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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고 김주성, 매탄고 화력 무력화시킨 최강 센터백의 위용
오산고 김주성, 매탄고 화력 무력화시킨 최강 센터백의 위용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5.15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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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아니라고 해놓고 지는 것 말이 안 돼 … 오늘의 승리 득녀 김진규 코치님께 바치고 싶어”

매탄고는 고교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팀이다.  경기당 득점이 4.7점이며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 득실 + 27에  Total 28득점의 만화 같은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스트라이커 김태환을 필두로 새도 스트라이커 신상휘, 중앙의 김석현, 용동현, 강현묵 등의 공격력은 스피드, 개인기, 결정력 등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미니슈퍼매치 - 오산고 캡틴 김주성의 맹활약

 

그런 매탄고의 공격을 1득점으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은 오산고의 센터백 김주성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김태환을 적극마크함과 동시에 수비진 전체를 진두지휘하며 매탄고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최장신인 탓에 공중 볼은 완벽하게 김주성에게 장악되었고, 침투해 들어오는 패스도 앞에서 잘라내는 등 전체적인 안정성이 돋보였다. 

무려 22차례의 클리어로 팀 내 최다를 기록했고 공중볼 획득에서도 팀 내 최다인 7회, 패스성공율도 64%를 기록했다. 드러난 수치 자체가 이날 김주성의 활약이 눈부셨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주성의 진짜 가치는 드러난 기록보다  ‘블루컬러’ 라는데 있다. 가장 궃은 일을 하면서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 거칠게 들어오는 상대를 거칠게 맞대응하면서 상대의 기를 죽인다. 

“맞붙어야 할 때는 경고 받더라도 당당하게 붙어야죠” 라고 당연하게 말하는 것이 김주성이다. 팀내 최다 옐로우 카드도 그의 몫이다. 파이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오산고 센터백 2명이 모두 왼발잡이인 탓에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요령이 생긴 듯하다.

 

자존심 싸움 - 90분 내내 격돌한 양팀 주장 김태환과 김주성

 

이날 경기의 백미는 김태환과 김주성의 주장 대격돌이었다. 매탄고의 주장 김태환을 김주성이 대인마크를 하면서 양 팀 캡틴간의 자존심 대결이 벌어진 것이다. 거의 싸움에 가까울 정도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김주성은 90분 내내 박재환과 함께 김태환의 행동반경을 최대한 좁히며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에게 가장 먼저 김태환을 어떻게 막았냐고 물었다. 

“오늘 태환이가 나올 것을 예측을 하고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태환이가 빠르고 힘이 좋기때문에 최대한 바짝 붙어서 움직임을 봉쇄하고 내가 뚫리면 재환이가 커버를 들어가는 유기적인 수비를 주문하셨습니다. 어차피 공중볼 경합은 우리가 신장이 훨씬 좋기 때문에 발밑으로 들어오는 공만 강하게 부딪히면서 실수가 나오도록 유도한 것이 잘 먹혀들은 것 같습니다"

 

오산고는 원래 공격적인 팀이다. 포백을 쓰지만 양쪽 윙백은 나가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만큼은 매탄고의 공격력을 의식해 최대한 라인을 지키면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이런 일환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절묘한 태클

 

오산고의 축구의 특징은 '높은 점유율' 과 '빌드업'이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경기에서 점유율의 우위를 점했고 대부분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 것이 오산고다. 또한 강한 압박을 통해 최후방 라인을 앞으로 끌어올리는 공격적이고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사한다. 그러나 오늘은 전날 수중전을 어느정도 예상했고 그런 전략을 상당부분 수정했다(그는 수중전을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은 비가 올줄은 몰랐다며 웃는다).

“일단 감독님께서 오늘 운동장 상황이 많이 안 좋으니까 빌드업은 일단 포기하고 1선으로 최대한 많이 보내놓고 가자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1선으로 걷어내면서 그쪽에서 공중볼 싸움이던 패스싸움이던 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에게 살짝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매탄고와의 라이벌 의식에 대한 부분이다. 예상했던 대로 그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경기 전 매탄고 선수들이 ‘오산고는 우리의 라이벌이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놓고 지는 것은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부주장 백종범, 그리고 주장 김주성까지 공식 인터뷰 도중 이렇게 까지 강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매탄고의 도발에 오산고 선수들이 적지 않게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FC서울 산하의 오산고와 수원삼성 산하의 매탄고는 프로팀 형들만큼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프로팀 슈퍼매치에서 서울이 수원을 이겼기 때문에 본인들도 꼭 이기고 싶었다는 것이 김주성의 말이다.

과열된 열기를 진정시키며 이날 경기에서 가장 잘 된 부분에 대해서 물었다. 김주성은 상대가 잘하는 빌드업을 못하게 한 공격수들의 압박을 꼽았다. 또한 수비수들과 미드필더와 간격이 촘촘하게 라인이 구성되며 최대한 상대가 볼을 잡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부분 또한 잘 된것 같다고 설명한다. 

그는 팀의 주장이다. 선수들 간의 투표로 주장이 된 선수다. 그만큼 팀 내 선수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다. 그는 경기 후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줬는지 궁금했다.

"축구는 11명이서 하는 것입니다. 골 넣은 선수뿐만 아니라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잘 해준 것 같아요. 경기가 격렬하다보니 임도훈 선수 쪽에서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괜찮다고 달래줬습니다”

 

"오늘의 승리를 김진규 코치님께 바치고 싶습니다"

 

김주성은 지난 3월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현재가 슬럼프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슬럼프에 빠진 선수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강한 피지컬, 공중볼에 대한 장악력, 침투해 들어오는 패스를 안정적으로 끊어내는 순발력, 그리고 전체적인 수비를 조율해나가는 리더십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오늘 김진규 코치님이 출산 때문에 경기장에 못 나오셨습니다. 오늘의 이 승리를 김진규 코치님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제는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고교 최강 센터백의 품격이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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