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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남자’ 송민수 감독의 선수들을 위한 묵직한 항변
[인터뷰] ‘상남자’ 송민수 감독의 선수들을 위한 묵직한 항변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6.18 0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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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우승의 적기 … 협회가 현장과 대화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장충고등학교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야구명문이다.

꾸준히 전국대회 4강권, 우승권에 들고 있고 이미 무수히 많은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대표적인 장충고 출신 선수가 적토마 이병규(LG)를 비롯 두산의 에이스 이용찬(두산), 유희관(두산), 최원제(삼성) 등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2006년 황금사자기, 대통령배를 연속 재패하고 2007년 무등기, 황금사자기를 재패한 이후 아직까지 전국대회 우승을 하지 못했다. 꾸준히 준우승, 4강등을 했을 뿐이다. 장충고등학교 송민수 감독은 이를 두고 “목이 마르다”라고 표현했다. 올해는 죽어도 전국대회 우승을 꼭 해야겠단다.

떡벌어진 어깨와 검게 그을린 얼굴. 흔하지 않은 콧수염의 송민수 감독은 첫 인상부터가 시쳇말로 상 남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외모와는 상반되게 선수에게 누구보다 세심한 감독이다. 자나 깨나 선수들 대학입시 걱정, 프로입단 걱정에 여념에 없다. 폭우가 쏟아지자 기자의 요청에 실시하고 있는 투수들의 불펜투구도 즉시 중단시킨다. 행여나 선수들이 다칠까 봐서 였다.

황금사자기 마지막 8강전. 크게 뒤진 상황에서도 103개의 역투를 한 송명기에게 공을 건네받으며 수고했다고 그를 살포시 안아주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냉정과 열정사이... 어쩌면 이 문장은 송민수라는 한 감독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1. 26살에 시작한 감독 생활 … 2011년 장충의 정식 감독이 되다 

 

장충고등학교 송민수 감독

 

Q) 감독님의 선수시절이 궁금하다. 선수시절에는 어떤 야구를 하셨었는가.

A) 제 선수시절에는 야구를 잘 못했어요(웃음). 하지만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저를 생각하시기는 하셨다. 열심히는 던졌기 때문에 경기도 많이 나갔었다. 성향은 투수로서는 칠 테면 쳐봐 라라는 공격적인 성향이었던 것 같다.

 

Q) 26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셨다. 너무 빠른거 아닌가.

A) 군대 제대하고 유영진 감독님이 이수중학교에 계실 때 운동을 하러 갔는데 속된 말로 나를 꼬셨다(웃음). 그때는 30대가 넘으면 노장이라고 그랬었다. 어차피 야구하다가 나오면 지도자 생활을 해야 하니까 빨리 준비하라고 말씀을 하셔서 설득을 당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유영진 감독님이 NC스카우터로 가시면서 나를 감독으로 지명 했고 내가 감독이 되었다. 2011년 4월 달에 정식 임명 되었다.

 

Q) 2011년 4월 이후 전국대회 성적을 좀 알려 달라.

A) 부임한해(2011년)에 청룡기 4강, 황금사자기 16강을 그 해에 했다. 그 다음해(2012년) 주말리그 우승,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했다. 2013년에는 주말리그 4강, 2015년에는 봉황대기 준우승을 했다. 내가 많이 부족해서 우승은 아직 없다(웃음).
 

Q) 장충고등학교가 야구 명문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2002년에 첫 부임을 했다. 내가 코치로 부임할 당시만 해도 중학교의 우수한 선수들이 우리 학교를 선택을 안했다. 그 와중에 이두환, 이용찬, 김동환 등 좋은 선수들을 스카우트 했고 그때 그 선수들이 발판을 만들어줘서 야구부가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장충고 야구부는 1963년에 창단 했다. 올해로 55회다. 야구 역사로 보면 우리가 첫 번째는 아니지만 10번 째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그간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믿어주고 또 지금도 도와주셨던 당시의 동문회 분들, 그리고 학교의 노력이 야구부가 지금 명문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2. 새로운 도약의 시작 … “올 시즌 우승의 적기”

 

"우승에 목이 마르다.... 올시즌이 우승의 적기"

 

Q) 장충고 야구부의 총 인원은 몇 명인지 궁금하다.

A) 현재 장충고는 49명의 선수로 구성이 되어있고 3학년은 항상 12~3명 정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3학년들은 기록이 있어야 대학에 갈 수 있다. 우리는 적정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Q) 송민수 감독님의 야구 스타일이 궁금하다.

A) 공격적이다. 강공을 많이 한다.  지고 있으면 선수들이 불안해한다. 그럴 때는 1번에 뒤집는 것 보다는 지고 있을 때 차근차근 따라가는 스타일이다. 경기 전에 상대방 마운드에 어떤 투수들이 있으니까 우리 공격력으로 몇점 정도가 날 수 있을까 논의를 해놓고 그에 맞춰서 작전을 수행하는 타입이다.

 

Q) 올 시즌부터 투구 수 제한이 시행되었다. 앞으로 투수운영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하다.

A) 대진 운이 좋아야 한다. 8강 이후부터는 하루 걸러서 게임이 있으니까 투톱을 뒤로 남겨놓고, 30개가 넘어버리면 하루를 쉬게 되니까 60개 선이면 3이닝 정도가 된다. 이석제, 김준영 두 명이 3~4회만 막아주면 명기와 현수가 대하고 있으니까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앞선 선수들이 얼마나 막아주느냐가 중요하다. 송명기와 김현수는 뒤에서 대기한다.

 

경남고와의 8강전에서 송명기를 위로하는 송민수 감독

 

Q) 올해 전력이 작년과 비교했을 때 훨씬 좋나.

A) 그렇다. 투타밸런스, 사이클이 없는 방망이가 작년보다 괜찮다. 나는 솔직히 방망이는 별로 안 믿는다. 그래도 올해는 타선이 큰 기복 없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마운드는 작년에는 성동현·최건이라는 파이어볼러가 있었는데 올해에 명기와 현수는 타자와 싸울 줄 알고 게임 운영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또한 최성훈이 워낙 어깨가 강견이라서 쉽게 뛰질 못한다. 4개의 전국 대회 중에서 1~2개 정도 욕심을 갖고 있다.

 

Q) 이번 시즌 프로에 갈만한 선수들이 누가 있는지 소개 좀 부탁한다.

A) 올해만 보면 송명기, 김현수, 박민석은 프로에 충분히 진출할만한 재목들이다. 박주홍은 내년에 아마 전국이 주목하는 유망주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송명기, 김현수에 대해 1차지명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두산이 첫 번째고 그 다음에 LG, 넥센 세 팀 중에 한 팀 이다 보니까 만약 두산이 지명을 해주게 되면 전체 1번이니까 굉장히 영광이다.

 

Q) 김현수와 송명기에 대해 궁금해 하는 야구 팬들이 많을 것 같다.

A) (김)현수는 야수도 잘하고 투수도 잘한다. 내가 볼 때는 투수 쪽에 좀 더 소질이 있따. 옛날 (이)용찬이 때처럼 그냥 믿음이 간다. 나오면 '아~ 이겼다' 뭐 이런 느낌이 든다. 볼이 빠르고 제구가 좋아서 직구, 슬라이더 두 개 가지고도 고교수준에서는 충분하다. 성품이라던지 여러 가지로 나무 랄 데가 없다. 

(송)명기는 작년 말에 사이드에서 오버핸드로 전향시킨 투수다. 현수에 비해서 아직 투수로서 많은 게임을 출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순간에 흔들리는 기복이 있다. 그것을 넘으면 진짜 프로가 될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 직구에 비해서 변화구의 빠르기가 좋지가 않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승부하는 슬라이더가 스피드가 안 난다. 이것을 좀 더 중점적으로 다듬어야 할 것 같다.

 

3. 송민수 감독의 돌직구 “협회와 현장의 소통 아쉬워”

 

비오는 날 장충고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

 

Q)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올해 전지훈련 금지 법안이 상정되었다. 그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하다.

A) 협회에서 현장의 의견을 너무 안 듣는 것 같다. 선수보호의 취지에 대해서는 나도 찬성한다. 그 부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12월 ~ 1월에 야구를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하라는 것인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조차 전지훈련을 가지 못한다면 12월 ~ 1월에 아예 단체훈련에 대한 금지를 하는 것이 맞다.

두 번째는 시즌 시작을 최소한 4월 말 이후로 더 미뤄줘야 한다. 12월 ~ 1월은 운동을 하지 못하고 2월까지는 시합을 하기 힘들고 3월도 서울은 춥다.  따라서 제대로 몸을 만들고 시합에 나가려면 최소 4월말은 되어야 한다. 

현 바뀐 제도에 따르면 전지훈련은 고등학교만 2월 달 이후에 25일간만 갈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영상 10도 밑으로는 게임 금지이고 모든 제한이 풀리는 것은 3월 달부터다.  2월달에 영상 10도 이상이 되는 날이 몇일이나 되는가. 라이트 등 야간 연습경기를 할 시설도 서울에는 충분치 않다. 그렇다면 한 달만에 몸을 만들어서 4월초에 시합에 나선다는 것은 무리다.

 

Q) 굳이 해외로 가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만약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모든 팀들이 동계 훈련금지 법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면 선수들은 성적을 내야 프로, 대학을 가기 때문에 훈련은 무조건 해야 한다. 대학·프로는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훈련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추운 날씨에 국내에서 훈련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겨울에는 모든 학교들이 훈련을 할 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다. 

해외로 가는 이유는 해외가 국내보다 가격적으로도 더 저렴하기는 하지만(항공료 포함하면 국내와 거의 비슷) 비슷한 금액을 내고도 한국보다 훈련환경이 무척 좋기 때문이다. 야구장 시설도 잘되어있고 무엇보다 날씨가 따뜻하면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다. 우리는 작년에 38일 정도 일본으로 다녀왔다. 선수들도 좋아하고 부모님들도 만족하고 야구장 시설이 너무 잘되어있어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다친 선수들이 한 명도 없었다.   

 

Q) 최근 이러한 법안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A)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이곳저곳에서 해외전지훈련 관련 기사가 나오고 댓글들 보니 감독들을 욕하는 글들이 많더라. 특히 감독들이 각종 비리로 점철된, 돈을 쫓아다니는 사람으로 비춰지니까 그런 부분이 너무 속상하다. 우리는 감독이 직업이고 지금 있는 이 선수들을 키워내야 사는 사람들이다. 나도 야구 감독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이 매우 창피하다.

 

"협회가 현장과 대화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

 

Q) 주말리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여러 가지가 나오고 있다.

A) 주말리그도 마찬가지다. 지금 각종 제도는 선수들의 부상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현 제도상에는 월화수목금 에 수업을 다 받고 토·일요일에 경기가 있으면 선수들은 쉴 수 있는 날이 없다. 피로누적이 엄청나다. 선수들이 제일 많이 생기는 병이 발바닥, 발목의 피로골절이다. 과연 주말리그가 선수들을 보호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할 필요성이 있다.

 

Q) 마지막 질문으로 본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제 첫 대회가 끝났다. 올 시즌 목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A) 올해의 목표는 일단 우승이다. 주위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들을 해주신다. 첫 대회에서 8강에 그쳤지만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서 욕심을 내볼만 하다. 장타력 있는 선수도 많고 빠른 선수들도 많아서 야구를 쉽게 한다. 동문들도 이제 우승을 한번쯤 다시 해야 할 때가 되지 않나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남은 대회를 열심히 준비 잘해서 좋은 결과내고 싶다.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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