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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덕수고 홍원빈, 왜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까
[현장칼럼] 덕수고 홍원빈, 왜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8.28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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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cm의 엄청난 신장, 150km/h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강한 어깨 등이 강점인 올해 최고의 원석

최근 기자는 야구장에서 사진을 찍거나 기록지를 보기보다 멍하니 야구를 보는 일이 잦다.

혼자보다는 스카우터들, 스카우터가 아니라도 김용달 타격코치 같은 각계 각층의 야구 전문가들에게 관심있는 선수에 대한 평가를 물으며 자의적인 평가와 비교대조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 조금이라도 현장과의 간극을 좁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그 무언가를 보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모든 선수들 중 가장 현장과 팬들과의 간극이 큰 선수가 바로 덕수고의 홍원빈(195/103, 우우, 3학년, 투수)이다. 사실 홍원빈은 지독히도 기자와 인연이 없었다. 덕수고 경기를 갈때마다 홍원빈은 등판하지 않았다(인터뷰를 미리 해놓고도 두 달이나 지연시켜서 내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826일 봉황대기 32강 덕수고 vs 비봉고전드디어 보고 싶은 홍원빈을 직접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비록 1.1이닝에 불과했지만 그의 모습이 지난 5월 황금사자기에 비해서 얼마나 발전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홍원빈은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덕수고 홍원빈(195/103, 우우, 3학년, 투수)
덕수고 홍원빈(195/103, 우우, 3학년, 투수)

홍원빈은 투수를 시작한지 이제 겨우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은 많이 거칠다.

기록도 좋은 편이 아니다. 23.1이닝동안 평균자책점이 2.35라고 하지만 큰 경기에서 던져본 일도 많지 않다. 올해 5월 황금사자기 강릉고와의 16강전에서 호투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2.1이닝동안 4볼넷에 투구수가 무려 53개나 되는 등 살짝 고전했다. 23.1이닝동안 볼넷이 17개에 사구가 3개다. 1이닝 당 거의 1명의 주자를 볼넷이나 사구로 내보낸다는 의미고 탈삼진도 6.26으로 뛰어난 편이 아니다. 연투능력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그는 현재 21라운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한화이글스에서도 올해 초에 21라운드로 내정했었던 선수라고 직접 밝힌 바 있고 LG트윈스의 1차지명 리스트에 있었던 선수이기도 했다

홍원빈의 어떤 점이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첫 번째는 현장에서 소위 현장에서 말하는 은어로 다마’(공의 묵직함)가 다르다는 것이다. 공이 들어오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으면 묵직하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포수 뒤에서 보면 대포알이 날아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큰 키에서 내리 꽂으니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가중된다.

 

홍원빈의 극단적인 오버핸드

 

두 번째는 높이다. 홍원빈은 극단적인 오버핸드다. 키가 커도 팔의 위치가 낮은 선수들은 많다. 자신의 신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는 개인이 힘을 쓸 수 있는 근육의 성향에 따른 개인차다. 아무나 팔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신장을 높게 보는 것은 공이 대각선으로 꽂히며 들어오기 때문이다. 공이 대각선으로 들어오면 타자는 선이 아니라 점으로 타격을 해야한다. 타격이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잘못 맞을 시 그라운드 볼이 많아진다. 신장이 크더라도 대각이 아닌 수평에 가깝게 들어오는 공은 현장에서는 높게 평가 하지 않는다. 타자의 시각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갖고 있는 몸이다. 모 스카우터는 우스개소리로 기자에게 당나귀경주마의 비유를 들었다. 지금은 똑같이 달리더라도 선수를 평가할 때 그 선수가 지니고 있는 근육의 형태와 종류는 반드시 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선수의 몸은 당나귀의 몸이고 어떤 선수의 몸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경주마의 몸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키가 크거나 체격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젖살이 가득한, 혹은 비만형 몸이 아니라 체격이 크면서도 힘을 쓸 수 있는 짱짱한(?) 근육으로 뭉쳐진 몸 혹은 아직 말랐지만 힘만 붙으면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부드러운 탄력이 있는 몸을 현장에서는 선호한다. 홍원빈이 전자의 대표적인 선수다(여담이지만 부산고 이상영이 후자의 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몸이 짱짱하고 근육 자체가 힘을 쓸 수 있는 윤기 나는 경주마 같다는 것이다(실제로 필자가 인터뷰를 하며 가까이서 봐도 정말 몸이 좋다).

 

"터지면 크게 터진다" 

 

네 번째는 발전가능성이다. 홍원빈은 이제 겨우 투수를 시작한지 1년 정도 밖에 안 되었다. 보통 투수의 어깨를 만드는데 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홍원빈은 1년도 안되었는데 벌써 150km/h에 가까운 볼(비공식 150km/h, 공식 148km/h)를 찍는다. 이정도면 투수로서의 발전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리다. 지금은 다른 동기들에 비해서 많이 뒤쳐질지 모르지만 3년을 키운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뻗어나갈지 알 수가 없다.터지면 크게 터진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그는 싱싱하다. 그의 어깨는 싱그러운 천연 그 자체다. 비록 팔꿈치 뼛조각 수술의 경력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포수를 하다가 생긴 부상 일 뿐 그의 어깨는 이제 막 시작이다. 정윤진 감독의 체계적인 관리하에 오히려 그는 차분하게 투수의 어깨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투수에게 가장 큰 무기는 직구다. 그리고 알고도 치기힘든 직구를 던질수 있는 재능이 홍원빈에게는 있다. 이는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이다. 만들 수 있는 재능은 더더욱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B스카우터는 현재의 제구력은 아직 중요한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제구력이 아니다. 하지만 1년도 안 되서 148km/h를 찍는 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 이라고 말한바 있다.

 

과연 그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아직 홍원빈은 원석이다. 투수로서 공을 때리는 느낌도 약하고 릴리스포인트도 들쑥날쑥하다. 팔 스윙도 일정하지 않다. 공을 때리는 감각은 공을 많이 던져봐야 알 수 있는 투수만의 감각이다. 어떤 공은 우와하는 탄성이 나오지만 어떤 공은 뭐지?”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복이 있다.

과연 홍원빈이 현장의 기대대로 3년 후 한국형 니퍼트로 성장할 수 있을까.

현실과 가능성의 괴리 속 에서 앞으로 3년여간 인내심을 갖고 홍원빈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큰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상일 기자(jsi@ap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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