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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류 아쟁산조 박종선의 流(류), 공개발표
박종선류 아쟁산조 박종선의 流(류), 공개발표
  • 황수연 기자
  • 승인 2018.08.1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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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풍류의 참 멋을 전하고 싶다

2018년 7월 28일, 서울시 무형문화재 39호 한일섭제 박종선류 아쟁산조 예능보유자인 박종선 선생과 그 제자들이 서울시 무형문화재 공개발표 행사를 가졌다. 금당악회가 주관한 이번 발표회는 ‘박종선의 流’라는 제목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진행되었다. 금당악회는 박종선 선생의 호를 따서 만든 박종선류 아쟁산조 보존회이다.

아쟁산조는 가락을 만든 사람의 이름 뒤에 ‘류’나 ‘제’를 붙여 부르는데 크게 한일섭류와 정철호류가 있다. 어느 류이든 아쟁 산조는 애절한 감정의 농도가 짙게 표현되어 매우 격정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쟁산조로 처음 만들어진 한일섭류는 광복 후에 짜인 것으로 비교적 최근에 구성된 산조이다. 한일섭(1929~1973)에 의해 처음 아쟁산조가 연주된 뒤로, 박종선(1941~ ) 선생에 의해 튼실한 토대를 쌓았다. 박종선의 아쟁산조는 한일섭의 10분 정도 길이의 산조에 자신의 가락을 얹어 정리하여 지금의 30분 내외의 '박종선류 아쟁산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박종선의 아쟁산조는 슬픈 음색과 더불어 보다 짙은 삶의 여정을 보여 준다. 때문에 박종선 선생의 아쟁산조를 듣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슬픔에 잠겨 추억을 더듬는 일이 많다고들 한다.아쟁은 독특한 음색 때문에 '전설의 고향'과 같은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인다. 둔탁한듯하면서 가냘프고, 저음인듯하면서 찢어질 듯한 고음은 마치 비가 오는 날, 아주 슬픈 장례식을 보는 듯 가슴을 후빈다. 쓸쓸한 가을 녘에 들으면 첫사랑의 기억에 눈물이 나고, 밤이 으슥한 대청에서 듣노라면 귀신의 절규처럼 들린다. 이처럼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리 들리는 악기도 드물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이렇게 달리 들리는 것은 세계의 어느 악기와도 구별할 수 없는 독특한 아쟁만의 음색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매체를 통해서 듣는 것은 아쟁으로 연주한 산조를 듣는 것인데, 아쟁산조의 역사는 불과 50여 년 밖에 되지 않지만 독특한 음색을 무기로 상당한 저변확대를 이뤄냈다.

 

 

이날 공개발표 행사는 금당악회 박종선 선생과 그의 많은 제자들이 함께 만든 무대였다. ‘흐르는 물처럼 풍류의 참 멋을 전하고 싶다’는 박종선 선생은 매년 그의 음악 인생 이야기를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 그 동안 ‘한(恨)’, ‘몽(夢)’, ‘연(緣)’, ‘흥(興)’, ‘화(和)’, ‘수(秀)’라는 주제에 이어 이번 주제는 ‘류(流)’이다. 류(流흐)라는 한 글자에 방랑하다, 전하다, 번져 퍼지다 등의 의미를 담은 이번 발표회는 흐드러진 풍류, 음악을 찾아 모험하던 자신의 음악 인생,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전통의 진짜 멋, 전통음악이 널리 보급되기를 바라는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멋과 여유가 담긴 풍류를 알기 위해서 때로는 거친 물살과 같은 인생의 급류를 만나 의연하게 이겨내는 고행이 있어야한다고 믿는 박종선은 그 거친 급류의 구비를 지나야 평온한 물결이 나오듯이 음악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응축되었을 때 그 멋과 여유가 제대로 담겨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의 음악 철학과 바람이 담긴 ‘박종선류’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우리 음악의 멋과 여유를 나누고 싶어 한다.

 

아쟁은 우리나라 악기 중 유일한 저음 악기로 오늘날 연주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산조 아쟁은 대 아쟁을 작게 만들어 산조 및 반주 등 모든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박종선 선생은 한일섭의 제자로 아쟁산조를 적립해 깊고 애절한 가락으로 한을 느끼게 한다. 한일섭이 우조를 정리했다면 박종선은 자신만의 진 계면가락을 만들었다. 그의 음악은 아쟁 특유의 애절함과 힘 있는 소리로 마치 먼 바다에서 치는 잔잔하면서도 거대한 파도에 비유된다.

 

박기영 이태백 박종선 강혜옥

 

이번 발표회 ‘박종선의 류’는 춘몽(春夢), 아쟁·거문고 병주, 영영(迎靈)의 3막으로 꾸며졌다.

 

제1막 ‘춘몽’은 봄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을 자진모리로, 푸른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굿거리로 흥겹게 표현하였는데, 박종선 선생이 작곡한 음악을 아쟁, 대금, 피리, 장구, 꽹과리로 연주한다. 소아쟁은 이종현, 김용성, 장진아, 이은지가, 대아쟁은 이예슬, 유건영, 박재성이 연주했고, 대금에 문아영, 피리 오초롱, 장구 김채영, 꽹과리는 황민왕이 연주했다.

 

제2막에서는 독주 형태로 연주되는 산조형식을 벗어나 아쟁과 거문고의 두 악기와 장구 반주로 새롭게 구성한 연주를 선보였다. 박종선의 아쟁과 김무길의 거문고, 이태백의 장구로 구성되었다. 산조란 주로 남도지방에서 쓰인 무속음악과 관련이 있는 시나위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기악곡이다.

 

제3막의 ‘영영’은 박종선의 시나위 가락을 기반으로 하여 진도 씻김굿의 터벌림, 푸너리, 굿거리, 자진모리, 동살풀이, 휘모리장단으로 구성하였다. ‘손님을 맞는 정성스러움으로, 신을 맞이하는 경건함으로 그리 살아갈 일이다. 사람이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나듯이 시나위에서 자기소리가 분명할 때 그 소리는 존엄하게 빛난다. 그 속에 간절함이 있고 경건함이 있고 정성스러움이 있어야 가장 자기답다. 그 속에 신명과 흥취를 불어 넣음으로서 그 울림이 크다’는 간절함으로 들려온다. 박종선 선생의 원곡을 김영길의 음악구성으로 관객을 맞았다. 징, 소리는 박성훈이 연주했고, 김영길, 박수경, 김예지나, 이혜리, 한규아, 김소연, 김다인, 정지수가 아쟁을 연주했다.

 

공개발표 행사 내내, 음악도 인생의 희노애락이 응축되었을 때 그 멋과 여유가 제대로 담겨진다고 믿는 박종선 선생의 음악 철학이 그와 그의 제자들의 연주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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