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4-04-19 16:01 (금)
[유망주리포트] “빗맞은 안타보다 삼진이 낫다” … 진짜 4번타자 대구고 김범준
[유망주리포트] “빗맞은 안타보다 삼진이 낫다” … 진짜 4번타자 대구고 김범준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9.10 0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교 4대 거포 중 한명으로 언급될 정도의 타격 자질 … 투수로서도 147km/h 찍은 강견

얼마 전 자양중학교에 잠시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자양중 추성건 감독에게 훌륭한 타자의 자질에 대해 물어본바가 있다. 그러자 추 감독은 주저 없이 “헛스윙이건 안타건 자신의 밸런스로 풀스윙을 돌릴 수 있는 타자”라고 답한바 있다. 추 감독 뿐만 아니다. 현장에서는 타자 유망주의 자질을 볼 때 이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기본적으로 밸런스가 좋지않으면 풀스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교야구에도 언제나 자신의 스윙을 견지하는 우직한 타자가 한 명 있다. 때론 고집스럽다 느껴질정도로 어떤 투수가 나와도 '니가 이기자 내가 이기자 해보자' 는 식의 마인드로  풀스윙을 돌린다. 맞으면 크다. 타구의 질 하나만큼은 '프로급' 이라고 할 만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구고의 4번타자 김범준이다. 

 


1. 울산에서 대구로... 손경호 감독이 키워낸 최강 대구고의 주역 김범준

 

 

봉황대기에서 만난 김범준(185/90, 우우, 3학년)

 

김범준(185/90, 우우, 내야수, 3학년)은 울산출신이다. 울산대현초등학교 – 울산제일중학교를 나왔다. 손경호 감독의 강한 권유로 대구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중학교 코치님이 손경호 감독의 제자였다고 한다). 전학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1학년 때는 전학 징계 때문에 출전을 하지 못했고 2학년 때도 정강이 부상의 여파로 거의 출전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김범준의 고교생활은 2018년이 전부인 셈이다. 

김범준은 손경호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개막전부터 전 경기 4번 타자로 출장했다.

사실 김범준은 지난 겨울부터 어느정도 준비된 4번타자였다. 손경호 감독은 “대구고의 넓은 운동장을 자꾸 훌쩍훌쩍 넘기는 바람에 30m의 망을 쳐놨는데 그것마저도 훌쩍 넘겨버리는 선수가 김범준”이라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어림잡아도 대략 130m의 타구 비거리를 기록하는 선수가 김범준이라는 것이다. 

김범준에게 직접 그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꽤 높은 망인데도 불구하고 잘 맞으니까 계속 넘어가더라고요. 학교에서도 망을 더 높이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멋쩍게 웃는다. 

 

황금사자기 최다안타상을 수상한 김범준

 

김범준은 황금사자기에서부터 이미 그 가능성을 드러냈다. 황금사자기 최다안타상을 수상한 것이다. 특히 4강전에서 경기고 유준하를 상대로 때려낸 역전 3루타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또렷히 각인되어있다.

김범준 또한 “인코스 직구를 티라노자세라고 하는 나만의 자세로 우중간을 노리고 쳤는데 그것이 3루타로 이어졌습니다” 라고 당시를 회고하며 그 안타가 자신의 고교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기억에 남는 안타라고 그는 말한다. 대통령배에서는 신일고와의 4강전에서 홈런, 2루타, 단타를 때려내는 등의 맹활약을 앞세워 팀의 대통령배 정상등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2. 공을 때릴 줄 아는 진짜 4번타자 … 타격 자질은 고교 최상급

 

황금사자기 경기고전 역전3루타 장면
황금사자기 경기고전 역전3루타 장면

 

김범준의 타격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타격 밸런스가 안정적이고 파워는 탈고교급이기때문이다.  
일단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가 나쁘지 않다.  공에 눈이 떨어지지 않는 안정적인 타격 자세,  (위의 사진에서도 나오지만) 팔꿈치가 딱 붙어서 나오는 간결한 궤도 스윙,  140km/h 이상의 직구에 풀스윙을 해도 배트가 따라다니는 빠른 배트스피드 등이 그 이유 등이다.

또한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탁월하다. 공을 끝까지 보고 임팩트 순간 공을 제대로 때릴 줄 안다. 그러다보니 타구의 질이 상당히 좋다. 타구 자체가 소위 말하는 빨랫줄처럼 강하게 날아간다. 운이 좋아서 치는 안타란 김범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용달 코치님께서 항상 자신있는 스윙으로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장점은 파워입니다. 앞에서만 걸리면 무조건 넘길 자신이 있습니다. 저는 타격을 할 때 공보고 공치는 스타일보다는 노리고 들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커브를 노리고 있다고 하면 그 공의 길을 만들어서 스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김범준은 투수를 병행 하기때문에 꽤나 유연한 몸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달리 허리와 힙턴에 신경을 많이 쓴다.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팔이 아닌 허리와 엉덩이의 회전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타격 지론이다.  

 

 

“저는 장거리 타자입니다. 겨울 내내 공을 멀리 보내는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김용달 코치님께서 허리 돌리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장 많이 강조하셔서 그 부분을 습득하니까 가볍게 쳐도 타구가 훨씬 멀리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한화의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 또한 그의 타격재능을 인정했다. 이 팀장은 “기록에 상관없이 타격만 놓고 보면 변우혁·노시환에 비해 크게 떨어짐이 없는 타자다. 내가 2학년때부터 봐왔던 타자이기도 하다. 파워가 워낙 좋고 공을 제대로 때릴 줄 안다. 노시환과 더불어서 나무 배트로 밀어서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몇 안되는 타자” 라고 평가한다(노시환도 밀어서 타구를 멀리 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범준의 타격자세 -  준비동작이 매우 안정적이다 

 

“서 있을 때 힘을 빼고 있으니까 앞으로 나갈 때 힘을 더 빠르게 싣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힘이 들어가면 나오는 것이 무딘데 저는 타격자세가 간결한 편이고 타격할 때 힘을 많이 주는 편이 아니라 나갈 때 앞에서 맞는 것 같습니다” 

거포선수들은 대체적으로 배트가 퍼져나오기 때문에 몸쪽 공에 약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범준은 몸쪽 공도 곧 잘 친다. 특히 몸쪽 공을 힘으로 밀어내서 우중간으로 보내는 형태의 타격을 자주 보여준다. 가운데에서 밋밋하게 오는 공은 바로 장타다. 그는 홈런도 많지만 2루타도 많다. 왠만한 2루타들은 전부 펜스 근처를 직격하는 2루타가 많다(위의 강릉고전 펜스 직격 2루타 영상 참조). 

 

 

김범준이 또 하나 높게 평가받는 것은 그의 마인드다. 그는 딱 보면 굉장히 고전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  

“언제나 자신있게 타격을 하는 것이 4번타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투수가 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툭툭 갖다대서 내야땅볼로 죽을바에는 미련없이 삼진을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영상에서도 나오듯이 송명기의 145km/h 이상의 직구에도 끝까지 자신의 풀스윙을 고집한다) 

그는 지난 봉황대기에서 극심한 타격부진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표정하게 자신의 소신을 지켜가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3. 수비 위치에 대한 핸디캡 & 지나친 적극성, 과연 김범준은 극복할 수 있을까

 

 

불펜에서 연습 투구중인 김범준
불펜에서 연습 투구중인 김범준


김범준은 어깨가 매우 좋은 선수다.  이미 올 시즌 대구 경상권 주말리그에서 147km/h를 찍은 적이 있을 정도로 강한 어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주 소수의 이닝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의 수비 위치는 1루수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 또한 “투수한지는 얼마 안돼서 아직 많은 이닝을 던지게는 안 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김범준이 예상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직 그가 타격 원툴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파워와 타격은 충분히 인정할만하지만 아직 명확한 수비위치가 없다.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지명타자와 1루수로 나왔기 때문이다.  

 

지나친 적극성으로 인한 많은 삼진

 

이정훈 팀장은 “노시환과 김범준의 가장 큰 차이는 수비다. 우리 팀은 수비와 공격이 모두 되는 선수를 원한다. 김범준은 타격은 매우 빼어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우리 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그런 부분은 지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달 타격코치 또한 김범준의 포지션 변경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봉황대기 결승전이 열리던 당일 만난 김 코치는 “범준이는 내야에 있을 선수가 아니다. 어깨가 매우 좋기 때문에 무조건 외야로 나가야할 자원” 이라고 말한다. 김범준 또한 프로에서는 외야수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포지션은 해보지는 않지만 1루수와 외야수도 자신있다고 그는 말한다. 

“코치님께서도 항상 외야를 준비하라고 하셔서 외야를 준비해보고 싶습니다. 사실 외야수는 초등학교에서 한번 해보고 안 해보기는 했습니다(웃음)”. 

 

 

지나친 적극성도 마찬가지다. 사실 최근 봉황대기에서 부진은 그의 지나친 적극성에 기인한바 크다.

그는 삼진이 많지만 볼넷도 많다(140타석 21볼넷 34삼진). 일례로 팀 동료 박영완의 타율이 0.376인데 25볼넷이라면 볼넷 개수가 적은 편이 아니다. 다만 삼진이 지나치게 많을 뿐이다. 이런 타협없는 확고한 그의 스타일은 양날의 검이될 확률이 높다. 프로 선배들은 고교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오롯이 김범준 본인의 몫이다.


4.  프로무대에 도전 김범준 “나를 필요로 하는 팀으로 가고 싶다”

 

황금사자기 역전 3루타 이후 환호하고 있는 김범준 


대구고 손경호 감독은 적어도 타격 하나만큼은 “최형우 만큼 할 수 있는 소질이 있는 타자”라고 공개적으로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곤 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봉황대기 결승전 직전 만난 김범준에게 "2018년 3학년 중에서는 김범준이 마지막 인터뷰다. 영광 아니냐" 라는 농담을 던지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김범준. 

1남 2녀중 막내인 그는 울산에서 어머니가 함께 생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늘 어머니와 누나들에 대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저를 위해서 힘드신일 전부 다하시고 계십니다.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고 누나 2명이 저 때문에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프로에 가게 되면 반드시 보답하고 싶습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다가오는 2차지명에 대해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고향팀인 삼성라이온즈에서 저를 빠르게 지명해주시면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다른 팀에서도 저를 지명해주시면 고맙게 받아들이고 열심히 할생각입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팀으로 가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한다.  

드디어 오늘이 지명일이다.

방망이를 걸터매고 풍선껌을 씹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투수를 지긋하게 노려보는 김범준의 모습을 과연 프로야구 무대에서도 볼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웨스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으로 쏠리고 있다. 

 

 

전상일 기자(jsi@aps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