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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학교지 자양투수공장이 아니다” … 강지헌 투수 코치의 혁신
“이곳은 학교지 자양투수공장이 아니다” … 강지헌 투수 코치의 혁신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10.08 15: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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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원더스에서 운동을 하다 은퇴 후 전력분석 공부 … ‘런닝없는 학교’라는 신선한 이론으로 유망주들 지도

자양중학교의 강지헌 코치(30)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코치다. 강남중학교와 장충고- 건국대를 졸업한 강코치는 고양 원더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이력이 있다. 그뿐 아니라 야구계를 떠나 전력분석원으로 공부를 하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중학교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는 여느 코치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공부하는 지도자답게 이론에 매진한다. 그의 SNS에는 좋은 야구이론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그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각종 트레이닝 방법들이 빼곡이 저장되어있다.  그는 런닝 없는 학교라는 캐치프라이즈로 자양중학교를 소개한다. 하체가 중요하다고 알려진 투수가 런닝을 하지 않는 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자양중학교 강지헌 투수코치 

 

Q)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다. 코치님의 간단한 이력을 부탁드린다.

A) 나는 강남중 - 장충고 - 건국대를 졸업했고 고양 원더스에서 잠깐 있었다가 팔꿈치를 다쳐서 수술하고 은퇴를 하게 되었다. 당시 고양원더스에 이상훈 투수코치님이 계실때였다. 오래있지는 않았다. 훈련은 정말 힘들었었다. 그런데 팔이 아프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

 

Q) 원더스에서의 추억에 대해 설명을 좀 해달라.

A) 사실 원더스는 합숙했었던 선수들은 할 이야기가 정말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몇 명 선수들끼리 자취를 했었기 때문에 추억이 많지는 않다. 무엇보다 나는 부상 때문에 많은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웃음).

 

야구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협응력 

 

 

Q) 워낙 이른 나이(30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되었다.

A) 원래 공부를 했었다. 세종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전력분석 공부를 했었다고한다) NC다이노스 김현종 코치님께서 현장경험을 해서 더 넓은 시각으로 야구를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권유를 많이 하셔서 현장으로 오게 되었고 코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지도자 생활의 시작은 '영일초등학교' 였다. 그 후 충암중학교에 있다가 자양중학교에 오게 되었다. 4~5년 정도 지도자 생활을 한 것 같다.

 

Q) 중학교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가.

A) 성장기 선수들이다보니까 몸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한다. 성장을 하면서 신체가 급격하게 커져서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본 경우는 폼으로 접근해서 폼을 자꾸 바꾸게 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나는 폼보다는 신체트레이닝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지금 중학교 선수들에게는 폼보다는 신체발달 - 유연성을 중점적으로 하는게 선수들에게 매우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애로사항이라면 애로사항이다.

 

Q) 그렇다면 투수의 투구밸런스는 타고나는 것인가.

A) 투구밸런스는 코칭스테프에서 잡아주는 부분도 있지만 타고나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야구를 하면서 중요한 것은 '협응력' 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한 행동을 보여줬을 때 이 흉내도 잘 내고, 저 흉내도 잘내고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이 협응력이다. 훌륭한 선수들은 그런 부분들이 뛰어나다. 일례로 훌륭한 선수들은 그립을 한번 보여주고, 던지는 시범만 보여줘도 쭉쭉 이해하고 빨아들이지 않나. 그런 협응력 또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야구센스 혹은 어려서부터 길러지는 일종의 소질이라고 할 수 있다.

 

 

투수들의 런닝이 없는 학교... 신체트레이닝이 최우선

 

 

Q) 자양중학교는 '런닝이 없는 학교' 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부탁드린다.

A) 내가 세종대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의 이야기다. 나는 야구를 배울 때 하체가 70~80에 상체가 20정도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공부를 해보니까 상체의 비율이 훨씬 많고 하체는 상체보다는 훨씬 덜 하더라. 하체의 역할은 밀고 나가는 중심이동의 역할이 크지 필요이상의 근육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고등학교의 선수들에게는 런닝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학교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키가 큰 선수도 있고 작은 선수도 있는 등 굉장히 다양하다. 그래서 나는 런닝을 접목을 시키기 보다는 협응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트레이닝과 함께 야구를 지금보다 더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트레이닝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편이다.

 

Q) 그렇다면 코치님이 가장 많이 시키는 훈련은 무엇인가.

A) 넓게 이야기하면 트레이닝이다. 공을 던지는 훈련은 야구공이 아니라 무거우면서 말랑말랑한 공으로 던지는 연습을 시킨다. 그러면 일각에서는 통상적으로 팔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더라. 하지만 오히려 야구공보다 팔에 부담이 훨씬 덜하다.  F=MA라는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이론이 있다.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지않나. 무거운걸 들었기 때문에 팔스윙이 빨라지지 않고 가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팔에 부담이 덜하다.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감각에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쉐도우는 투구 폼을 정립시키고 밸런스를 잡는데 목적이 있다. 어느 정도 폼이 고정된 선수들은 쉐도우가 분명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선수들은 오늘 폼이 변하고 내일도 폼이 변할 수 있는 선수들인데 쉐도우를 시켜서 그것을 한 가지 폼으로 정립시키는 것은 지금은 굳이 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한가지 폼 보다는 다양한 트레이닝이 우선 

 

 

Q) 꽤 혁신적인 이론이다. 언제 이런 이론들을 정립하신건가.

A) 꽤 혁신적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존재했었던 이론들이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배웠던 부분들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전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선수생활을 해보고 또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내가 배웠던 방법이 옳았던 부분도 있지만 잘못된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 그 잘못된 부분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내가 공부한 이론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Q) 이 부분만은 선수들이 꼭 가져가야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A) 자기만의 이론이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감독·코치가 시켜서 자신의 폼을 만든다. 그런데 그런 투수들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또 감독·코치에 의해서 폼이 급격하게 변화된다. 그렇게되면 선수들에게는 혼란이 오고 그렇게 되면 밸런스가 흐트러지게 되고 자기가 원하는 공을 던지지 못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 그 감독·코치님의 말씀에 따라가는 것은 맞지만 그 안에서의 자기만의 것은 확실히 갖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동작은 자유롭게 하되 야구역학적인 최소한의 이론은 확실히 알고 가라고 이야기를 한다. 왜 이렇게 하면 안 돼? 가 아니라 왜 이렇게 해도 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은 지니고 가야한다.

 

Q) 현역시절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못하셨던 건가.

A) 사실 나는 이 길로 다시 돌아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부상으로 인해 야구가 싫어서 이곳을 떠난 사람인데 왜 내가 여기로 다시 돌아와야 할까라는 회의감도 있었다. 그러나 야구 공부를 해보니까 아이들이 나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는 잘 몰랐던 부분이 은퇴를 하니까 보이는 부분이 있다. 나는 너무 기계적인 선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여기는 배우는 학교지 자양 투수공장이 아니다" 라고 말이다.

 

 

"이곳은 배우는 학교지 자양투수공장이 아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투수 코치로서 자양중 선수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A) 선수들이 나 같은 경험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야구도 공장같이 찍어내는 형태가 아니라 창의적인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기 것이 있어야 하는데 코치님의 것이 그 선수에게 내재되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에 인터뷰에서는 지도자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과 같이 있다 보니까 아이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내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아이들이 나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올때 이기때문이다(웃음).

 

전상일 기자(nintend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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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우 2018-09-07 16:48:03
자양중학교 선수들은 행복해보이네요 화이팅!!

정찬우 2018-09-10 12:58:30
부디 코치님의 이론이 실천되어 훌륭한 선수로 성장시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지도자들의 처우도 더욱 개선되면 좋으련만...

도깨비바늘 2018-09-11 23:33:01
멋지십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