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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 ‘송명기 상대 만루홈런 포함 5타점 맹타’ … 대구고 2학년 포수 현원회
[봉황대기] ‘송명기 상대 만루홈런 포함 5타점 맹타’ … 대구고 2학년 포수 현원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8.19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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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만루홈런·7회 1타점 적시타 등 5타점으로 팀 승리 이끌어 … 최근 한달동안 3홈런 상승세

요즘 ‘갑툭튀’(갑자기 튀어나오다) 라는 말이 유행한다. 그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지칭하는 용어다. 대구고 현원회(183/90, 우우, 2학년)가 그렇다. 

현원회는 지난 대통령배를 기준으로 갑자기 튀어나와 내년시즌 '포수 지명 시장' 을 어지럽고 있다. 현원회는 원래부터 수비는 재질이 있는 선수였다. 

지난 황금사자기 4강 당시 손경호 감독에게 경기고의 빠른 발을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라고 물어본 바 있다. 그러자 손 감독은 "경기고가 우리 팀과의 경기에서는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현원회의 수비와 어깨가 워낙 좋기때문이다" 라고 답한바 있다(실제로 경기고는 대구고에게 기동력을 상당부분 봉쇄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황금사자기 4강 당시 역전 2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현원회

 

현원회는 2학년임에도 위협할 선수가 없는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으나 타격이 약간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배때부터 달라졌다. 

‘미쳤다’ 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까. 현원회는 최근 한 달 사이에 3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배에서 2개, 그리고 봉황대기에서 1개다. 나무배트를 쓰는 고교야구에서 그것도 전국대회에서 홈런을  몰아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만루홈런 포함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현원회

 

특히 우승후보 장충고와의 봉황대기 1회전(8.18) 맞대결에서는 송명기를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뽑아냈다. 송명기는 2차지명 최상위권이 유력한 고교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봉황대기 첫 그랜드슬램이었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홈런이었다.

그는 경기 후에도 침착했다. 들뜨거나 하지 않았다. 지난 대통령배에서 이미 우승을 경험했고 황금사자기에서도 준우승을 경험해봤던 탓일 것이다. 벌써부터 우승팀 주전포수의 여유가  물씬 풍겨져 나왔다. 

 

대통령배 우승 축하연에 참석하고 있는 현원회

 

“이번 봉황대기는 지난번 대통령배와는 다르게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사실 그는 방망이에도 자신이 있다. 손 감독 또한 방망이 자질이 뛰어난 포수라고 입을 모은다. “저는 원래부터 방망이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황금사자기랑 청룡기때 너무 못쳐서 후반기 때는 이 악물고 치고 있는 중일 뿐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만루 홈런 상황에 대해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볼카운트가 제가 유리했습니다.  상대 투수가 주무기를 직구로 사용하고 볼이 빠르니까 직구만 생각하고 쳤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가볍게 나간다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맞는 순간 손의 감각이 홈런이라는 느낌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영리한 선수다. 포수다보니 상대의 볼배합을 읽을 줄 안다. 7회 2사 3루 상황에서 결정적인 타점을 올리는 좌전 적시타를 칠때도  “초구 직구를 치려고 했는데 놓쳤습니다. 그래서 변화구를 던질 것 같아 변화구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안타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제가 포수라서 볼배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라고 상세히 당시의 안타를 묘사해주었다.

타격에 있어서 그는 이날 100점 만점에 200점이었다. 그러나 수비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 듯 했다. 그는 “딱히 수비를 잘 못한 것이 없었던 것 습니다. 하지만 볼 배합을 조금 더 신경 써야 했는데 너무 생각 없이 볼 배합을 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주섭이 형의 0점대 방어율이 혹시 깨졌을 까요?” 라고 기자에게 자문하면서 투수들의 방어율을 염려한다(다행스럽게도 아직 김주섭의 0점대 방어율은 깨지지는 않았다). 

 

 

에이스 김주섭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현원회

 

 

대구고는 현원회에게 모든 볼배합을 맡긴다. 그만큼 손 감독의 현원회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 그는 “(백)현수는 초반에 직구가 좋아서 직구위주로 사용하다가 중반부터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많이 사용했습니다”라고 이날 볼배합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다.

현원회는 이번 봉황기는 즐겁게 하고 싶다고 한다. 우승은 해야하겠지만 너무 집착하면서 소위 말하는 빡시게(?) 하기 보다는 즐기면서 경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가 끝나면 대구고 선수들과 어디 바닷가로 물놀이를 꼭 가고싶다는 소망도 덧붙인다. 

 

능글능글한 포수 현원회


그의 롤모델은 두산의 양의지다. 능글능글하면서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데 타격수비를 모두 잘하는 모습이 좋단다. 특히 그의 여우같은 볼배합이 너무 멋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도 무조건 잘해야 좋은 포수인 것 같다는 자신만의 생각도 덧붙였다. 

현원회가 올해 최고 포수 아니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며 "무슨 큰일날 말씀을... 저 배워야할 것이 한가득입니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하지만 대구고의 거의 모든 경기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현원회는 실책이 고작 1개에 타율은 무려 0.330에 이를 정도로 공수에서 모두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8년 현원회 기록>

타율 : 0.330  타석 : 114  타수 : 91  총안타 : 30  1루타 : 16 2루타 : 11  3루타 : 0
홈런 : 3  타점 : 24  볼넷 : 19  사구 : 1  삼진 : 11  실책 : 1
장타율 : 0.549  출루율 : 0.446  멀티히트 : 11  ops : 0.995  BB/K : 1.73  장타 / 안타 : 0.467

 

2할대에서 머물던 타율이 어느덧 0.330까지 올라왔고 전국대회에서만 3개의 홈런을 작렬시키고 있음에도 그는 만족을 모른다. 올해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등 제일 중요한 대회에서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서 내년에는 초반부터 잘해서 대표팀에도 꼭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는 목표도 밝힌다.

 

경기 후 신월야구공원에서 만난 현원회

 

마지막으로 처음으로 공식 언론에 나가는 만큼 팬들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질문이 제일 어렵네요. 저는 능글능글하고 투수들과 호흡이 잘 맞는 그런 포수입니다”

현원회는 내년 시즌 태풍의 눈이다. 현재 지방권 1·2학년 포수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광주동성고의 김시앙과 대구고의 현원회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있기때문이다.  만일 대구고가 이번 봉황대기마저 석권하고 현원회가 이 폭발적인 페이스를 봉황기까지만 유지한다면 올 시즌 No.1 포수라는 칭호는 현원회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  

과연 현원회가 봉황기마저 집어삼키고 올 시즌 고교 최고의 포수 자리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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