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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km/h? 좋아할게 아니라 걱정해야죠” … 자양중 추성건 감독의 확고한 소신
“140km/h? 좋아할게 아니라 걱정해야죠” … 자양중 추성건 감독의 확고한 소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10.0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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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건강관리 및 자기개발이 최우선 … 두산 1차지명 '곽빈' 다칠까봐 포수·1루수만 시켜

“140km/h를 던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예요. 오히려 더 우려하고 걱정해야할 일이죠

김서현 선수를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를 보자마자 추성건 감독이 한 이야기다. 그만큼 그는 선수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작년 청룡기의 영웅이자 두산베어스의 1차지명자인 곽빈의 재학시절 다칠까봐 투수로 등판시키지 않고 포수 및 1루수만 시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굳이 전지훈련금지를 하지 않아도 자양중학교는 12~1월에는 투수들이 공을 전혀 만지게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사인을 일절 내지 않는다. 선수들이 알아서 사인을 내면 Ok , No 표시만 해줄 뿐이다. 선수시절 야생마 이상훈과 함께 서울 지역 1차지명을 양분할 정도의 명 타자였으나 부상으로 안타깝게 은퇴를 결정해야했던 본인의 전철을 내 아이들에게는 결코 밟게하지 않겠다는 강한 일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자양중학교 추성건 감독

 

Q)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다. 감독님께서는 자양중학교에 언제 부임하셨나.

A) 대략 6년 정도 된 것 같다. 2012년 가을에 부임했던 것 같다.

 

Q) 감독님의 현역시절에 대해서 궁금하다. 프로 첫해 OB베어스 최고의 유망주였다.

A) 맞다. 첫해에는 적응기를 거쳐서 그럭저럭 잘 했었다. 그런데 내가 3년차 때 서울 개막전에서 손목을 크게 다쳤다. 그리고 8월 달에 발목이 분쇄골절을 당해서 수술을 무려 4번이나 했다. 똑바로 걷는데만 1년이 걸렸으니 2년 동안은 운동장을 전혀 나가지를 못했다. 회복 후 야구장을 나갔는데 공이 안 맞더라(웃음).

 

SK와이번스 시절 추성건(이미지출처 : 나무위키)
SK와이번스 시절 추성건(이미지출처 : 나무위키)

 

Q) 그래도 마지막에 SK에 가서 잘하셨던 기억이 난다.

A) (손사래를 치며)잘하기는 무슨... 그냥 밥값은 한 정도이지만 그때는 한 경기 하고 나면 발목이 아파서 그 다음날에 못 걷겠더라. 운동장이 지금처럼 여건이 좋지가 않았다. 인조잔디라고해도 그냥 아스팔트 비슷해서 충격흡수가 안되서 발목이 너무 아팠다. 그만 해야되겠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그리고 이듬해 서울고등학교의 수석코치로 이동했다.

 

Q) 서울고 시절의 이야기도 좀 듣고 싶다.

A) 코치가 뭐  할 이야기가 있나(웃음). 팬들에게 굉장히 유명한 2007년 대통령배(서울고 vs 광주일고) 때도 내가 있었다. 우리 내부에서는 우리 팀이 이긴다고 봤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9회 광주일고 1루 대주자가 런다운에 걸렸었는데 그것을 우리가 살려줬다. 그것만 잡았어도 이길 수 있었는데 지금도 아쉽다. 그리고 울기는 정찬헌이 먼저 울었다. 이형종은 드러나게 펑펑 운 것이고 정찬헌은 이를 앙다물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더라. 지금 생각해봐도 정찬헌은 정말 독한 녀석이다.

 

Q) 중학교 야구 지도자를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A) 고등학교에서 수석코치만 10여년을 하다보니까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나름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고에서 대략 10여년 정도를 있었고, 청원고등학교에서 2년 정도 있었다.

 

즐겁게 훈련하고 있는 자양중학교 선수들

 

 

Q) 중학교 야구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가.

A) 그건 아니다.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교에 비해서는 좀 덜하다는 것 뿐이다. 또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의 기량향상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잡는 것이다. 팀 성적을 위해서 선수를 희생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내가 야구를 하는 한 그럴 것이다. 

 

Q) 팀의 에이스이자 내년 시즌 주축이 될 김서현 선수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드린다.

A) 장래성은 엄청나게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부상이 없어야 한다. 빠른공을 던진다고 해서 남들은 '우와~ 좋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김서현은 이제 겨우 15살일 뿐이다. 15살이면 한창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이고 뼈, 인대, 관절이 성인수준의 근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볼을 던진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부상에 노출이 많이 된다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그런 것을 염려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지 140km/h를 던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년 시즌 주축이 될 에이스 2학년 김서현

 

 

Q)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사인을 거의 안낸다고 들었다.

A)  안낸다. 선수들이 알아서 경기 흐름을 잘 읽는다. “내가 지금 치고 싶다”, “도루를 하고 싶다등의 사인을 도리어 나에게 낸다. 그럼 내가 “OK~가라” “마음껏 쳐라뭐 이런 식으로 역으로 사인을 주는 형식이다. 이런 식의 운영을 하는 이유는 그래야 게임에 몰입을 할 수가 있다. 훈수 두듯이 장기를 두면 더 잘 보이듯이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그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Q) 코치님이 선수를 관리하는 노하우에 대해서 듣고 싶다.

A) 일단은 아침에 체크를 한다. 아침에 안 좋은 친구들을 체크를 하고 웜업부터 선수들이 알아서 뛴다. 줄맞춰서 반 강제적으로 러닝을 시키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은 애들은 빨리 뛸 것이고 컨디션이 안 좋은 친구들은 늦게 뛸 것이다. 그럼 그 모습을 코치들이 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선수들 개개인을 가르친다. 나도 아마 때까지는 부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프로가서 2번 정도를 크게 다치고 은퇴를 하다보니 아이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쓰고 있는 중이다.

 

Q) 자양중학교가 투수들의 러닝이 없는 학교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A)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몸 관리다. 어느 쪽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답이 없다. 10월부터 대략 세 달간은 몸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가장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캐치볼, 몸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변화구를 이렇게 쳐라뭐 이런 세부적인 기술적인 부분들은 선수 개개인이 시합에 들어가면 알아서 하게 되어있다. 우리 팀은 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캐치볼, 몸의 밸런스, 기본기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이다.

 

 

"지금은 잘하는 것보다 다치지 않는게 우선"

 

 

Q) 작년 두산베어스에 1차지명된 곽빈이 자양중 출신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곽빈 선수 이야기를 좀 해달라.

A) ()빈이 같은 경우는 정말 좋은 투수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도 굉장히 좋은 선수다. 그런데 너무 빨리 많이 컸다. 그래서 나는 포수를 시켰다. 그리고 1루수도 시켰다. 아마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자 시즌이 끝날 때 쯤 투수를 하고 싶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투수를 하면 넌 분명히 다친다" 라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도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진짜로 다치더라. 고등학교에 갈 때 큰 부상은 아니지만 다쳐서 거의 1년을 재활을 했다. 투수들은 공을 빠르게 던진다고 좋은 게 아니라 빠르게 던 진만큼 인대라던가 잡아주는 근육의 근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중학생들이 근력이 어디있는가(실제로 김서현도 키에 비해 안스럽다 싶을만큼 말랐다). 

 

Q) 곽빈 선수는 학교에 자주 오는가.

A) 빈이도 자주 오고 그밖에 졸업생들도 매우 자주오는 편이다. 우리 학교 졸업생 중에는 최하늘 선수, 오정환 선수 등 좋은 선수들이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늘이는 착하다. 내가 생각하는 투수는 쉽게 이야기하면 에고이스트(Egoist)들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선수들이 투수를 잘하더라. 자기가 매조지를 해야 되고 이겨내는 그런 선수들이 투수를 해야하는데 하늘이 같은 경우에는 너무 착해서 참 고민이 많았던 선수였다.

 

Q) 추성건 감독님은 명 타자출신이시다. 중학교 선수들을 보고 어느 정도 타격에 재질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신체조건은 두 번째고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밸런스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애들이 있다. 타격을 하기전의 준비동작이 그것이다. 준비동작이 좋으면 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좋다. 하지만 준비동작이 나쁘면 치는 것이 나쁠 수 밖에 없다. 첨언을 하자면 폼하고는 관계가 없다. 나는 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방망이는 제대로 돌릴 줄 알아야 한다.그냥 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밸런스로 풀스윙을 할 줄 알아야 한다헛스윙을 하던, 공을 맞추던 말이다.  투수의 공을 잘 보는 것, 풀스윙을 돌리는 것, 그 풀스윙을 돌릴 수 있는 좋은 밸런스 이것이 내가 보는 좋은 타자의 요건이다.

 

추성건이 보는 타자의 자질은 자기 밸런스에서의 풀 스윙

 

 

Q)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 해주면 잘 따라오는가.

A) 선수들에게 비유를 잘 해줘야 한다. 스프린터와 마라톤 선수의 예를 든다. 마라톤 선수는 빨리는 못 뛰지만 멀리는 갈수 있다. 하지만 근육이 그렇게 형성이 되어버리면 빠르게는 못 뛴다. 하지만 스프린터들은 정말 폭발력 있게 뛴다.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0%로 타격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윙을 100개를 하라고 하면 10개는 풀스윙을 하겠지만 90개는 70~80%로 스윙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마라톤 선수다. 근육이 어떻게 되겠는가. 빠른 스윙을 못하게 된다. 70~80으로 50개를 치지말고 10개를 치더라도 풀 스윙으로 치라고 나는 이야기한다.

 

Q) 전지훈련을 못 간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부터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A) 어떻게 결론이 나오는지 아직 모르겠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올해 첫 발표대로 전지훈련을 못 가게 되면 체력운동·보강운동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팀은 원래 투수들이 12~1월에 절대 볼을 못 만지게 한다. 2월부터 캐치볼을 시작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운동도 잘한다" 

 

 

Q) 감독님 인터뷰를 검색하던 중  '실패하라'는 말을 본적이 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A) 내가 한 말이 맞다. 실패해봐야 자기들이 알아서 열심히 한다. 이 아이들이 지금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는가. 지금 높이 올라가면 나중에 떨어지면 많이 아프다.

 

Q) 중학교는 성적보다 다른 명문의 기준이 있을 것 같다. 어떤 팀이 명문인가.

A) 일단은 공부를 해야한다. 일반 학생과 비슷한 수준의 공부 수준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중학교 수준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서 더 열심히 한다. 중학교에서 야구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자기들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 조금 더 능동적으로 변하고 생각하는 것도 틀려질 것이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나는 앞으로도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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