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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기 스타] 대회 유일의 방어율 0 - 명품 체인지업 대구고 김주섭
[황금사자기 스타] 대회 유일의 방어율 0 - 명품 체인지업 대구고 김주섭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6.03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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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황금사자기 10이닝 이상 투수 중 유일한 방어율 '0' … “동료들이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5회말 투아웃 1,3루. 채 5회를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김주섭은 덕 아웃 옆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를 내리치며 자책했다. 

좀 더 긴 이닝을 버텨내지 못한 아쉬움과 동료들의 실수를 끝까지 막아내지 못하고 5회에 마운드를 내려 온 스스로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대구 고등학교가 25년 만에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그는 홀로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쏟은 대구고 김주섭

 

이날 대구고 야수들은 김주섭을 도와주지 못했다. 전날 까지 단 1개의 에러도 없었던 철벽 내야진이 이날따라 5회까지 3개의 에러를 범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도 김주섭은 흔들리지 않았다.  투수에게 가장 어렵다는 1회 1사 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전체를 봐도 4.2이닝 1실점 0자책점. 결코 나쁘지 않은 내용이다.

항상 팀의 승리를 생각하고 동료들의 실수를 아랑곳하지 자신을 헌신하는 선수를 우리는 에이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김주섭은 이번 대회에서 진짜 ‘에이스’ 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이번 대회 유일한 방어율 0의 투수

 

그는 경기가 끝난 직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팀이 잘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우승까지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투구 수 제한으로 결승에 나설 수 없다) 벤치에서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할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밝힌다.

김주섭은 이번 황금사자기가 낳은 최고의 우완 투수 중 한명이라는데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그렇다.  10이닝 이상 투구를 한 모든 선수 중 방어율 '0'는  김주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5월 19일 소래고전(64강) 2이닝 0피안타 무실점

5월 24일 전주고전(32강)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5월 28일 성남고전(16강) 1이닝 2피안타 무실점

5월 30일 경기고전(04강) 4.2이닝 3피안타 1실점 0자책점

Total 13.2이닝 1승 0패 방어율 0

 

그는 맞춰 잡는 투구를 본인의 스타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의 롤 모델도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이다. 직구, 커브, 체인지업을 주로 쓰는 그는 이날 경기에서도 경기고 타자들의 배트에 공을 맞춰주겠다는 마음으로 투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안 맞을려고 하기보다 수비를 믿고 힘껏 던지는 것이 잘 던지는 비결이라고 한다.

그는 투구 스타일이 윤성환과 꼭 닮았다. 제구력을 위주로 한 투수라는 점도 그렇지만 커브,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점도 닮았다. 이번 대회 그를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역시 명품 체인지업이다. 이번 대회 전체 투수가운데 가장 좋은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평가가 허언이 아니다.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오는 115~120km/h 짜리 체인지업은 경기고 타자들이 노리고 쳐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할 만큼 위력이 있었고 우타자 몸 쪽에 수시로 박혀들 만큼 제구도 완벽했다.

 

우타자 몸쪽에 박혀드는 체인지업에 당황하는 경기고 타자들

 

그 스스로도 체인지업에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체인지업은 중학교 코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그것을 지금까지 계속 갈고닦다보니까 이 정도까지 된 것 같다. 체인지업은 위력도, 제구도 정말 자신있다”

체인지업을 받쳐주는 커브도 상당한 수준이다. 슬라이더와 투심도 던질 줄 알지만 경기 중에는 잘 쓰지 않는다. 이러한 명품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그는 이번 대회 최고 우완투수로 등극했다. 이번 대회 한정해서 보면 광주일고 좌완 조준혁과 우완 김주섭이 Top2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김주섭의 가장 큰 장점은 직구도 체인지업도 아닌 그의 담대하고 넓은 가슴이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큰 가슴을 가졌다. 여타의 투수들이 흔들릴만한 상황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일례로  야수들이 실책이 나오면 열에 여덟은 무너진다. 큰 경기이면 큰 경기 일수록 그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김주섭은 달랐다. 전국대회 준결승전에서 에러가 속출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내가 막으면 타자들이 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에서 에러한 것을 내가 막아줘야지 팀도 살고 나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주섭의 가장 큰 장점은 담대함

 

경기 전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네 공을 던져라” 라는 짤막한 한마디 밖에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투수에게 가장 어려운 지시사항이기도 하다. 이런 지시를 이행할 수 있는 선수들은 몇안된다. 만원 관중 앞에서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침착함,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강한 정신력,  스스로에게 항상 냉정할 수 있는 승부욕 등은 프로의 자질이 있는 투수가 갖춰야할 필수 중에 필수사항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스스로의 담대함에 대해서는 저평가 중이다. “나도 그런 면이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멀었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는 프로에 가고 싶어했다. 대구 출신인 만큼 역시 삼성라이온즈가 꿈이다. 

그러면서 스카우터들에게 본인을 어필하기 위해 본인의 구속을 이번 하반기부터는 더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선발이고 본인이 긴 이닝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구속을 조정하고 있는 중일뿐 지금보다는 훨씬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는 김주섭

 

“우리 팀은 단합이 잘 되면서 그 단합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실력이 합쳐지면 더 커지는 그런 팀인 것 같다” 라고 대구고의 소개에 여념이 없는 달구벌 에이스 김주섭. 황금사자기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김주섭의 2018년 광폭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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