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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 KBO 육성위원장 “3가지 목표 모두 이뤄내 … 이제는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이광환 KBO 육성위원장 “3가지 목표 모두 이뤄내 … 이제는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 전상일 기자
  • 승인 2018.09.27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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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팀 20여개에서 250여개로 확장 … 여자야구연맹 설립 및 티볼 보급에도 일조

이광환 감독은 자율야구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1994년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을 필두로한 신바람 야구로 현재까지 LG트윈스의 가장 최근의 우승을 일궈낸 감독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감독' 이라는 칭호보다는 ‘육성위원장’이라는 칭호가 더 잘 어울리는 듯 했다.

한여름에 화성야구장에서 만난 그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까지 무려 일주일 이상 계속 이곳에서 아이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단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내 나이가 이제 곧 일흔인데 떠나도 되는 거 아닌가”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는 무려 10여년 동안 육성위원장을 역임하며 리틀야구 팀 창단, 티볼 확대, 여자야구 확대 등 음지에서 사람들이 관심갖지 않는 다양한 분야에서 야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감독' 이광환이 아닌 '육성위원장' 이광환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에는 지면과 시간의 한계가 있음이  짧음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화성에서 만난 이광환 KBO 육성위원장 


Q)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다. KBO의 육성위원장이 되신 지가 얼마나 되셨는가. 
A) 2006년부터 12년 정도 되었다. 물론 중간에 히어로즈 창단할 때 잠깐 그만뒀던 것 빼고는 계속 육성위원장으로 있었던 것 같다. 

Q) 육성위원장님께서는 주로 하시는 업무가 어떤 업무인지 궁금하다.
A) 야구저변확대를 위한 일을 한다. 유소년육성, 선수육성, 지도자 육성 등 육성에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한다고 보면 된다.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서 하는 일이 많다. 지금처럼 U-12 대회의 진행·시상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Q) KBO에서는 아마야구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가. 
A) KBO에서는 아마야구에 인재지원, 자금지원 등 여러가지 지원을 하지만 대표적인 공식 재정지원으로는 '창단지원금'이 있다. 창단을 할 때 고등학교는 3년간 4억. 중학교는 1억 5천, 초등학교는 3천의 지원금이 나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변화가 있다. 초등부를 5천으로, 중등부는 2억으로 올리고 고등부는 3억으로 줄이는 변화가 생겨났다. 이유는 중학교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유소년 초등 야구·리틀야구는 250여개의 팀이 된다. 하지만 중학교 야구는 100개가 안 된다. 리틀의 선수들을 중학 야구가 다 흡수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중학교 야구의 활성화를 위해 개선안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야구팀이 늘어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가. 
A) 학생 수도 적은데다가 학교에서도 체육활동을 재정적으로 약하다보니까 운동부에 지원을 많이 못해준다.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환경적 제약이 있다보니 학교 스포츠가 계속 위축되어가고 있다. KBO가 지원을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인스트럭터 등 기술적인 지원도 병행하며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이 위원장 

 

Q) 고교 팀은 그래도 최근 꾸준히 팀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A) 고교 팀은 단순히 팀 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해야할 시기다. 중학교 팀에 비해서 고교팀은 이정도면 포화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야구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되는 전통의 야구 명문교들이 약세를 보이고 야구부를 해체하려고 하는 학교도 있다. 신생팀 창단보다도 그런 학교들이 없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Q) 대학야구도 최근 심하게 위축되고 있다. 
A) 대학교는 공부도 병행해야하는 등 환경적으로 변화가 나타나다보니 훈련량을 못 따라간다.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문화가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야구로 성공할 사람들은 프로로 가는 것이고, 대학 간 친구들은 사회에 나갈 준비도 병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모든 사람이 프로가 될 수는 없다. 정말 소질이 있다면 대학에 가서도 프로에 가는 친구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한 프로에 못가는 친구들도 사회에 나가서 꼭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구 아니면 끝’ 이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야구를 통해서 인성을 키우고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하고 훌륭하게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지 무조건 좋은 야구선수를 육성·양성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구를 한다고 해서 야구 선수만을 만들려고 하는 풍토가 나는 아쉽다.  

Q) 최근 중고야구의 전지훈련 금지에 대한 찬반논란이 거세다. 
A) 부모님들의 마음은 잘 안다. 부모님들 마음이야 따뜻한 해외로 보내서 아이들의 기량향상을 꾀하고 싶은 것은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즌이 너무 일찍 시작하다보니까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시즌의 시작을 늦추면 된다. 즉 선수들이 겨울에 굳이 야구를 하지 않아도, 봄부터 시즌 준비를 시작해도 될 정도로 시즌을 늦춰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전지훈련을 금지시켜야하느냐? 아니냐?는 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시즌을 미루기 힘든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얽키고설켜 있다. 재정문제, 전국대회를 주최하는 신문사들과의 이해관계, 프로야구의 스카우트 기간에 따른 문제(1차지명은 6월 달, 2차지명은 9월 달이다), 상대적으로 빠른 대입수시(9월달) 등 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교육계, KBO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고교야구의 전지훈련 및 투구수 관련 화두 

 

Q) 올시즌 아마야구의 투구수 제한이 시작되었다
A) 투구 수 제한은 우리가 예전부터(약 10여년전부터)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초등·중등부는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통제하고 있다. 고등부만 투구 수 통제가 안 되었었던 것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중요한 것은 육성이다. 전국대회에 나오는데 최소한 투수 3~4명은 만들어놓고 나오는 것이 기본 아닌가. 고교야구의 근본적인 목적은 그 선수를 육성발전시켜서 그 선수가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에 있지 성적에 있는 것은 아니다. 멀리봐야 한다. 감독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선수를 죽이는 야구를 해서 안 된다.  

Q) 좋은 말씀이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다. KBO는 현재 리틀야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운영을 하고 있는가. 
A) 리틀야구와 초등학교 야구는 각각의 연맹이 있어서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모든 대회들은 전부 그 연맹에서 운영을 하고 U-12대회, U-15 대회만 KBO가 운영을 한다. 보통 이렇게 한 대회를 열면 학부모들과 워낙 많은 선수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왔다감으로 인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 효과·홍보 효과 등이 발생한다. 참가하는 선수만 2천명이 넘는다. 또한 여름에  대회를 치르는 것은 온가족이 와서 가족도 응원하고 피서도 즐기라는 의미다. 그 규모가 작지 않기때문에 지자체에서 서로 유치하려고 한다. 

 

화성 U-12 리틀야구 경기장면 

 

Q) 최근 야구장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도 그런 영향이 있을 것 같다. 
A) 맞다. 우리는 대회를 유치하려면 “야구장을 지으라”고 이야기 한다. 최소한 4개 ~ 9 개를 지으라고 권유한다. 포항에 있는 프로야구장이 있지 않은가. 그 야구장 또한 유소년대회를 통해서 지어진 것이다. 그 야구장에서 U-12대회가 가장 먼저 시작이 되었다. 속초 야구장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대회가 군산, 나주, 경주, 화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KBO와 KBSA는 유소년 야구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포항, 경주, 화성 등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2007년부터 이 대회를 개최해 왔다. 이 화성 야구장도 U-12, U-15 대회가 들어간다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리틀연맹도 이쪽으로 이사를 오는 조건도 추가되었다. 보통 한 지역에서 보통 2년을 주기로 장소를 옮겨간다. 초등학교 대회와 중학교 대회는 패키지다. 한 지역에서 4년의 개최권을 주는 것이다.내년부터 내후년까지는 기장에서 U-12 대회가 개최가 된다.  한편 올해 포항에서 개최되었던 U-15대회는 내년 화성으로 자리를 옮겨 2년간 개최되게 되는 것이다.

 

U-12 우승팀 선수들의 환호

 

Q) 초등학교와 리틀야구부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렇다면 이제 중학교도 학교야구의 영역을 벗어나서 클럽야구의 흐름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A) 내가 봐도 그렇게 가야할 것 같다. 일단 학교야구는 학생 수가 클럽에 비해 적고 운동장 사정도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안전사고 때문에 선생님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클럽식으로 가게되면 선수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지역지자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학교도 언젠가는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Q) 육성위원장님께서는 아마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가. 
A) 우선은 야구가 아이들이 접할 수있도록 야구장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 야구장이 몇 백개 정도 밖에 안 된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라서 공이 날아가기 때문에 전문 구장이 있어야 한다. 안전사고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 대회를 크게 만든 것도 야구장을 짓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이 숙원 사업이다. 그런 여건이 되면 아이들이 야구를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성야구장에 서 있는 이광환 감독 

 

Q) 육성위원장님은 티 볼의 보급에도 큰 공헌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A) 내가 육성위원장이 되면서 3가지 목표를 뒀었다. 하나는 유소년 야구, 하나는 티볼을 보급하는 것, 하나는 여자야구를 보급하는 것이었다. 일단 여자야구연맹은 내가 만들었다. 인프라에 비해 어느정도는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 전기자도 잘 모를 것이다. 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티볼협회 총재로 모셨었던 것을 알고 있는가. 그 분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를 햇었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접 가서 “각하~미국의 티볼협회 총재는 부시대통령 아버지가 총재입니다. 일본도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전 일본 수상이 총재입니다. 각하도 우리 어린이들을 위해서 맡아주십시오. 백악관 뒤 뜰에 티볼 전용구장이 있습니다. 언젠가 한미일 삼국 정상이 만나서 함께 티볼을 하며 우애를 다지시면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일본 가이후 수상을 직접 만나서 “친서를 하나만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 친서를 직접 가져와서 김영삼 대통령께 드렸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중 임기 이후 체육단체장을 한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이 유일하다. 총재로 무려 3년을 봉사하셨다. 

나는 그때부터 티 볼을 각 학교에 교과과정으로 넣으려고 노력했다. 초등부는 남녀가 함께 하도록 하기 위해 30%는 무조건 여학생이 하도록 내가 규정을 바꿨다. KBO에서도 서울교대티볼대항전을 10여 년 째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각고의 노력끝에 지금은 티볼이 어느정도 자리를잡은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3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어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육성위원장님의 남은 목표를 듣고싶다.   
A) 내가 처음 육성위원장을 맡을 당시 리틀 야구단은 20여개의 팀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초등부 100여개, 리틀야구단 150여개 등 대략적으로 250여 개 팀이 만들어졌다. 내 스스로 생각할 때 육성위원장으로서 목표로 한 것을 모두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이제 슬슬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웃음). 손놓고 떠나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저 지금은 내 손자 같은 아이들이 이렇게 야구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흐믓할 뿐이다. 

 

전상일 기자(jsi@ap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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