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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기스타] '강속구로 밀어버린다' - 장충고 송명기의 엄청난 무력시위
[청룡기스타] '강속구로 밀어버린다' - 장충고 송명기의 엄청난 무력시위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7.15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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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고전 3이닝 무실점, 청주고전 4이닝 무실점 등 7이닝 2안타 8삼진 2세이브 맹위!!~

(한국스포츠통신 = 전상일 기자) 대회가 시작된 지 5일째다.

현재까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를 딱 1명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장충고의 송명기(192/98, 우좌, 3학년)를 꼽을 수 있다. 현재까지(14일) 2승을 거두고 있는 팀은 유일하게 장충고 뿐이다. 그리고 2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도 송명기 뿐이다.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이고 있는 송명기

 

사실 송명기는 이번대회 들어오기 전 마음을 다쳤다. 서울권역 1차지명에서도, 그리고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1차지명에서는 제 친구인 박주성이 뽑혀서 기분이 좋습니다. 건대부중 시절부터 친한 친구거든요. 그런데 청소년대표팀은 꼭 가고 싶었습니다. 일생에 한번 있는 기회잖아요. 아마 초반에 제가 너무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억지로 밝게 웃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해야할까. 마음을 비운 송명기가 이번 청룡기에서 송명기가 보여주고 있는  구위는 무시무시하다.

 

 

청룡기 64강 충암고전 에서 그는 2-1로 쫓기던 7회 무사에 올라와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3이닝동안 10타자를 맞아 38개의 공을 던졌고 무려 5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충암고는 장충고 천적이다. 작년과 올해 단 한 번도 충암고를 이겨보지 못했다. 송민수 감독 조차 “이날 경기가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라고 출사표를 밝힌바 있다. 그는 경기를 매조지한 후 아이싱을 하며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라고 기자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송명기의 맹위는 이날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청주고와의 2회전은 더 무시무시했다. 장충고의 낙승이 예상되었으나 김인철 감독이 이끄는 청주고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송명기는 “경기 전 청주고 애들이 배팅 연습하는 것을 유심히 보니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짧게 끊어칠 줄도 알고요.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장충고 타선이 청주고 선발 최현진과 구원 김은빈에게 꽁꽁 묶였다. 또 한명의 보루 김현수가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송민수 감독이 기댈 유일한 구석은 송명기 뿐이었다. 사흘 만에 6회 무사 1,2루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 송명기는 지난 경기보다 더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로 청주고 타자를 거의 압도해버렸다. 

 

청주고 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송명기

 

비록 희생플라이로 한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송명기가 등판한 이후 청주고 타자들은 단 한명도 1루를 밟아보지 못했다. 4이닝 퍼펙트... 삼진이 3개 포함되어있음에도 투구 수는 고작 38개였을 뿐이다. 2-1의 박빙의 경기였으나 송명기의 구위가 워낙 좋다보니 긴장감을 느낄 새도 없이 경기가 끝나버렸다.

송명기는 작년 겨울 투구 폼을 언더핸드에서 오버핸드로 변경했다. 이제 투구 폼을 바꾼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그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 또한 동의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분명 성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분명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 같습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학교에서 불펜피칭 중인 송명기

 

그에게 이번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었다.

“저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탈락했고 1차지명에도 안돼서 이번 대회를 중점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대회와 달라진점은 벌크업입니다. 식이요법 조절도 하고 웨이트량을 늘려서 93~4키로였던 몸을 의도적으로 98키로까지 불렸습니다. 공에 힘이 조금은 더 붙은 느낌입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구가 추가됐다. 그는 올시즌 초까지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사용하는 투피치 투수였다. 그런데 지난 주말리그 후반기부터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스플리터성의 반포크볼이다. 본인의 빠른 직구를 살리기 위해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전에서 잘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몇번 던져봤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잘 떨어져서 앞으로도 실전에서 계속 활용할 생각입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왼발이 열리는 투구폼에 대한 설왕설레

 

지난 서울고전 TV중계를 통해 송명기의 내 딛는 왼다리가 열리는 투구폼 때문에 설왕설레가 있었다. 송명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 딛는 왼발이 오픈 되는 것은 사이드로 던질때의 버릇입니다. 사이드로 던질때는 몸의 회전력을 이용해서 몸을 빠르게 돌리기때문에 그런 투구폼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버핸드로 바꾼지 얼마 안되다보니 이 부분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고치지는 못했는데 캐치볼 때 닫아놓고 던지기 위해서 차분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폼이 정석이기는 하지만 프로에서도 왼발이 열리는 투수들은 많은 만큼 경기 중에는 의식하지 않고 던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며 그는 웃는다.

 

송민수 감독의 기댈 구석 송명기

 

이번 대회 장충고는 최악의 대진운을 받아들었다. 64강을 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서울의 강호 충암고와 1회전부터 만났다. 그런데도 송명기는 “소위 말하는 빡센(?)팀이랑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인터뷰도 들어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는 전반기때는 주로 선발로 뛰던 선수이기는 하지만 구원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오면 최소 3이닝이상을 던지는 투수이기때문이다. '그냥 주자있을 때 나가니까 긴장되고 재미있다' 는 것 정도만 다를 뿐이란다. 

 

7월 11일 청룡기 충암고전 송명기 7회 스피드 기록지

 

송명기는 진짜 파이어볼러다.  보통 고교 투수들에게는 소위 수많은 뻥튀기 스피드가 붙는다.그러나 송명기는 이미 공인된 스피드다. 지난 주말리그 서울고전(6월 24일)에서 147km/h(IB스포츠 기준 - 146km/h)을 찍었고, 이번 충암고전에서 148km/h를 연거푸 찍어댔다. 그가 구원등판하자 마자 찍은 스피드가 146-148-145-148-146이었다. 

단지 최고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3이닝 이내 구원등판 기준)145km/h 이상이 유지가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선발로 4이닝이  넘어가도 141~3km/h 이상의 스피드가 꾸준히 찍히는 만큼 적어도 올해 2차지명 후보군 선수 중에서 직구 스피드 하나만큼은 No.1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가 아니라 '유연한 몸' 과 '예쁜 투구폼'이다. 동양인 체형에서는 190cm가 넘어가면 좋은 투구 매커니즘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송명기는 무려 192cm/98kg의 거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중심이동이 아주 자연스러운 예쁜 투구 폼을 가지고 있다.  

아직 고교생이기에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있기는 하다. 스피드에 비해 공이 가벼워 맞으면 앞으로 뻗는다. 공에 힘이 더 붙어야 하고, 자신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더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을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와서 던지기 위한 매커니즘 수정도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뻗어나가는 공을 던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점없는 고교생은 없다. 단점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다. 그는 유연한 몸, 예쁜 투구폼, 큰 키와 긴 팔다리(팔다리가 너무 길어 별명이 나무늘보라고 한다)를 지니고 있어 프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폼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강한 어깨, 체격, 유연성 등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청룡기 뿐...

 

1차지명과 청대 발표가 끝난 후 송명기는 마음을 내려놨다. 아이러니하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제구와 스피드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청대도 안 되고 1차지명도 안 된만큼 청룡기만큼은 차지하고 싶습니다. 꼭 팀을 우승시키고 MVP를 받고 싶습니다. 만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고교시절 최종목표인 2차지명 전체 3번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송명기는 무력시위중이다. 

1차지명에서, 그리고 청소년대표팀에서 본인을 배제한 모든 이들에게 '야구'로서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하려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청룡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송명기의 무시무시한 강속구 속에 저 멀리 청룡의 여의주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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