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10-04 14:56 (금)
[인터뷰] 구산중학교 박병규 감독 “안 된다고 뻥뻥 차고 걷어내는 축구는 안 돼”
[인터뷰] 구산중학교 박병규 감독 “안 된다고 뻥뻥 차고 걷어내는 축구는 안 돼”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7.01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혼날까봐 안전한 플레이만을 하려고 하는 축구가 아닌 자신감 있고 즐거운 축구 가르치고 싶다”

구산중학교는 전력이 강한 팀은 아니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팀도 아니다. 하지만 끈끈한 팀이다. 특히 제 35회 서울소년체육대회에서 그들이 보여준 육탄방어와 촘촘한 수비, 그리고 조직력은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박병규 감독이 부임한지 고작 3개월여 만에 만들어낸 의미 있는 변화였기에 더욱 값진 성과라 할 수 있었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한 게 없으며 모든 것이 교장·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의 지원 때문이라며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는 박병규 감독을 구산중 그라운드에서 직접 만나보았다.

 

구산중학교 박병규 감독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간단히 감독님의 이력을 좀 부탁드린다.

대신중고등학교를 나와서 동아대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유공에 입단해서 선수 생활 하다가 현역으로 군대를 가는 바람에 좀 일찍 은퇴를 한 편이다. 제대하고 바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해서 완서초등학교에 있었다. 그러다 당산서중에서 코치생활을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구산중학교 감독을 맡게 되었다.

 

▼팀에 부임한지 3개월 정도 밖에 안 된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단을 지도하고 있는가.

경기장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편안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이니까 편안하게 즐겁게 해줘야 제 기량이 나오는 것 같다. 한국 축구는 팀의 틀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한다. 물론 승부가 걸려있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 틀에 맞춰야할 부분이 있지만 초중학생들은 어리다. 승부에 연연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못하게 하는 것이 많다. 팀에 크게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들이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지도방침을 가지고 있다.

안되도 공은 보고 차야지 급하다고 무조건 걷어내는 것은 안 된다. 수비위주라고 해서 수비에서 빌드 업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안 되도 해봐야한다. 무조건 뻥뻥 차는 걷어내기 식 축구는 얻어갈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

 

▼ 최근 월드컵이 한창이다. 늘 한국축구의 위기를 거론하면서 기본기 부족이 지적된다. 그리고 그 기본기 부족은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자신감 같다. 실수하는 것에 대한 부담때문에 늘 쉬운 것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실제로 선수들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물러나는 플레이를 하게 된다. 나는 운동장에서 실수를 하던 골을 먹던 그것에 대해서 질책을 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있으면 안 해봤던 것을 해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실력이 더 늘 수가 있고 창의적인 패스가 나올 수도 있다.

 아직 학생들이기 때문에 이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 유소년축구는 너무 안전한 것만 하려고 하고 선수들이 혼날까봐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 안전하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니까 실력은 답보되는 것이고 이것이 기본기 부족이라는 단어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 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구산중학교가 전체적으로 수비가 굉장히 강하더라.

우리는 안정적인 수비를 하면서 카운터어택을 노리는 팀이다. 우리 팀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상위 급의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년부터 포백 혹은 파이브백을 쓴다. 포백은 뒷 공간이 열릴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중학교 선수들은 프로선수들만큼 유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공간이 열린다. 그것을 한 사람이 더 메꿔줌으로서 그 공간을 촘촘히 한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선수가 뒤로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그것이 잘 안되면 골을 먹는 것이고 그것이 되면 골을 안 먹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유기적인 플레이가 중요하고 그것이 조직력이다. 

 

▼구산 중학교는 강 팀들 과의 경기를 많이 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상대를 하는가.

공간침투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루패스가 들어오는 공간을 차단하고 상대에게 뒷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미드필더 진영에서 상대가 아무리 빌드업을 해도 우리는 서두르면서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지키고 있다가 들어오는 것을 커트하고 그것을 바로 빠르게 1~2번의 패스로 역습을 이어나가는 축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우리는 많은 성공을 했고 지난 서울시소년체육대회 4강 동북과의 경기도 그러한 전략이 대성공을 거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소년체육대회 동북중과의 준결승전

 

▼ 카운터어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선행되어야 하는가.

카운터어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수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수비를 못하면 카운터어택이 성립이 되지를 않는다. 득점을 허용하면 앞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수비의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는 카운터어택이 본질적으로 성립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수비가 선행이 된다면 그 다음은 힘이 좋고 빠른 탁월한 스트라이커 한명은 꼭 있어야 한다.

 

▼ 사실 우리의 피지컬로는 유럽국가 들처럼 축구를 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형 축구는 유소년시절부터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유소년 시절부터 만들어 가야할 한국형 축구가 있을까.

빠른 속공과 빠른 전환 패스가 중요하다. 대인마크를 하기위해서는 피지컬이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숫적 우위를 점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숫자를 가져가면서 어느 정도 수비형 축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우리 팀을 예로 들면 빠른 속공이 가장 잘 통하고 그다음에 전진패스에 의한 사이드에서의 낮은 패스나 뒷 공간을 노리는 스루패스가 확실히 강팀들에게는 더 효과적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김신욱을 이용한 고공플레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는 전 혀에 가깝게 통하지 않더라.

 

그늘에서 볼터치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

 

▼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수비수의 요건은 무엇인가.

상대방 선수에 대한 장단점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좋은 수비수의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빠른 선수인지 헤딩을 잘하는 선수인지 그것을 파악하고 그 선수에 맞는 수비를 하는 선수가 진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설령 상대보다 신장이 작아도 먼저 헤딩을 떠서 이 선수의 시야를 가리면 이 선수는 헤딩을 할 수가 없다. 수비수든 공격수든 본능적으로 플레이 하는 선수가 아닌 좋은 머리를 가진 선수가 좋은 수비수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 김동유가 그런 유형의 선수다.

 

▼유소년 축구를 지도하시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뭔가.

스카우트가 가장 힘들다. 최근의 위장전입 논란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교장·교감 선생님이 워낙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사정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아마 그 분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 학교가 이정도 까지 성적을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요즘 중학생들은 운동선수들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유독 운동부에만 ‘몇 점 이상 성적이 안 되면 시합에 못나간다’ 는 등의 엄격한 규정을 적용시키는 것도 나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