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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단원의 막 내려,,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단원의 막 내려,,
  • 한국스포츠통신=배윤조기자
  • 승인 2019.10.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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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수 4만7천여 명, 객석점유율 91%로 성료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 수상자들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 수상자들

 

(한국스포츠통신=배윤조기자) 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는 10월13일 마지막 오페라 ‘운명의 힘’으로 장장 47일간의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장정을 완주하였다. 이번 축제는 한국 오페라 사상 최초의 아티스트 마켓형 오페라 콩쿠르인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로 그 문을 열었고, 이어서 메인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라 론디네’, 창작오페라 ‘1945’, ‘운명의 힘’ 등 4편을 선보였다. 소극장 오페라 4편(등꽃나무 아래서 / 루크레치아 / 세비야의 이발사 / 돈 파스콸레)과 D오페라 콘서트,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특별행사들이 축제를 풍성하게 구성했다.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운영 결과, 총 관객 수 47,667명, 객석점유율 91%이라는 정량적 성과를 거뒀다. 이는 전년도 관객 수 49,232명에 비해 다소 감소한 수치이지만 기간 중 3차례에 걸친 태풍과 호우 등으로 야외공연이 취소되거나 축소된 데 기인한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 전체적인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와 평가가 부각돼 해를 거듭할수록 안정되게 성장 발전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번 축제의 가장 특징적인 구성은 아시아 최초로 개최한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에 있다. 이는 만35세 이하 전 세계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 오페라 콩쿠르로서 총 15개국 92명이 지원,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18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3차례에 걸쳐 본선 경연을 펼친 결과 모두 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의 특징적인 부분은 단순한 콩쿠르를 넘어 실질적인 아티스트마켓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 시도에 있다. 심사를 위해 대구를 방문한 유럽과 미주 지역 유명 극장의 극장장, 감독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본선 진출자 중 대구오페라하우스, 독일 쾰른오페라극장,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에서 각각 3명, 1명, 2명의 성악가들이 캐스팅된 것. 또한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시즌오페라 오디션 파이널 라운드에 참가자 18명 전원이 초청됐으며,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과 쾰른오페라극장에서도 장학생 선발을 진행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력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렇게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된 것으로, 경연을 넘어 오페라극장 진출까지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명실 공히 아티스트마켓이라는 브랜드를 갖게 된 것이다.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는 앞으로, 성악가뿐만 아니라 연출과 지휘, 무대미술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음악공연예술 관련 전문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실질적 무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페라의 비전 제시’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오페라-1945
오페라-1945

 

올해는 특히, 국제적 규모의 축제로서 손색없는 외연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를 통한 해외극장과의 협력 외에도, 메인오페라와 소극장오페라, 기타 콘서트들을 각각 외국 및 타지 극장 및 관계자들과 함께 연대해서 진행한 것. 이중 특히 해외극장과의 교류는 또한 유네스코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이름을 더욱 내실 있고 견고하게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극장간 네트워킹 사례는 두 번째 메인오페라이자 작곡가 푸치니의 숨겨진 명작인 오페라 ‘라 론디네’를 독일 최고의 극장인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과 합작하여 국내 초연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된 것. 이번에 선보인 프로덕션은 세계적인 테너 롤란도 빌라존이 연출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됐으며, 전막 공연으로는 한국 최초인 만큼 특히 전국 각지의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큰 화제몰이를 했던 작품으로 기록에 남는다. 9월 19일 첫날 공연은 일찌감치 전석매진 되었으며, 이틀 뒤 열린 두 번째 공연 역시 외지관객비율 34%로 집계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극장간 네트워킹의 두 번째 사례는 축제 기간 중 이탈리아 안코나극장에서 선보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이다. 안코나극장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공동으로 ‘라 트라비아타’를 제작하였으며, 축제기간 중인 9월 이탈리아에서 먼저 공연하고, 오는 12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재공연할 계획이다. 양 극장은 무대 및 의상 등을 공동제작함으로써 제작비를 절감하였으며 대구오페라하우스 공연 후 무대 등을 미국으로 판매할 계획이기도 하다. 안코나극장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축제의 홍보를 지원한 바 있다.

국내 오페라 제작단체들과의 교류협력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립오페라단과는 창작오페라 ‘1945’를, 광주시립오페라단과는 오페라 ‘운명의 힘’을 합작 운영하였다. 각각 서울과 광주에서 먼저 공연하여 작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대구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킴으로써 축제 관객들의 관심을 더하게 했다. 특히 축제의 폐막작이기도 한 ‘운명의 힘’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정확하게 예산을 절반씩 분배하고 캐스팅 등 긴밀하게 협조하여 공연을 진행함으로써 역시 예산절감은 물론, 대구-광주간 문화교류에도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4편의 소극장오페라를 전국 각 지역 예술단체들과 합작 제작하고, 또한 각 지역 관객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장에서 선보임으로써 축제의 저변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소극장오페라인 ‘등꽃나무 아래서’는 대구의 대표적인 근대건축 유산인 청라언덕 선교사 챔니스 주택 앞뜰에서 무료로 공연돼 오페라와 함께 상쾌한 초가을 정치를 선사했으며, 이어서 코믹오페라 ‘루크레치아’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에서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부산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오고 있는 루체테 음악극연구소와 함께함으로써 지역간 문화교류의 또 다른 성과로 평가받았다. 로시니 최고의 희극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동화오페라로 재탄생, 달서구에 있는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공연됐으며, 이날 공연은 원주오페라단이 함께했다. 마지막 소극장오페라는 ‘돈 파스콸레’로 역시 재미있는 구두쇠 스토리를 담은 도니제티 인기작이다. 이 작품은 꿈더함예술인협동조합과 함께한 것으로 서구문화회관에서 선보였다.

소극장 오페라는 야외 무료 공연작품 ‘등꽃나무 아래서’를 제외한 3편 모두 전석 1만원으로 티켓 가격을 한정하여 각 지역 공연장 무대에 올렸는데, 거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누구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구시민 모두가 즐기는 오페라라는 취지에 걸맞은 공연이 되었다. 실제로 전체 소극장오페라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한편, 오페라축제와 관련해 지난 5월 사전 홍보행사로 싱가포르에서 교류공연을, 축제 기간 중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 로비에서 일본 히로시마 시와의 교류음악회를 진행하였으며, 특별행사로 대구미술관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의 경우 각각 미술과 음악이라는 이질적인 장르간 교류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과 미술관의 네크워킹으로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또한 이번 축제 기간 중 체코의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브루노시의 야나체크 브루노 국립극장 ‘지리 헤르만’ 극장장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하는 등 앞으로 해외 관계 기관이나 아티스트들과의 교류 협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른 한편,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400년의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대표 코스메틱 브랜드인 ‘산타마리아노벨라’와 협업 및 제품협찬을 진행한 점도 이례적이다. 세계적인 문화예술 도시이자 오페라의 발원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에 위치한 산타마리아노벨라 본사 측에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참여하고자 제안한 데서 출발, 제품런칭행사 참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함으로써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산타마리아노벨라 양 기관 모두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라는 효과를 함께 가져갔다.


지난해로 도입 70년의 역사를 갖게 된 우리 오페라이지만 항상 취약점으로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는 빈약한 레퍼토리에 있다. 일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오페라작품들이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지만 다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좀체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운명(運命)’을 주제로 하였다. 오페라 작품을 통하여 작게는 개인에게, 크게는 국가나 민족을 향해 거세게 달려오는 운명의 힘과 의미를 다시금 생각게 하는 계기로 삼았는데, 이 주제에 걸맞은 수작(秀作)들을 선보임으로써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흔히 만날 수 없던 귀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개막작인 도니제티 작곡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성악가의 기량을 가장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벨칸토 오페라의 모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광란의 아리아’는 소프라노 독창 중심으로 거의 20분 동안 이어지는데, 이 작품의 타이틀롤을 맡은 소프라노 마혜선 씨의 열연은 축제가 끝날 때까지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공연 직후 오스트리아 오페라 매거진 ‘메르켈’에 리뷰가 실리기도 했다. 덕분에 일반에게 다소 생소한 작품이지만 축제의 개막을 화려하게 여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작품인 푸치니 작곡 오페라 ‘라 론디네’ 역시 ‘도레타의 꿈’이라는 유명 아리아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초연작이라는 점에서 제작진들에게는 기대 반 우려 반인 작품이었지만 2019년도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의 레퍼토리를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국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과 문의가 이어졌고, 실제로 한 회는 전석매진, 나머지 한 회는 외지관객의 비율이 34%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메인오페라는 더구나 창작오페라였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한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1945’. 100년 전 우리 민족이 맞이한 거칠고 처절한 운명 속에서 민초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우리말로, 세련된 무대와 실감나는 연출로 선보임으로써 3시간이 넘는 연주시간이지만 지루함 없이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이 작품은 광복회, 보훈청, 2작전사령부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관 및 단체에서 단체관람 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

축제의 폐막작으로 무대에 올린 베르디 작곡 오페라 ‘운명의 힘’ 역시 연주시간만 3시간이 넘고, 세 명의 주역 모두 풍부한 성량과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필요하다는 점, 합창 역시 대규모로 준비되어야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국내 무대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대작이다. 그러나 역시, 잔혹한 비극을 향해 굴러가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축제의 마지막 작품으로 준비된 것. 10월 12일과 13일 양일 모두 대성황을 이룬 가운데, 대작 오페라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하였다.

17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오고 있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인 만큼 대중적인 작품들로 객석점유율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보다 무게 있는, 작품성 높은 작품들을 제작해 선보이는 것 역시 반드시 수행해야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색다른 레퍼토리로 작품성에 방점을 찍은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야말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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