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관전 칼럼] 장충고 vs 경북고 Review … 그리고 송명기 투구 단상
[장외 관전 칼럼] 장충고 vs 경북고 Review … 그리고 송명기 투구 단상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8.03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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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상위지명 유력 송명기, 훨씬 변화구 제구 선보여.... 승부치기 상황 투구는 아쉬움 남아

사실 이날 경기는 장충고의 압승을 예상했다.

일단 원태인이 8강까지 등판하지 못하고(본지 단독 인터뷰 기사 참조), 장충고는 64강을 치르지 않고 32강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송명기, 김현수가 건재한 만큼 훨씬 유리했다. 

그러나 예상외의 변수가 발생했다. 김연준·김현수가 예상치못한 부진에 빠진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올시즌 최악의 투구였다. 물론 수비불안이 겹치기는 했지만 무려 6실점을 했다. 특히 김현수는 스피드 & 제구가 평소보다 안 좋은데다 수비의 뒷받침까지 받지 못하자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6이닝 9탈삼진 2피안타 1실점 0자책점

 

송명기는 최근 아마야구 팬 들 사이에서 소위 가장 'Hot' 한 투수다. 다가오는 오는 9월 2차지명에서 상위지명을 받을 것이 매우 유력한 특급 유망주이기에 여러 시각에서 요밀조밀 뜯어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다. 

이날 송명기가 보여준 투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Another 송명기 쇼케이스'였다. 오늘 경기의 핵심은 직구가 아니다. 오히려 직구가 유인구고 카운트는 슬라이더로 대부분 잡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스플리터(반포크볼)를 활용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세 개의 구종이 완전히 자기의 공이 되었다는 것을 오늘 경기를 통해 확실히 공표했다. 

직구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경북고 타자들이 초구 슬라이더 스트라이크에 손이 나가지 않았고 높은 직구에 계속 방망이가 따라나갔던 이유이기도 하다(아래의 영상은 올해 4월 장충고에서 촬영된 불펜투구 영상 - 올 봄 변화구의 구종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현재와 많이 다르다)

 

 

송명기는 원래 제구력은 좋은 선수였다(50이닝 볼넷 10개, 삼진 67개가 이를 증명한다. 고교의 넓은 스트라이크 존을 감안해도 엄청난 수준이다). 그의 장점 중 하나가 부드러운 중심이동과 예쁜 투구폼이다. 중심이동이 좋은 선수는 제구가 안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본연의 무기인 직구를 유인구로, 변화구를 결정구로 쓸 정도로 제구에 대한 자신이 붙었다면 고교 수준에서 송명기의 공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고교야구에서 148~9km/h의 직구는 구경하기도 힘들뿐더러 192cm의 높이에서 꽂으면 높낮이를 구별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오늘 경기 황동재, 김준우의 스피드가 송명기에 비해서 5km/h 이상이 낮았음에도 좋은 투구를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충고 타자들 또한 경북고 두 장신 투수의 직구에 속절없이 밀렸다(공을 잘 골랐을 뿐 정타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송명기는 110km/h가 약간 안 되는 커브도 5개 정도를 선보여 새로운 구종 추가에 대한 의지도 선보였다(커브는 단 하나의 스트라이크도 들어가 지 않았고 2개는 빠져서 타자 머리로 갔다. 아직 실전에서 던지기는 미흡한 미완의 구종으로 보인다).

 

슬라이더를 구사하고 있는 송명기

 

송명기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그립 자체가 바뀌었다. 올 봄만 해도 그의 슬라이더는 120~130km/h의 스피드였지만 각은 좀 더 컸다.  송민수 감독은 “올 봄만 해도 슬라이더를 꺾어서 던졌다. 당연히 각은 크지만 스피드는 느리다. 하지만 지금은 직구와 똑같이 때린다. 당연히 스피드가 늘고 각이 작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두 개의 슬라이더 모두 구사가 가능하지만 (송)명기는 직구가 빠르기 때문에 후자가 조금 더 효율적” 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하나 송명기는 확실하게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에서 자신의 파워포지션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송명기는 자신의 엄청난(?) 체격에 비해 높은 타점에서 공을 뿌리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팔의 높이와 공을 놓는 지점은 선수 개개인의 힘을 쓸 수 있는 근육 &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 무작정 높다고 좋고 낮다고 나쁜 것이 아니다. 본인이 가장 강하면서 편하게 공을 뿌릴 수 있는 지점이 가장 좋은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투구를 해도 스피드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공의 힘도 좋아진 것을 보면 송명기는 자신만의 파워포인트를 확실히 찾은 느낌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경북고 2학년 황동재

 

한편 내년 시즌 1차지명 후보 황동재(190/95, 우우, 2학년)도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황동재를 강판시킨 것은 수비의 결정적인 실책이지 황동재 본인이 아니다. 황동재는 투피치의 투수다. 100km/h대의 커브와 135~9km/h 사이의 직구를 구사한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직구의 힘은 나쁘지않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구속이 조금은 더 나와야 하고 동계훈련에서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 형의 변화구도 하나쯤은 더 필요해보인다. 

장충고는 청룡기부터 계속해서 수비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안방 쪽이 심각하다. 지난 청룡기 8강전, 4강전,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수비(특히 포수진)은 ‘불안’이라는 단어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교체로 들어와 좋은 활약을 보여준 최다인

 

그런 의미에서 2학년 최다인(175/80, 우우, 2학년)의 등장은 장충고의 입장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직 투박하지만 나름 괜찮은 블로킹능력과 송구 능력을 보여주었다(5회 2루 주자의 3루 도루를 잡아냈고 계속된 송명기의 스플리터와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1개의 패스트볼도 기록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8회 초 1아웃 만루 1-1에서 황동재의 커브를 노려 친 안타는 오늘 경기에 매우 큰 승부처 중 하나이다. 만일 장충고가 봉황대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한다면 포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한다. 프로·아마를 막론하고 포수가 안 좋은 팀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경우는 없다.

경북고 김준우(185/86, 우좌, 3학년)는 오늘 경기 최고의 영웅이다. 송명기의 역투로 분위기가 장충쪽으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경북고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것은 김준우의 파이팅 넘치는 역투였다. 신장에 비해 높은 타점에서 던지는 속구와 고교생이면서도 몸 쪽을 굉장히 잘 이용하는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 경북고 4번타자 배성렬

 

반대로 송명기의 승부치기 상황에서의 투구는 다소 아쉽다.  이리 저리 뺄 것이 아니라 무조건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넣으며 상대를 압박했어야 했다. 배성렬(185/105,우우, 3학년)은 번트에 능한 타자가 아니다. 최대한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어서 타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번트 혹은 강공의 선택을 강요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배성렬은 번트에 서툰 타자이기에 1스트라이크에서의 번트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공이라면 송명기의 구위로 상대가 가능하고 병살의 가능성도 생긴다. 

그러나 승부치기에서 2볼까지 몰리며 반드시 직구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했고 그때 맞은 오늘 경기 2번째 안타가 결국 승패를 결정지었다. 

 

이번 대회 경북고 마운드의 핵심 오상민

 

경북고는 원태인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끈질긴 승부를 보여주었다. 특히 오상민, 황동재, 김준우로 이어지는 라인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데다 원태인마저 합류를 하게 된다면 이번대회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장충고로서는 초반 실점이 지나치게 많았다. 폭염으로 인해 휴식일이 매우 여유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 더 빨리 송명기를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아쉬움이 남는 것도 그래서다. 

 

이날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박민석

 

그나마 오늘 1번타자이자 유격수 박민석(180/76,우우, 3학년)이 슬럼프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다. 박민석은 올 시즌 전만 해도 고교 원 탑 유격수로 꼽히던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심각한 부진에 빠지며 야구팬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졌다. 하지만 오늘은 1타수 1안타 4출루 2도루(시즌 23호)와 더불어 8회에는 강견의 어깨를 자랑하는 멋진 수비까지 선보였다.  빠른 발, 강한 어깨, 좋은 출루 능력 등 1번타자-유격수가 보여줘야할 모든 모습을 골고루 선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로서 대통령배에서 3번째 서울의 강자가 탈락했다. 서울고, 덕수고에 이어 장충고마저 1회전에서 탈락하며 올 시즌 서울권은 사실상 무관의 위기에 처해있다. 과연 서울권 팀들의 침묵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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