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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기 스타] 2018 황금사자기 No.1 투수 - 광주일고 싸움닭 조준혁
[황금사자기 스타] 2018 황금사자기 No.1 투수 - 광주일고 싸움닭 조준혁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6.03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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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빠르다고 좋은 투수가 아니야 … 체인지업 가장 자신있는 변화구”

“야구에 대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애탈란타 브래이브스에 명투수 톰 글래빈의 명언이다. 많은 이들이 공 스피드와 체격을 보고 투수를 판단한다. 1차지명의 기준도 대부분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를 전면 반박하는 선수가 있다. 

 

경남고와의 4강전 직후 아이싱을 하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조준혁

 

바로 광주제일고(이하 광주일고)의 좌완 에이스 조준혁(179cm/78kg, 좌완스리쿼터, 3학년)이다. 광주일고는 이번 대회 태풍의 눈이다. 충남, 서울, 부산의 각 우승후보들을 전부 격파하고 올라왔다. 16강에서 천안북일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광주일고는 8강에서 덕수, 4강에서 경남을 격파했다. 그 중심에는 항상 조준혁이라는 에이스가 존재했다. 조준혁은 장재영, 서준원 등 150km/h가 넘는 고교 최고의 파이어볼러들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팀을 가장 높은 곳까지 올려놓았다.

 

<조준혁 황금사자기 기록>

32강 천안북일전 6이닝 105개 투구 5피안타 3사사구 6삼진 1실점 1자책 <선발>

8강 덕수고전 승 4.1이닝 37개 투구 3피안타 0사사구 2삼진 0실점 <구원>

4강 경남고전 승 7.1이닝 103개 투구 5피안타 2사사구 3삼진 2실점 0자책점 <선발>

Total 17.2이닝 3실점 1자책 2승 0패 방어율 0.51

 

4강에서 무려 103개의 역투로 8회 1아웃까지 마운드를 지켜낸 후 어깨에 아이싱을 하면서 인터뷰에 응한 조준혁은 경기 직후 “일단 오늘 경기만 이기면 결승이다. 나는 어차피 내일 결승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나 혼자 죽고 팀을 결승에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죽을힘을 다해 던졌다” 라는 본인의 경기 전 비장한 각오를 말한다.

 

경남고와의 경기에서 7.1이닝 2실점 호투하고 있는 조준혁

 

덕수나 경남은 이번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이를 조준혁 또한 알고 있었다. 1,2학년 때 전부 패했었던 팀이라고 그는 말한다

“2년 동안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3학년이 되면 꼭 보여 주겠다 생각을 해서 강한 마음을 가지고 계속 칼을 갈고 있었다”

그의 강한 자존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광주일고는 이번 대회 대부분을 역전승으로 이겨왔다. 강팀들과의 경기는 더더욱 그랬다. 준결승에서도 1회 경남고 이주형에게 2타점 싹쓸이 3루타를 맞으며 1-2로 끌려갔다. 그 또한 초반 실점을 했을 때에도 “불안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지금까지 올라온 게임들이 전부다 역전승으로 올라왔다. 다른 팀보다는 우리의 정신력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광주일고만의 정신을 강조하는 조준혁

 

그러면서 적어도 올해의 광주일고는 광주일고 만의 정신이 있음을 강조한다. “다른 팀보다 끝까지 하는 마음이 강하다. 다른 팀들은 거의 후반쯤 되면 본인들이 이겼다고 승리를 굳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생각이 없다. 무조건 9회말 2아웃이 끝날 때까지는 방심안하고 다 같이 응원하고 다 같이 열심히 하는 그런 자세가 역전승이 많은 비결인 것 같다” 라고 광주일고의 남다른 선수들의 마인드를 강조한다

조준혁은 고교야구에서는 흔하지 않은 왼손 스리쿼터다. 공 스피드는 포심이 대략 132~134km/h정도가 최고다. 슬라이더는 127km/h 정도, 체인지업이 122~125km/h정도의 구속을 보인다. 슬라이더는 우타자 몸 쪽으로 떨어진다. 좌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형태가 된다. 체인지업은 주 코스가 우타자 바깥쪽에서 떨어진다. 우타자에게는 몸 쪽 직구와 바깥쪽 체인지업, 좌타자에게는 슬라이더가 제 1변화구가 된다.

그는 구속이 모든 평가의 기준이라는 야구계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공이 빠르다고 잘 던지는 것이 아니다. 수비수들이 뒤에 있기 때문에 공을 잘 던지면 타자들이 알아서 죽어준다. 그거 하나 믿고 내 공을 던지면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라고 말한다. 

 

지금 잡고 있는 그립이 약간 벌려잡은 조준혁의 체인지업

 

그가 공이 빠르지 않은데도 좋은 투구를 보일 수 있는 데에는 그의 명품 제구력과 고교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명품체인지업이 있다. 그 또한 “나는 체인지업이 가장 자신이 있다. 좌타자보다는 우타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슬라이더보다는 체인지업을 위주로 던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의 체인지업은 일반 체인지업과는 약간 다르다. 서클체인지업같이 동그랗게 잡는 것이 아니라 스플리터의 그립으로 반 포크볼같이 벌려서 잡는 형태의 그립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바깥으로 흘러나가면서 약간 떨어지는 형태를 보이는데 이런 공에 우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거나 땅볼이 나오기가 일쑤다.

좌타자에게 그는 저승사자다. 좌타자에게는 공이 크로스로 들어오다보니 보이는 각도 상 치기가 더욱 힘들다. 그러나 우 타자들은 멀리에서 가까이 들어오는 궤적이기 때문에 공이 몰리면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반대로 흘러나가는 변화구가 있어야 타자를 상대할 수가 있다. 조준혁은 이런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투수 중 하나였다.

 

어차피 모두 같은 고교생들이라 부담없이 던졌다

 

천안북일고의 변우혁, 경남고의 노시환은 프로팀 롯데, 한화의 1차지명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만큼 쟁쟁한 타자들이다. 그 선수들에 대한 승부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았다. “어차피 1차전때 북일고 변우혁 선수도 한화 1차지명 후보였다. 1차 1지명 후보들이라도 같은 고등학생들이니까 그거 하나 믿고 던졌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고글을 착용한다.  빨간색 고글의 느낌이 꼭 기아타이거즈의 양현종을 연상시킨다. 원래 눈이 안 좋았는데 어머니가 선물해주셨다고 한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가 누굴 롤모델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또한 올해가 끝나면 프로에 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는 1차 지명에 나서지 못한다. 1년 유급을 해서 2차지명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물었다. 주저않고 “어머니” 라고 말한다. 무뚝뚝한 광주사나이답게 “지금까지 지켜봐주셨으니까 조금만 더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다소 무미건조하지만 애정 넘치는 말로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고작해야 70점이라고 평가한다.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준혁의 열정은 결코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그는 싸움닭기질이 있는 선수다. 열정적이고 차돌처럼 단단하다. 성격이 강하고 투수로서의 프라이드와 승부욕도 강하다. 그는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본인을 이렇게 소개한다.

“공이 빠르다고 좋은 투수가 아니다.  볼넷이 적고 경기운영이 적은 투수가 훨씬 더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항상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팀을 결승에 올려놓은 대회 No.1 투수 조준혁. 그의 야구 열정은 결코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2018년 첫 대회에서 전국을 재패한 무등산 에이스 조준혁의 2018년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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