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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서순정 프리즘
작곡가 서순정 프리즘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6.11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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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은 나의 천직이야. 나 이거 아니면 못살아’
작곡가 서순정

 

4월 27일부터 한 달 동안 펼쳐졌던 2018 제9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한국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하여 무대에 오른 ‘한국오페라의 명장면’ <오페라갈라>를 비롯하여 번안작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 판소리오페라 <흥부와 놀부>등을 선보였고, <가면무도회>,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여우뎐> 등의 정통 오페라는 페스티벌의 정점을 찍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작품들은 나름대로의 색깔로 관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강민우 단장이 이끄는 누오바 오페라단의 <여우뎐> 역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고 한국의 전래 설화를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라는 점에서 한국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한 페스티벌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작의 과정은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창작오페라의 곡을 쓴다는 것은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작업일 것이다. 기자는 창작오페라 <여우뎐>에 곡을 붙인 작곡가의 작곡 인생이 궁금해 졌다. 작곡가 서순정을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 다양한 소리가 어우러지는 교향곡에 매료되어 관현악곡에 관심이 많았다. 큰 작품을 쓰는 것이 꿈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고, 관현악 곡을 편곡하며 실전 공부를 했다. ‘작곡가는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지만 눈치 보는 작곡가가 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그가 후배 작곡가들에게 던진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작곡은 나의 천직이야. 나 이거 아니면 못살아’라고 할 정도의 자신감과 꿈이 있다면 정말 멋진 직업이다.”

 

작곡가 서순정은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Toru Takemitsu Composition Award에서 수상함으로써 그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작곡가 Magnus Lindberg로부터 "관현악 작곡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자연스런 표현력을 지닌 작곡가"로 인정받은 실력파다.

그는 한양대학교 재학 중 제14회 대구음협콩쿠르 최우수상과 제1회 전국  대학·대학원생 합창작품 공모에서 입상했고, 졸업 후 '관현악을 위한 輪'으로 제5회 부산현대음악제 관현악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초연된 바 있다. 이듬해 도미한 후 현재까지 The Manhattan Prize, 한민족 창작음악축전, KBS 창작 관현악곡 공모, 안익태 작곡상 등을 수상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New York을 중심으로 Boston (MIT Guest Artist Series), Rockport (The Rockport Chamber Music Festival), Texas (Arts Fifth Avenue and The Fort Worth Guitar Guild), Cleveland (Cleveland Institute of Music) 등지에서 그의 작품이 연주 되었다.

 

특히 2002년 Los Angeles (The Da Camera Society)에서의 현악사중주 초연은 LA Times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03년 Copland, Bernstein등의 작곡가들이 거쳐 갔던 The MacDowell Colony로부터 Resident Composer로 초청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Tokyo Philharmonic, Vega Quartet,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수원시향, 부산시향, 성남시립합창단 등을 통해 연주 되었으며, KBS, 호주 ABC, 일본 NHK 등을 통해 방송되었다.

 

또한 solo guitar를 위한 'Garak'이 Daniel Lippel에 의해 연주, 녹음되었으며, 이 음반은 Harvard University의 지원으로 제작, Focus Recording을 통해 미 전역에 출시되었고, 국내에서는 수원시향의 2007 교향악축제 실황연주가 음반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코리안심포니와의 창단 25주년 기념 미국순회공연을 통해 뉴욕 카네기홀, 세리토스 퍼포밍 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등지에서 그의 관현악 작품이 연주되었으며, 특히 카네기홀 공연은 New York Times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KBS 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닉을 비롯한 각 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 오페라단 등 국내외 많은 연주단체를 위해 연간 수십 회에 달하는 관현악, 가곡, 합창곡 등의 편곡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서순정은 한양대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고, 졸업 후 도미한 그는 뉴욕 맨하탄 음대에서 작곡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Richard Danielpour, Giampaolo Bracali, George Tsontakis를 사사하였다.

 

인터뷰에 응한 서순정 작곡가

 

▶ <여우뎐>의 작곡은 기본적으로 어떤 자세로 임했는가.

 

오페라는 대중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장르다. 가장 많은 분야의 음악가들이 모여서 만든 장르이기 때문에 관객 또한 다양하다. 오페라는 볼거리가 많으니 이야기할 포인트가 많다. 그것이 오페라의 묘미인 것 같다. 이번에 <여우뎐> 곡을 쓰면서 외국 사람들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으려고 노력했다.

 

▶ 클래식의 대중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음악을 생산하는 사람이고 소비하는 층은 일정하다. 대부분의 음악회에 음악을 만드는 사람, 관련된 사람 일부만 온다. 청중의 다양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컨텐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공부한 만큼의 음악을 내놓으면 전공하지 않은 관객들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유학시절 나에게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게 해주신 분이 계시다. “네가 만약에 오페라를 쓰게 된다면 오페라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나사의 과학자도 아닐 것이고 철학 박사가 오는 것이 아니다. 너의 주변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스토리와 더불어 음악을 이해시킬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보면 쓰는 단계에서부터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고 말씀해 주셨다. 항상 나는 내가 이만큼을 공부했으니 이만큼을 다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곡을 썼는데 그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의 생각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옛날 시대의 관객들 생각과 요즘의 관객들의 생각은 또 다를 것이다. 시대를 읽는 것 또한 중요하다.

 

▶ 어떤 음악을 주로 작곡하는가. 선호하는 음악은?

 

국악과 서양음악의 콜라보도 하고 있고, 오케스트라는 끊임없이 하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들어가는 것은 다 선호한다. 관현악이 가지고 있는 색깔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매력을 다보여줄 수 있다. 관현악에 대한, 사운드 관현악에 대한 색체가 소중하고 나에게는 그것들이 음악을 하는 이유이다. 요즘은 오페라도 정말 좋다. 관현악 같은 경우 프로그램 북을 보고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오페라는 굉장히 직관적이다.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매력이 있다.

 

▶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는데, 한국과 외국 음악교육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다. 음악교육에서 제일 핫 하다는 뉴욕 맨하탄에 딱 떨어졌는데 길가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TV에서봤던 유명한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이 학교 선생님으로 계셨다. 세계적인 사람이어서 굉장히 권위적일 것 같지만 권위적이라기보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한다.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다르다. 자기 전공뿐만 아니라 극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와 일들을 느끼고 호흡하면서 음악을 한다. 음악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음악 교육시스템도 현실적인 것을 추구한다. 유학 가서 깜짝 놀랐던 것이 정기연주회를 일 년에 4~5번씩 한다. 한 정기연주회를 위해 연습을 5번밖에 하지 않는다. 그것이 일반 교향악단들이 정기연주회를 준비하는 횟수와 똑같다. 학교에서부터 똑같은 시스템을 교육시킨다. 우리는 학생이지만 준 프로라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또 프로그램 맨 뒤에 협찬과 광고가 있다. 학교 정기연주회를 4~5번씩 하는데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10개 20개가 아닌 100개 200개가 후원을 한다. 콘서트 자체가 알차고 좋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부러웠다.

 

▶오페라 하나를 작곡하는데 얼마나 걸리는가.

 

곡마다 다르다. <여우뎐>은 5개월 정도 걸렸다. 오페라 작업에는 두 단계가 있다. 성악가들이 보컬 연습을 먼저 해야 하기 때문에 피아노반주의 보컬악보를 만들고 오케스트라 총보를 만들어야한다. 같은 곡을 두 번 작업해야한다. 15분미만의 관현악작품은 길면 한 달 정도 잡는 것 같다. 작품을 쓰기 시작하는 단계와 작품을 생각하는 단계와는 다르다.

 

▶ 총보를 쓴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닐 것 같다.

 

한 마디가 16~24단까지 된다. 악기의 밸런스를 고려해가며 써야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어린 시절부터 관현악에 관계된 작품을 많이 했다. 대학 다닐 때부터 교향악단 리허설 가고 편곡을 도와드리고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가서 악기 소리들을 직접 들으며 ‘이 음역대에선 이런 소리가 나는 구나’ 하고 몸소 느낀 것 이 큰 공부였다. 그러다 보니 훨씬 연주자에게 친근한 곡이 완성 된다. 음악가들 만나서 작업하는 그 자체를 좋아한다.

 

▶ 올해의 계획은?

 

6월 달에 KBS에서 연주가 있고 8월 달에 예술의전당에서 관악과 피리협주곡을 한다. 큰 작업은 내년 2월 <겨울 나그네>를 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한다. 2015년 처음 올렸던 작품인데 이번에는 바리톤 정록기 선생님께서 함께 해 주신다.

 

▶ 작곡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작곡가는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다. 다른 전공처럼 합창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케스트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소속 단체가 없다. 자기가 만든 음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과 조건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배워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치 보는 작곡가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곡은 나의 천직이야. 나 이거 아니면 못살아’ 라고 할 정도의 자신감과 꿈이 있다면 정말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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