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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중 주장 김동유 “팀원 모두가 서로를 믿는 것이 강 팀을 이기는 비결”
구산중 주장 김동유 “팀원 모두가 서로를 믿는 것이 강 팀을 이기는 비결”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7.03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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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부터 센터백을 소화한 전문 수비수 … 구산중 철벽 수비의 핵심

지난 3월 소년체전 서울시예선대회. 구산중학교는 서울시의 강호 동북중을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2016년 이후 2년만의 서울시대회 결승 진출이다. 결승에는 전국 최강의 FC 서울 산하 U-15 오산중을 만나 0-2로 패하기는 했지만 선전했다. 동북중과 오산중에는 최현승, 강성진, 서재민 등 중등 최강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구산중이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주장 김동유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는 각 팀들의 주축공격수들을 봉쇄함과 동시에 구산중의 수비라인을 진두지휘하며 구산중의 선전에 큰 역할을 해냈다. 동북과의 4강전에서는 1-1 동점을 만드는 극적인 페널티킥 골까지 성공시키기도 하였다.

 

구산중 5번 센터백 김동유

 

김동유(176cm/66kg, CB, 3학년)는 6살 때 미국에서 취미로 축구를 하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으로 건너와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에게 전문 센터백이 된 계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사이드 백을 봤었는데, 중학교에서는 수비 볼 선수들이 없어서 센터 백으로 굳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웃는다. 유소년 시절에는 대부분 공격에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동유는 달랐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천상 수비수였다.

그에게 개인기가 좋은 공격수들을 막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일단 열심히 뛰는 것은 당연하단다. 여기에 더해서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협력수비’였다.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면 안 되고 수적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협력해서 막아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협력수비를 잘하기 위한 조건은 한명이 나갈 때는 다른 한명이 커버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덧붙혀서 김동유가 강조하는 것은 수비와 미드필더 간의 간격유지다. 수비수들간의, 그리고 수비와 미드필더간의 간격이 너무 넓으면 안 되고 촘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 상대에게 공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촘촘한 간격유지를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의사소통’이다. 그리고 그 의사소통의 중심에 주장 김동유가 있다.

 

중등 최고의 공격수 서재민과 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김동유

 

그는 전력이 강한 팀과의 경기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팀원들끼리의 믿음을 강조했다.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팀원들끼리 서로 믿어야 한다는 것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은 경기가 어떤 경기인지 물어보았다. 역시 지난번 서울소년체육대회 4강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동북중과의 준결승 경기였다. “첫 골 먹었을 때 사실 좀 힘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동북은 꼭 이기고 싶었던 팀이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자고 동료들에게 계속 이야기했다”라고 아찔하면서도 극적이었던 당시를 회고한다. 그에게 동북은 꽤나 이기고 싶은 팀 중에 하나였다. 작년 협회장기 당시 승부차기로 패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어서다.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를 잘 리드하는 김동유(사진 : 서울시소년체육대회 결승전)

 

오산중과의 결승전은 그에게 있어서는 첫 프로 산하와의 대결이었다. 흡사 세계최강 독일을 만난 한국축구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그는 오산중학교와의 대결에 대해서 “무엇보다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공격수가 못 돌아서게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으로 경기에 나섰다”라고 말한다. 

축구에서 대부분의 골은 페널티에어리어 근처에서 나온다. 그 안에서 슛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가 돌아서지 못하게 미연에 슈팅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동유는 말한다. 상대가 돌아서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상대에게 타이트하게 붙어서 압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소년체육대회 결승전 직후(왼쪽은 오산중 주장 안재민)

 

그래서 그에게 가장 막기 힘든 선수는 힘이 좋고 빠른 선수다. 순간적인 스피드에 몸싸움까지 능하면 수비수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오산중의 강성진이다.

그에게 좋은 수비수의 조건을 물어보았다. 그는 ”골 안 먹히는 것이 좋은 수비수“라는 우문의 현답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상대공격수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게 잘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수비에게는 요구되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인다. 

김동유는 구산중에서 3년 내내 캡틴완장을 차고 뛰었다. 주장완장이 때론 버거웠던 적도 있다. 2학년 당시 "후배들이 말을 안듣고 위에서 위로는 형들에게 혼날 때 정말 축구가 하기 싫더라" 라는 투정섞인 회고가 당시 그의 고충을 잘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는 보이는 인상만 보면 굉장히 터프하다. 인상만이 아니다. 경기장에서도 상대와의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공격수들을 압박한다. 

문득 그에게 본인 소개를 듣고 싶어졌다. 김동유가 자신이 바라보는 센터백 김동유는 어떤 선수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유명한 선수는 아니지만 하지만 팀 내에서 항상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그런 선수다. 앞으로도 모든 경기에서 죽도록 열심히 뛰는 차돌 같은 다부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항상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최근 한국축구가 수비수 부재로 힘들다. 월드컵에서도 수비수들의 기량이 부족하다고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중학생이기는 하지만 김동유라는 전문 유소년 수비 선수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쉽게 지나치기 힘든 깊은 울림을 내재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늘 열심히 뛰는 것” 이라는 다부진 각오를 표출하며 스파이크 끈을 질끈 동여 메는 구산중의 캡틴 김동유. 과연 그가 먼 훗날 한국 축구의 버팀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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