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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리포트]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 이닝·방어율 1위 김주섭의 조용한 반란
[유망주리포트]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 이닝·방어율 1위 김주섭의 조용한 반란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8.15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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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이닝동안 4자책점 방어율 0.57 … 미래의 윤성환을 꿈꾸는 컨트롤 아티스트

만약 당신이 2018년 고교야구에서 현재까지 가장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한 명만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모르긴몰라도 열에 아홉은 서준원·원태인·김기훈 중에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할 것이다. 그러나 틀렸다. 적어도 ‘2018년 이라는 전제를 단다면’ 정답은 대구고의 김주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체 고교투수들 중  1. 올해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이고 2.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3. 가장 좋은 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2018시즌 62.2이닝 평균자책점 0.57 6승 0패의 김주섭

 

김주섭(181/92,우우, 3학년)의 올 시즌 기록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던진 이닝 자체가 62.2이닝이다. 더 놀라운 것은 평균자책점이다. 평균자책점이 0.57이다. 62.2이닝을 던져서 자책점이 고작 4점이다. 탈삼진은 65개를 잡았고 볼넷은 고작 22개일 뿐이며 6승 0패의 기록이다.

<2018시즌 김주섭 기록>

방어율 : 0.57   승 : 6   패 : 0   승률 : 1.000
타자 : 242  투구수 : 937   이닝 : 62 ⅔   피안타 : 33   홈런 : 0
볼넷 : 22  사구 : 4   탈삼진 : 60   폭투 : 4  실점 : 8  자책점 : 4
WHIP : 0.86   피안타율 : 0.160   탈삼진율 : 8.57

김주섭은 손경호 감독이 가장 믿는 투수로서 전국대회에 집중적으로 기용된 대구고의 에이스다. 

김주섭은 이번 대통령배 동산고와의 개막전에 등판해서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인천고와의 32강전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경북고와의 경기에서는 5.1이닝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대회 결승전에서는 5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이번 대통령배 2승 0패 16.1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했다.

 

지난 황금사자기 준결승전.. 대통령배의 영웅 옥준우와 포옹하고 있는 김주섭

 

지난 5월 황금사자기에서는 더 엄청났다. 11.2이닝동안 2승 0패 방어율 ‘0’ 을 기록했다. 경기고와의 4강전에서 선발로 등판했기에 투구 수 제한으로 결승에 나서지 못했지만 만약 김주섭이 나설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청룡기에서는 백송고 조영건과의 에이스 맞대결을 펼치며 6.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8시즌 전국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만 따지면 34.2이닝 3실점 방어율은 0.77이다.

팀 성적도 우수하다. 현재 김주섭이 이끄는 대구고는 유일하게 2번 결승에 진출한 유일한 팀이다. 아직 아무도 3번의 전국대회에서 2번의 결승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당장 (8월) 15일부터 시작되는 봉황기에서도 대구고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중학시절부터 6번째 우승이자 본인이 뛴 4번째 우승

 

김주섭은 중학교 시절에는 원태인과 쌍벽을 이루는 선수였다. 경복중의 원태인과 경상중의 김주섭은 대구 지역에서는 손꼽히는 라이벌이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에 5번의 우승을 경험했으며 그 중 3번의 우승을 본인이 직접 뛰며 일궈냈고 3번의 MVP를 받은 선수였다(3번의 우승 중에는 가장 큰 대회인 전국소년체전 우승 및 MVP도 포함되어 있다). 손경호 감독이 대구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손 감독과 함께 대구고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그는 대구고에 진학해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1학년때 전혀 등판을 하지 않았고(중학교때 1년 유급), 2학년때부터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반기 때는 17이닝정도를 던지면서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후반기에는 허리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경상중 시절 김주섭 투구모습

 

그리고 허리 부상을 치유하고 맞은 올해 김주섭은 보란듯이 그 가능성을 폭발시키고 있다.

사실 이정도의 성적으로 이렇게까지 주목을 못 받은 것이 매우 신기할 정도다. 이유는 명확하다. 김주섭의 체격이 크지 않고 구속이 느리기 때문이다. 김주섭의 속구 평속은 135km/h 정도라고 보면 된다.  커브는 110km/h,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120km/h 정도라고 보면 정확하다. 

김주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속상하기는 한데, 그것도 내가 잘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성적뿐 만아니라 스피드를 더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여주기식 구속은 지양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2학년 때는 지금보다는 구속이 좀 더 빨랐다. 140km/h 초반 정도까지는 기록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을 만들어 가야 하고 긴 이닝을 던져야 하기때문에 제구를 최우선시하는 구속이 현재 구속이라고 그는 말한다(실제로 이날 결승에서도 그는 최대한 가볍게 제구 위주로 던지며 경기고 타자들을 요리해나갔다 - 위의 영상 참조). 

그는 자신의 구속이나 체격에 대해서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키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키이기 때문에 오히려 타자들이 낮은 궤적에서 나의 체인지업에 더 많이 헷갈려하더라. 스피드는 프로 가서도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 안한다. 자신 있다” 라고 오히려 기자에게 웃으며 말한다.

 

가볍게 공을 던지는 김주섭

 

김주섭은 다소 부족한 스피드를 상쇄를 많은 무기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는 좋은 밸런스와 제구력이다. 그는 공을 굉장히 쉽게 던진다. 절대 공을 100%의 힘으로 던지지 않는다. 70~80%의 힘으로 코너로 박아넣는 투구를 지향한다. 피홈런이 단 1개도 없고 연타를 잘 맞지않는 것은 낮게 코너를 찌르는 그의 제구력에 힘입은바 크다.  

대통령배 결승에서 보여줬듯 우타자들이 아무리 바싹 붙어도 몸쪽과 바깥쪽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코너웍 능력은 그의 가장 큰 무기다. 오히려 제구와 더불어 가장 가장 많이 신경쓰는 것은 공을 던지는 순간의 공을 때리는 감각이다. 공을 제대로 채면서 눌러줘야 공에 회전이 많이 걸리고 공이 뜨지않기때문이다. 

김주섭은 변화구 구사능력도 탁월하다. 고교생 치고는 상당히 많은 변화구를 던진다(그는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투심을 던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직구와 같은 폼에서 반포크볼 그립으로 잡고 던지는 김주섭의 체인지업은 중학교 때부터 완성도가 상당하다. 

두 번째는 큰 경기의 경험과 경기운영능력이다. 김태석 대구고 투수코치는 “주섭이의 경기운영능력은 탈고교급”이라고 평가한다. 저 구속으로 이정도의 성적을 내려면 경기운영능력·제구력·멘탈이 모두 특급이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김 코치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중학교 때부터 많은 큰 경기를 치러왔다. 그래서 큰 경기에서 긴장하는 법이 없다.  큰 경기에서 야수들이 에러를 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를 끌고갈 수 있는 능력은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아래 영상은 8.13일 대통령배 결승에서 2회 4번타자 허관회를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를 넘기는 장면).

 

 

김태석 대구고 투수코치는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김주섭의 장점을 어필했다. “운영능력은 수많은 큰 경기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제구는 구속만큼이나 타고난 재능이다. 주섭이는 올시즌 고교 전체 No.1의 이닝과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다. 이런 주섭이가 너무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라고 김 코치는 항변한다. 

그러나 김주섭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실력이 부족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남의 탓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롤 모델이 삼성라이온즈 윤성환이다. 공을 가볍게 던지면서 타자를 요리하는 모습, 스피드보다도 공 끝의 움직임이 좋은 속구,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오랫동안 에이스로 역할을 하는 모습이 딱 김주섭의 지향점과 같다. 
 

 

분명 투수에게 직구의 스피드와 좋은 체격은 타고난 신의 선물이다. 키가 크고 구속이 빠르면 무조건 유리다. 하지만 그것이 투수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반례를 수없이 본 바 있다. 그리고 김주섭 또한 그 반례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김주섭은 2차지명에서 상위지명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프로야구의 지명 트렌드는 구속·체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명 순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김주섭은 믿는다.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그는 전국대회 우승, 0점대 방어율 등 2018년에 모든 것을 이뤘다.  봉황기는 출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손경호 대구고 감독이 그간 기회가 없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한바 있기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남은 목표는 딱 한 가지다. 2차지명에서 좋은 순번을 받아 프로무대에 입성하는 것이다.  이번 2차지명에는 송명기·홍원빈·이상영 등 유독 체격이 큰 선수들이 많다. 송명기·장지수 같이 150km/h 언저리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러한 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리틀 윤성환’ 김주섭의 조용한 반란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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