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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오셀로>의 소리꾼 박인혜
판소리 <오셀로>의 소리꾼 박인혜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8.0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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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판소리로 장면장면 이야기에 적합한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는 8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무대에 오르는 판소리 <오셀로>의 소리꾼 박인혜를 만났다.

 

판소리에 기반을 두어 동시대적인 주제와 감성을 다루는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소리꾼이자 배우인 박인혜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를 거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이다.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 [같거나 다르거나 춘향가], 판소리 [오셀로], 뮤지컬 [아랑가], [어이하리 이 내 마음은 오뉴월 버들마냥 swing, swing], [아닉쉬짜이의 솔숲], [박흥보 씨 개탁이라], [판소리 레겐트루데] 어린이 창극 [미녀와 야수](국립창극단), 창극 [청년 이성계](전북도립국악원), 드라마 [역적], 판소리 뮤지컬 [두 여자의 집] 등의 작품을 했다.

 

그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차세대 예술가(AYAF), 리투아니아 국제연극제 단독 공연 및 그랑프리 수상, 월간 [객석] 선정 ‘차세대를 이끌 젊은 예술가 10인’, 북촌뮤직페스티벌 ‘수림문화상’ 수상,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작품상 [뮤지컬 아랑가], 이데일리 문화대상 국악부문 최우수작품상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를 수상한 바 있다.

 

박인혜는 판소리 <오셀로>를 기녀(妓女)인 ‘설비(說婢)’를 통해 선보이는 오셀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오셀로>를 단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여성적·동양적 시선으로 원작을 바라보면서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정통성이나 특유의 음악 어법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판소리로 장면장면의 이야기에 적합한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다고 생각한다.

 

 

▶ 판소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때 가야금 연주자가 꿈이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국악학원을 다니며 가야금, 거문고 등을 배웠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판소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 <오셀로>라는 작품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는가.

 

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인데, 판소리라는 수식어가 붙다보니 판소리에 초점이 많이 맞춰지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판소리보다 이 작품에 음악이 어떻게 어울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정통성이나 특유의 음악 어법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야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판소리로 장면장면 이야기에 적합한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배경이 많이 다른데 중점을 둔 부분은?

 

판소리하면 사람들이 ‘한’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조금 더 나아가면 ‘흥’까지 생각한다. 판소리가 잘하는 장르이기는 하지만 동시대 사람들의 감성의 영역은 충분히 공감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주 서정적인, 달콤한 것은 요즘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감성과 정서에 영역과는 결이 다르다. 그 부분에 대해 판소리 노래와 많이 이질적이지 않은 선에서 비판소리라고 보일 수 있는 어법도 과감하게 사용한다. 판소리와 이질적이지 않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쓰고 있는 창법이라든지, 국악기만으로 연주를 하는 것이다. 우리 작품의 음악적 메리트 중의 하나가 서양악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판소리가 못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서양악기를 데리고 오는 것 같다. 서양악기들이 적절하다면 써도 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최소화 하려했고 국악기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서들과 다양한 정서들을 표현하는 것이 목표 지점이었다.

 

▶ 판소리는 한을 담아낸 음악인 것 같다. 어려움은 없는가.

 

내가 만든 음악이 이 장면과 잘 어울리는 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있다. 판소리가 굉장히 테크닉적인 음악이다 보니 그 부분을 부각하려고 하다보면 혹은 판소리 정통성에 얽매이다 보면 오히려 이야기가 중심이 아닌 음악을 중심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조금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지금 정통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여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음악적 테크닉이 자꾸 넘어서려고 하는 것을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판소리는 한의 정서에 특화되어있다, 소리꾼이 아주 독특한 수련법을 쓴다는 등 굉장히 추상적인 말들은 판소리가 성행한 시대 이후에 만들어진 말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말들이 판소리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화 하고 판소리를 신비화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극복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신비화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 창작음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정통 판소리와 다른 점은?

 

현대에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는 이론적인 측면에서 판소리는 연극, 문학, 음악의 총체다고 하지만 사실 음악에 많이 치우쳐져있다. 실제로 음악대학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너무 음악에 치우치지 않아도 판소리가 가진 매력들을 보여줄 수 있다.

 

판소리는 적층예술이라고 한다.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지향이나 이유에 따라 문학적으로 새로운 내용, 에피소드, 자기 변별력이나 차별성을 위해 소리꾼들이 새로운 음악 어법을 가지고 와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쌓여진 것이다. 충분히 이런 작업들 안에서도 음악적인 면들을 판소리가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판소리를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창작을 해야 한다는 강압을 떨쳤으면 좋겠다. 요즘 전통 판소리만 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무대가 주어지지 않는다. 대다수 젊은 사람들에게 창작을 지향하고 재해석해야만 무대가 주어지는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있다. 청년실업정책과 연관이 되어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을 잘해야 창작을 잘 할 수 있고 창작을 잘해야 전통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통판소리를 계승하는 사람과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다. 강요되고 있는 분위기에 이끌려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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