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04-23 13:11 (화)
[봉황대기] “스피드 얼마야?? 리스트에 있어?” - '작은거인' 조강희의 불꽃 와인드업
[봉황대기] “스피드 얼마야?? 리스트에 있어?” - '작은거인' 조강희의 불꽃 와인드업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8.28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훈고 떠받치는 외로운 에이스 … 다양한 구종 및 예쁜 투구폼 인상적

충훈고와 전주고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던 8월 26일 밤 목동야구장.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까지 야구를 보고 있노라니 관계자들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에러와 포볼, 콜드게임 등으로 점차 흥미를 잃고 있었다. 아침 9시부터 무려 4경기째인 탓에 '왜 이걸 보고 있어야 되지하는 회의마저 들던 순간 한 투수의 등장으로 두 눈이 번쩍 띄였다.

작은 체격, 예쁜 폼, 그리고 마운드에서 당당한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낯설고 신선했기 때문이다.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충훈고등학교의 등번호 6번 조강희(173/70, 좌좌, 3학년).

 

충훈고 3학년 조강희
충훈고 에이스 조강희(173/70, 좌좌, 3학년)

 

이날 경기를 마치고 만난 조강희는 오늘 경기가 내 인생 게임이라고 활짝 웃었다.  조강희의 올시즌 성적은 매우 빼어나다. 무려 57.1이닝을 던져서 6승 0패 평균자책점이 1.58이다.  그러함에도 조강희는 한번도 이런 큰 경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가장 후회가 남는 경기가 올해 5월 황금사자기 안산공고와의 64강전이다. 당시 kt위즈 1차지명자인 전용주와의 맞대결에서 8이닝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음에도 투구 수 제한 때문에 마운드를 내려오며 아쉽게 패했다(충훈고는 조강희 외에는 던질 투수가 마땅치않다. 그만큼 그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모든 팀원들이 똘똘 뭉쳐 기어이 승리했고 그 또한 생애 첫 전국대회 16강 진출이기에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덧붙인다.

 

경기가 끝나고 팀원들과 환호하는 조강희
경기가 끝나고 팀원들과 환호하는 조강희

 

사실 조강희가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끈 것은 지나치게 작은 투수였기 때문이다. 190cm 이상도 이제는 흔하디 흔한 고교 마운드에서 173cm의 조강희는 너무나 왜소한 신장이었다.

직접 그에게 키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작아도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체격으로 공 던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던지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조강희의 투구폼은 프로 관계자들이 인정할 만큼 예뻤다. 적어도 올해 본 고교생 중에서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투구 폼을 지니고 있었다. 일단 어깨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걸림이 전혀 없다. 하늘위로 쭉 뻗은 와인드업, 힘의 소실 없이 무난하고 부드럽게 잘 넘어오는 왼쪽 어깨, 180도에 가깝게 온 몸을 이용하는 회전력,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때려주는 팔 스윙도 정석에 가깝다. 손목을 쓰면서 공을 숨겨 나오는 디셉션은 두산의 마무리 함덕주를 닮았다. 폼 하나는 좌완투수의 교과서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투구폼이 이번 동계훈련 때 만들어진 투구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투구폼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와인드업이다. 요즘은 와인드업을 저렇게 크게 하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교과서적인 예쁜 투구폼 

 

제 와인드업은 작아도 커보이고 싶은 저의 의지입니다. 저의 체격을 조금 더 커보이게 하고 싶어서... 0비록 저는 작지만 좀 더 호전적이고 전투적으로 타자를 상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두 팔을 하늘 높이 치켜 듭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조강희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실 스피드는 폼보다는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투구 폼이 예쁘지 않으면 제구가 좋기는 정말 쉽지 않다. 제구는 몸의 기억력이기때문이다. 조강희의 좋은 제구력은 좋은 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 하나는 오랫동안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폼이 좋지않으면 많은 공을 던지기 힘들고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경기 후 만난 충훈고 코치는 "강희의 폼은 투수로서 가장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폼이다. 적어도 폼은 프로 가서도 손댈 것이 없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라며 에이스 자랑에 여념이 없다.

 

 

폼뿐만 아니라 그는 구질에 있어서도 장점이 있다. 우타자 몸 쪽에 바싹 붙는 직구를 던질 줄 안다. 또한 자신의 직구와 20km/h 이상 차이나는 108km/h의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줄 안다. 마지막으로 120km/h 대에 우타자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질 수도 있다. 왼손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120km/h에 달하는 슬라이더의 궤적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왼손투수로서 한국 야구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든 구종을 조강희는 보유하고 있다. 저 체격에 저 구속으로 무려 60이닝에 가까운 공을 던지면서 1점대의 방어율을 유지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이날도 비록 6피안타를 맞았지만 7이닝 무실점 1사사구에 삼진은 9개를 잡았다). 

그 또한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모두 잘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커브이며 자신의 롤모델은 삼성라이온즈의 장원삼이란다. 투구 폼이 너무 예쁘고 제구력이 좋으며 자신의 스타일과 비슷한 선수라는 것이 그 이유다.

 

105개 투구 임무 완료.. 마운드를 내려오는 조강희

 

한국 프로야구는 왼손투수가 우대받는 리그다. 우타자의 몸 쪽 스트라이크존이 상대적으로 후하기 때문에 타석에 바싹 붙으면 우타자는 왼손 투수의 몸 쪽 직구를 제대로 쳐내기 힘들다. 오직 한 포인트에서 그것도 간결하게 맞아야 칠 수 있는 공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몸 쪽에 부담을 가지면 바깥쪽 체인지업은 더더욱 공략하게 힘들다. 좌타자는 근본적으로 좌 투수가 힘들다. 등 뒤에서 대각으로 공이 들어오면서 밖으로 달아나는 궤적이기 때문이다. 황금사자기 당시 광주일고 조준혁이 명품 체인지업으로 우승을 이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준혁의 명품체인지업과 몸쪽 직구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추풍낙엽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조강희의 단점은 작은 체격과 지나치게 깨끗한 볼끝, 그리고 느린 스피드다. 너무 체격이 작아서 공에 각이 전혀 없다. 이날 조강희는 최고구속 135km/h를 찍었다. 평속은 130정도라고 보는 것이 옳다. 본인의 체격치고는 빠르지만 그래도 느리다. 투수가 모든 든 공을 완벽하게 제구하기도 힘들지만 완벽하게 제구 된다고 해도 안 맞는다는 보장이 없는 공 스피드다.

그 또한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맞아도 잡아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던지는 것 뿐입니다. 이날 경기 역시 마지막 대회이고 마지막 경기니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보자는 마인드로 공을 던졌습니다라고 그는 당차게 말한다(그는 투구수 제한으로 4일 이상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작은 체격탓에 가벼운 구위
작은 체격탓에 가벼운 구위

 

프로의 기준에서 보면 조강희의 공은 워낙 깨끗해서 항상 장타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변화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모 스카우터는 저런 깨끗한 변화구는 프로 선배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이런 단점과 별개로 이날 조강희를 지켜본 현장관계자들은 대부분 좋은 평가를 내렸다. L구단 관계자는 현재 최고가 135km/h라면 최고 140km/h까지 구속을 키운다고 가정 했을 때 저 공이 어느 정도 프로에서 통할 수 있겠느냐(원포인트던, 중간계투던)가 저 선수의 판단 기준이다. 만약 오른손 투수라면 지명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왼손이라면 충분히 지명대상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에서 모든 승부를 걸겠다" ... 조강희의 의지의 와인드업

 

조강희가 101아웃에 105개 투구수 제한으로 마운드를 내려가자 이곳저곳에서 분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최고 스피드 몇이야? 우리 리스트에 있어?"

그는 오늘 경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없는 최고의 게임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정말로 이날 경기는 조강희라는 한 선수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서울의 왠만한 대학을 골라서 갈 정도의 성적이 되지만 "프로에서 모든 것을 걸겠다"라고 망설없이 이야기하는 조강희의 강렬한 와인드업이 유달리 가슴 깊이 남아있는 이유다.

 

전상일 기자(jsi@aps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