벽에 본인이 따로 하는 순발력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도 한 몫하는 듯 했다. 

 

엄청난 피지컬을 지니고 있는 강성진

 

그에게 지금까지의 축구 인생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신정초등학교를 나왔다. 오산중의 서재민, 황두연 등 이 모두 같은 팀에서 뛰던 친구들이다. 5살 때 아버지를 따라서 축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엘리트 축구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도 여러 가지 굴곡도 겪었다. 특히 오산중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 정도까지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선수는 아니었다. 

그 또한 불투명한 미래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초등학교 때는 EPL도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그였지만 K리그는 고사하고 고등학교조차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김영진 감독도 그를 혹독하게 조련했다. 그에게 내재되어있는 여러 단점을 뜯어고치기 위해서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가 전부 지적대상이었다.

김영진 감독의 노력과 강성진의 의지 속에 그의 축구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동계훈련. 즉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보여 지는 강성진은 쇠가 달구어지고 또 달구어져서 만들어진 '강철같이 단단한' 강성진인 셈이다. 아무리 봐도 중학교 수준에서는 무결점 공격수인 그가 뭐가 그리 부족해서 혼이 났을까 싶어서 물어보았다. 

그는 수비수를 등져있는 상황이 오면 볼을 공을 많이 빼앗기는 단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팀이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혼자 드리블 하는 등 게임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플레이 때문에 많이 혼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바꿔주신 감독님께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수비수 세 명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강성진의 위력

 

그는 현재 오산중의 축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강성진은 오산중이 강한 이유로 ‘빠르고 유기적인 공수전환’을 꼽았다. 후방의 안재민, 박성훈 등이 공이 공을 빼앗아서 미드필드진에게 넘겨주면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힘이 다른 팀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중앙에 있는 선수들의 개인기가 좋고 포워드진의 결정력도 좋아서 상대 진영을 순식간에 갈라놓는 파괴력이 강성진이 보는 오산중의 가장 큰 강점이다.

강성진의 롤 모델은 네이마르다. 순식간에 수비숲을 빠져나가는 폭발적인 움직임을 훔치고 싶어했다. 그러나 한마디를 덧붙였다. 과거 선수생활이 어떠했든 본인의 가장 큰 롤 모델은 '아버지'라고 말이다. 아버지 때문에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의 축구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많이 자랑스러워 하시겠다”라고 말하니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요즘 더 많이 혼난다고 한다.

그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었다. 센터포워드로의 포지션 전환 여부였다. 그렇게 느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 3월5일 인천 대건고와 서울 오산고의 K라그주니어 저학년 경기 개막전에 그는 원톱으로 선발출전 했었다. 그리고 그날 강성진은 2선에서 침투해들어온 패스를 이어받아 현란한 드리블 및 슈팅으로 오산고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중학교 3학년이 고교 데뷔 무대에서 팀의 선제골을 뽑아낸 것이다. 경기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선수가 뽑아 낼 수 있는 수준의 골이 아니었다. 그의 피지컬이나 축구 스타일은 센터포워드에도 매우 잘 어울렸다. 

 

매탄고와의 슈퍼매치 데뷔전 - 슈팅을 하고 있는 강성진 선수

 

그러나 그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날의 경험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윙포워드가 좋다고 그는 말한다. 센터포워드는 상대방과의 공중경합을 많이 해야하고 돌아서서 하는 플레이가 많다.  본인의 개인기를 펼치기에는 센터포워드보다 웡포워드가 잘 맞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그는 유달리 드리블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본인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말에 주저 없이 드리블을 꼽았다. 본인이 되고 싶은 스타일도 드리블러다. 한국에 아직까지 진짜 드리블러가 없어서 본인이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센터포워드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현대 축구 흐름을 봤을 때 한 가지 포지션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윙포워드와 센터포워드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최근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이제는 본인이 에이스라는 자각을 좀 하느냐가 물었다. 본인 스스로 조연보다 주연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혼자 팀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단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모든 선수들이 에이스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올시즌이 끝나고 성장해있는 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는 타고난 골잡이다. 골 냄새를 지독히도 잘 맡는다. 올 시즌 라이벌 매탄중을 5대1로 압살한 그 경기에서도 멀티골을 뽑아낸 강성진이다. ‘중등 호날두’ 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 그리 오글거리지 않는 이유다. 

“올 시즌이 끝나고 내가 나를 봤을 때 부쩍 성장해 있는 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다소 어른스러운 멘트로 올 시즌 목표를 대신하는 강성진. 나지막하지만 강한 그의 눈빛에서 저 멀리 전국소년체전의 우승컵이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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