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주택가에 위치해 얼핏 보면 야성적인 축구와는 매우 거리가 먼 것 같은 이름 모를 고즈넉한 인상을 풍기는 구산중학교(이하 구산중)는 서울시 중학 축구의 다크호스다. 현재 대한민국 U-20에서 전세진(수원 삼성)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공격수인 조영욱(FC서울)의 모교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조영욱이 모교에 1천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하기도 하였다. 구산중은 올 봄에 벌어졌던 제 35회 서울소년체육대회에서 숱한 서울시의 강호들을 완파하고 결승에 진출했으며 FC서울 U-15 전국 최강 오산중과도 명승부를 펼쳐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만약 결승 상대가 FC서울 U-15 오산중이 아니었다면 우승도 노려봄직한 선전이었다.
1. 구산중의 뼈대 - 골키퍼 조민규·주장 김동유를 필두로 한 수비라인
구산중은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난 팀은 아니다. 밑에서부터 차분하게 빌드업을 해서 만들어나간다. 전체적으로 역습에 특화되어있는 팀 컬러를 보유하고 있다. 구산중의 기본 시스템은 5-3-2다. 파이브백을 통해 수비를 두텁게 하는 진용이다.
구산중의 수비라인은 조민규 골키퍼를 중심으로 박정호(2번, 3학년), 강성윤(3번, 3학년), 김동유(5번, 3학년), 권승현(4번, 3학년), 김윤식(8번, 3학년)으로 구성이 되었다. 중앙은 심현민(14번, 3학년), 이현빈(9번, 3학년), 정우진(7번, 3학년), 최은규(12번, 3학년), 김성훈(13번, 3학년) 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최전방 투톱에 장규성(11번, 3학년)과 서영환(10번, 3학년)이 기본적인 라인업이다. 총 13명의 3학년들이 팀을 이끌고 있다고 보면 된다.
팀의 주전골키퍼는 조민규다. 189cm의 키에 몸무게가 82kg의 탈중학생급 피지컬을 지니고 있다. 피지컬이 좋다는 것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민규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순발력이 뛰어나다. 그 스스로의 장점에 대해서 그는 “승부차기와 롱 볼을 잘 잡는 것” 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지난 서울소년체육대회 4강 동북중과의 승부차기에서 나온 끝내기 선방은 구산중을 2년만에 서울시대회 결승으로 이끌었다.
이제윤 코치는 조민규 골키퍼를 가리켜 “항상 미안한 선수”라는 말로 표현한다. 구산중의 흙으로 덮인 운동장 사정은 필드필레이어들에게는 좋은 환경이지만 골키퍼들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환경이다. 하지만 스스로 훈련을 많이 하면서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골키퍼로 성장했다는 것이 이 코치의 말이다. 조민규 골키퍼 또한 "흙바닥에서 다이빙 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선수로서는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훗날 조현우 선수 같은 골키퍼가 되고 싶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일단 풀백 박정호(2번, 3학년)는 적극적으로 하는 면이 좀 부족하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달려들 때는 소위 말하는 포텐이 터지는 선수다. 과감한 오버래핑을 할때에 그 진가가 나오는 그런 풀백이다. 센터백 강성윤(3번, 3학년)은 성향 자체가 매우 침착하다. 최근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었던 파이팅·투지 넘치는 플레이도 많이 보완되어서 여러 가지면서 좋은 수비수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김동유와 함께 든든한 중앙을 책임지고 있다.
권승현(4번, 3학년)은 킥에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상당히 강한 킥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라고 이제윤 코치는 말하고 있다. 다만 이 코치는 “킥을 좀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로 그에 대한 살짝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김윤식(8번, 3학년)은 크로싱에 대한 능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다. 원래 공격수 출신이다 보니 크로스, 뒷공간으로 넣어주는 스루패스 등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따라서 돌파력도 갖고 있는 풀백이다.
김동유(5번, 3학년)는 팀을 잘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지니고 있고, 왼발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요근래 들어서 지능적인 플레이들을 상당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패싱에 굉장히 깔끔해졌다. “그 패스가 왼발에 걸렸을 때는 훨씬 위협적이고 날카로운 패스가 나간다”라고 이제윤 코치는 설명하고 있다. 다만 지금 포지 션상 그런 부분들을 나타내지 못하는 포지션이라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올라가게 되면 그런 패싱 능력들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즉 빌드 업이 되는 센터 백이나 풀백으로서의 가능성이 매우 풍부한 선수라는 것이 이제윤 코치의 이야기다.
2. 카운터 어택에 특화된 미드필더 & 공격진
중앙은 심현민(14번, 3학년), 이현빈(9번, 3학년), 정우진(7번, 3학년)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들은 모두 본인 스스로의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기보다 팀의 허리에서 공격과 수비수들을 백업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심현민은 특히 중앙에서 유독 그런 성향이 강하고 이현빈은 중앙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주고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상대와 몸싸움을 강하게 해주는 파이터 스타일의 미드필더다.
정우진은 순간적인 스킬이 굉장히 좋다. 특히 순간적으로 볼을 가지고 상대방의 침투하는 능력도 발군이다. 최은규는 작년에 전학을 온 선수다. 적응의 기간이 좀 필요했는데 몸이 적응을 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볼을 이동했을 때 어디서 받아야할지 유리한지 찾아가는 감각이 탁월한 선수다.
김성훈은 워낙 갖고 있는 투쟁심이 좋은 선수다. 활동량이나 프레싱을 하는 스피드가 워낙 좋다. 다만 아직까지는 볼을 다루는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전체적으로 이 다섯 명의 미드필더들은 피지컬 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다. 피지컬이 약하기 때문에 공간을 장악하는 능력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구산중의 팀 모토가 역습에 특화된 팀이고 장규성·서영환이라는 투톱에게 공이 빠르게 들어가는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활동량이나 볼을 전달하는 능력은 탁월한 선수들이라는 것이 이제윤 코치의 말이다.
장규성과 서영환은 구산중의 공격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핵심 공격수들이다. 이 둘은 뭉쳐있을 때 훨씬 더 강한 시너지 효과가 난다. 장규성은 골대 쪽으로 가는 움직임이 좋다. 반대로 서영환은 장규성의 움직임에 맞춰서 공을 잘 넣어주는 훈련을 3년째 해오다보니 두 명의 호흡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 구산중이 강자들과 싸워서 이기는 법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지만 서울시에는 숱한 강팀들이 존재한다. 당장 프로산하 팀들을 제외하더라도 동북중, 목동중, 아현중 등 강한 팀들이 많다. 이런 팀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산중만의 확실한 팀 컬러가 필요하다. 구산중은 팀에 따라서 전술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우리가 지금까지 3년 동안 준비해왔던 부분들을 특화시켜서 상대를 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서 상대방과 맞서겠다는 것이다.
구산중의 끈끈한 수비의 핵심 개념은 ‘수적 우위’와 ‘간격유지’다. 1대1로 공격수를 막아서면 수비는 무조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가서는 선수는 기다리면서 진입을 지연시키고 협력수비가 볼을 뺏는 형태가 수비의 기본이 된다. 구산중의 훈련을 진두지휘하는 이제윤 코치는 강한 상대와 붙을 때에는 “상대가 빠르고 드리블 능력이 좋기 때문에 절대 공을 뺏으려고 덤비지 말고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만 막아서주면 뒤에서 협력수비가 들어오기 때문에 굳이 공을 뺏으려고 덤비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수비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1대1의 상황보다 2대1의 협력수비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비와 미드필더 진 그리고 공격수들 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면서 상대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활동량으로 수비능력을 판단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이 코치는 경계했다. 그는 “공략해야하는 우선순위의 공간과 방어해야하는 우선순위의 공간을 상정하고 그 안에서 이 공간만큼은 사수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그 공간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이 효율적으로 싸우는 법” 이라고 말하고 있다.
4. 구산중학교 이제윤 코치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지도자들이 발전해야”
실제로 구산중의 훈련프로그램 또한 이런 부분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구산중의 훈련프로그램은 게임트레이닝과 이론 학습 두 부분으로 나눠져 다. 게임트레이닝은 게임에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상정해서 볼터치 및 수비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도 소홀히 할 생각이 없다. 이제윤 코치는 직접 숙소에서 빔 프로젝터를 활용해서 직접 그런 부분들에 대한 발표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직접 시험을 보기도 하는 등 선수들에게 이론적으로도 축구에 대한 지식을 습득시킨다. 구산중의 끈끈한 수비는 이러한 두 가지 교육의 부산물인 셈이다.
이 코치는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기본기를 부족 하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부족한 것은 선수들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해 아이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인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조금 더 즐겁게, 그러면서도 경기 중에 나오는 상황들을 쉽게 습득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할 것 같다. 훈련의 시스템이나 방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면 유소년 축구의 발전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고 이것이 나아가 한국축구의 발전에도 분명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이 코치의 진심어린 말투에서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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