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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새벽의 <아버지 없는 아이>,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수상
극단 새벽의 <아버지 없는 아이>,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수상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7.3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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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한선덕이 말하는 <아버지 없는 아이>, 그리고 그의 연극 세계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2일까지 18일 동안 대전에서 열렸다. 대전시와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연극협회 대전광역시지회가 주관한 이번 연극제는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16개 시·도 대표 극단들이 경연을 벌였다. 대한민국연극제는 서울시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연극인들이 매년 한 곳에 모여 예술적 기량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극제이다.

 

7월 2일 대전엑스포시민광장 무빙쉘터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극단 새벽의 <아버지 없는 아이>가 단체상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금상 2팀, 은상 4팀에게 단체상이 주어졌다. 개인상은 연출상, 희곡상, 무대예술상,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 신인연기상이 수여되었는데, 이번 연극제에서 대전의 극단 새벽은 대상 더불어 연출상, 우수연기상, 희곡상, 무대예술상 등 5관왕을 석권했다.

 

이날 폐막식에는 전국에서 경연에 참가한 16개시도 연극협회 회원과 대한민국연극제 조직위원장인 한국연극협회 정대경 이사장, 대전연극협회 복영한 회장, 서울연극협회 송형종 회장, 노경식 심사위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이문성 문화관광부 정책국장, 대전시 이화섭 문화체육관광국장, 그 외 연극인 및 문화예술계와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성대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극단 새벽의 <아버지 없는 아이>는 시대적 상황이 암울했던 1920-30년대 우리나라 식민지시대의 한 어촌 바닷가 여관<영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폐병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 최자영과 주인 아들인 윤을 사랑하는 여관 여급인 반쪽 조선인 카오루, 도박 빚으로 쫓기는 삶을 살고 있는 투숙객 정수훈, 모던걸이 되고 싶어 하는 딸 청조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무기력한 지식인의 표상 아들 윤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번의 재혼으로 아버지가 다른 자녀를 키우는 최자영은 억척스럽게 여관을 이끌어가는 여주인이다. 아버지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딸 청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너무나 빨리 잊으려고 하는 엄마를 미워한다. 법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아들 윤은 독립운동을 하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약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폐인의 삶을 산다. 여관 주인이 된 최자영은 누더기 같은 과거를 집어던지고 남자를 통해 선망의 신분 상승을 꿈꾸면서도 사랑을 애처롭게 갈구한다. 어느 날, 딸 청조가 최자영과 투숙객 수훈의 은밀한 대화를 엿들으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이 알려지게 된다.

 

 

이 작품은 인간의 탐욕과 사랑에 의해 파생된 모순성, 불안감, 비극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 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당시 조국이 없던 시대의 삶은 마치 아버지가 없는 삶과도 같은 태생적 불안함을 보여준다. 물론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도드라지게 극 전반에 보여 지지는 않지만, 윤을 통해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주었다. 아버지가 없는 윤은 여급 카오루와의 사랑으로 태어날 아이의 탄생을 두려워한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의 삶을 윤 자신과 동일시하여, 그대로가 감옥이고 희망이 없는 삶의 연속이라며 아이의 탄생을 거부한다. 인간은 대부분 원치 않는 삶에 대한 당혹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악착같이 신분상승을 꿈꾸는 최자영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이기려는 현대인의 삶의 고단함과 피곤함이 대비된다. 그래도 마지막 카오루의 모습을 통해 이 모든 불완전한 부재 상황에서 오는 불안을 종결시킬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모습을 잉태하고자 한다.

 

노경식 심사위원장은 극단 새벽의 <아버지 없는 아이>에 대해 "식민과 친일에 대한 소재는 근래 더욱 관심이 높아진 담론이다. 연극의 관점은 나라를 잃고 희망이 좌절된 공간에서 부도덕한 욕망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잃지 않았다"고 평했다. 나아가 "이 작품은 뿌리 없는 욕망을 쫓는 식민지 시대 부유하는 인간 군상을 시대의 아픔 속에 잘 녹여낸 수작이다. 깔끔하고 절제된 연출 또한 심사위원들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라며 해당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를 밝혔다.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아버지 없는 아이>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극단 새벽의 한선덕 연출을 만났다.

 

 

▶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인 대상을 수상한 소감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극단들이 모인 곳에서 경연하고 수상한 기분은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 연출상 등 여러 상을 휩쓸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특별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배우들이 다른 극단보다 평균 연령이 낮다. 30대 초반에서 후반이다. 그런 배우들이 사실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끈끈함 같은 것들이 있더라. 내가 일일이 이야기 하는 것 외에 선배 배우 한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것들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전국 어느 극단 다 마찬가지겠지만 본선에 오기 전까지는 넉넉하지 못한 예산으로 준비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전문 스탭들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해준 덕이 아닐까 싶다. 배우, 스탭 다 잘 만난 것 같다.

 

▶ 어떤 작품인가.

 

유쾌한 작품은 아니다. 시대적 배경은 1920년 일제강점기 시대이다. 국가적, 가정적 모든 것이 어려운 시기에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욕망과 사랑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이 섬세하게 표현이 되어있는 작품이다.

 

▶ 연출에서 어떤 부분을 신경을 썼는가.

 

인물과 인물의 갈등을 좀 더 부각시키고 싶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쏟아날 구멍은 있고 희망은 있다. 인간의 탐욕과 사랑에 의해 파생된 모순성, 불안감, 비극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 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등장인물 중 가장 비천한 인물인 윤은 어떻게든지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 모습이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공연이다.

 

▶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결말은 열어놓은 상태로 끝이 난다. 각자 처해져 있는 입장에 따라 결말을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작품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많이 있었다. 기존에 내가 해오던 연출 스타일과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실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대본에 있는 대로 표현해야하는지, 서브 텍스트를 가지고 표현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았고, 어떻게 무대에 형상화 시키느냐가 고민이었다. 그래서 배우들과 간극을 줄이려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 원래 연출님의 연출 스타일은 어떤가.

 

해피엔딩, 따뜻한 결말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하다못해 음식도 자기가 먹던 스타일이 아니면 쭈뼛거리는 것처럼 작품도 똑같은 것 같다.

 

▶ 예전에 연기를 했었나?

 

연기, 연출을 다하고 있다. 연기를 했었고 지금은 연출이 80%, 연기 20%를 하고 있다. 나는 연기자가 더 좋다. 다들 연출은 외롭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혼자 고민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한다. 그것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연기자가 더 좋다.

 

▶ 배우와 연출사이의 거리감은 어떻게 좁히려고 노력 하는가.

 

웬만하면 이해를 많이 하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배우들에게 나를 이해를 시키라고 이야기한다. 이해되는 부분이 있으면 이해하고 아닌 부분은 내가 다시 배우들을 이해를 시킨다. 나는 배우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 <아버지 없는 아이>의 앞으로의 계획은?

 

8월에 대전에서 공연이 있고, 러시아와 교류를 맺어서 10월에 우리 극단이 러시아로 공연을 하러 간다.

 

▶ 연출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할 수 있는 대까지 연극을 하는 것이다. 능력 있는 젊은 친구들이 무대를 많이 떠난다. 그런 친구들이 안정적으로 연극을 할 수 있는 극단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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